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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뻔한 척 하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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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뻔한 척 하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

[최광희의 휘뚜루마뚜루 리뷰]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쿠울~'하게 소개하기란 쉽다. '뻔할 뻔자다!'라고 외치면 그만이다. 사실이 그렇지 아니한가. 우연하게 만난 선남선녀가 티격 대격 옥신각신 아옹다옹 하다가 정분난다는 얘기 아닌거 있나? 뭐, 물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연애 관계보다 골드미스들의 권력 관계에 방점을 찍는 경우나 〈P.S. 아이러브유>처럼 이미 저 세상 간 사람과의 사랑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주인공 여성은 늘 '자아'를 되찾고, 더 잘되면 사랑까지 획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뻔할 뻔자인데도 불구하고, 붕어빵 찍어 내듯 거기서 거기인 로맨틱 코미디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대관절 무엇일까.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나온다. 사람들은 늘 연애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애의 패턴은 각자 다르지만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연애란 건 원래 그렇게 시시껍절하고 유치무쌍하며 낯뜨거운 해피 엔딩을 전제로 한 것이다. 팝콘을 뒤지는 손등의 스침에 경련하며 하나의 빨대로 빨아 재끼는 연인의 타액 섞인 콜라 맛에 도취되며, 연인들은 그렇게 늘 봐도 거기서 거기인 연애 놀음에서 '나'와 '자기야'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수십번 걷어 차인 끝에 사랑이라면 이가 갈리는 분들이야, '저게 말이나 되는 시추에이션이냐고~' 하며 팝콘이 아닌 영화 자체를 '부드득' 씹어 삼키고 싶은 기분이겠지만 말이다. 어쩌랴, 당신의 냉소에 아랑곳없이 큐피트의 노트는 오늘도 풀 부킹인 것을.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긴 제목을 단(요즘 로맨틱 코미디들은 제목 길게 짓기가 유행이다) 이 '브랜드 뉴' 로맨틱 코미디도 말하자면 '뻔할 뻔'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설정을 다소 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약혼녀에게 차인 쭉빵걸과 직장에서 해고된 완소남이 각각 라스베가스에 머리 식히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 원나잇 스탠드로 직행, 술 기운에 결혼까지 해버리고, 다음날 잭팟 터뜨린 덕분에 얻은 300만 달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6개월 결혼형이라는...헥헥...희귀무쌍한 형을 당한 뒤 티격태격 하다가 정분 난다는 얘기. 어떤가. 너무 뻔해서 오금이 저리신가? 그러나 나와 당신은 안다. 자장면 맛을 몰라서 자장면을 또 찾는 게 아니듯, 로맨틱 코미디 뻔할 거 몰라서 또 보는 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앞서 말했듯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속도로 연인들은 끊임 없이 새로 생성되고, 그들을 위한 맞춤 판타지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카메론 디아즈와 에쉬튼 커처를 함께 캐스팅할 정도의 애들이 돈을 그렇게 휘뚜루마뚜루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과연 이 영화, 지난 주말 미국에서 개봉해 대(大) 워쇼스키들의 <스피드레이서>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리 뻔한 로맨틱 코미디라도, 할리우드 애들은 조금, 아주 조금씩 색다른 느낌을 가미할 줄 안다. 아주 많이 색달라지면 다음 작품에서 골치 아파질 것이라는 것까지. 신데렐라 판타지를 냉소하는 척 진짜 신데렐라 스토리를 되뇌인 <27번째 결혼 리허설>처럼 말이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이 영화는 캐스팅부터 빙고다. 푼수끼 넘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달인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입증한 바 있는 카메론 디아즈가 예의 찧고 까분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다듬은 게 분명한 S-라인만큼은 확실히 보여준다. 골은 비어 보여도 사귀어봄직하게 생겨 먹은 애쉬튼 커처도 전매 특허 몸짱 근육질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두 선남선녀의 '구여운' 쌈박질이 스크린을 장식하는 가운데, 제대로 진상인 조연들이 살신성인의 미덕으로 가끔 웃겨준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뻔한' 냉소가 괜시리 지겨워 딴엔 꽤 머리 써서 동원한 극찬(?)의 수사들이 영 미덥지 않다면, 음악에라도 귀기울여 보시든가. 로맨틱 코미디 치고 음악 '꽝'인 영화 드물고, 다행히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저 저도 당신을 '뻔할 뻔' 편견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다면, 그냥 사랑에 눈멀어 바보가 된 연인들에게 이 영화를 양보하시라. 5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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