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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번에도 '영어 해석' 못해서 생긴 일인가?

[기고] 농림부, 미국선 안 먹는 쇠고기 부위 수입 허용

미국의 사료 조치에 대한 엉터리 영문 해석으로 물의를 일으킨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번에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규정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 정의와 2008년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상의 SRM 정의를 엉터리로 해석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되풀이했다.

통합민주당 최성 의원은 14일 "미국 농무부, FDA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SRM으로 규정한 (30개월 이상 소의) 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 3차신경절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는 SRM에서 제외돼 안전한 물질로 둔갑했다"고 밝혔다. 이런 최 의원의 해명을 놓고 농림부는 "(최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만 우기고 있다.

자, 최성 의원과 농림부 중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역시 농림부의 영어 실력이 문제였다. 우선 미국 농무부와 FDA에서 규정하고 있는 SRM의 정의를 살펴보자. 이 정의에는 3차신경절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등뼈 중에서는 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의 날개를 SRM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The brain, skull, eyes, trigeminal ganglia, spinal cord, vertebral column (excluding the vertebrae of the tail, the transverse processes of the thoracic and lumbar vertebrae, and the wings of the sacrum), and dorsal root ganglia of cattle 30 months of age and older.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뇌, 두개골, 눈, 3차신경절, 척수, 등뼈(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의 날개를 제외함), 배근신경절
The tonsils of all cattle; and모든 연령의 소에서 편도
The distal ileum of all cattle모든 연령의 소에서 회장원위부

다음으로 2008년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합의한 SRM의 정의를 보자. SRM의 정의에서 3차신경절은 빠져 있으며, 등뼈에서 "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과 날개는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미국 농무부와 FDA 규정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규정 사이에는 3차신경절이 누락돼 있고, 경추의 횡돌기와 극돌기를 SRM에서 제외시켰다. 또 흉추·요추의 극돌기도 제외시켰으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까지 제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는 SRM으로 규정되어 인간이 섭취하지 못하도록 한 부위가 한국으로는 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말이다.
2008년 4월 18일 협상 결과 바뀌게 된 '특정 위험 물질(SRM)' 정의

(가) 모든 월령의 소의 편도 및 회장원위부

(나)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뇌·눈·척수·머리뼈(skull)·등배신경절 및 척주(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 천골능선과 날개는 제외한다)를 말한다.

2006년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한국으로 수출시 'SRM'이라 함은 특정 위험 물질로서 모든 연령의 소의 뇌·눈·척수·머리뼈·척주·편도·회장원위부 및 이들로부터 생산된 단백질 제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엉터리 협상을 체결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일반적인 추론으로는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티본스테이크, 갈비뼈가 붙은 갈비살, 곰탕용 꼬리뼈를 한국으로 수출하기 쉽게 하고, 수입 검역 과정에서 위반 물질이 적발되지 않도록 수입 위생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 놓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 2006년부터 한미 전문가 실무회의에서 쟁점이 되었던 내용이다. 2006년 9월 22일 미국 농무부의 척 램버트 차관보가 한국 농림부에 보낸 다음 문서를 보자.
▲리처드 레이몬드(Richard A. Raymond, 왼쪽) 미 농무부 차관과 척 램버트(Chuck Lambert, 오른쪽) 미 농무부 차관보가 최석영 주미대사관 경제공사와 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에게 2006년 9월 22일자로 보낸 '뻣조각이 포함된 쇠고기 수입'을 요구한 외교 서한. ⓒ프레시안

척 램버트 차관보는 7명의 일행과 함께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실무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완화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척 램버트가 2006년 9월 22일, 최석영 주미대사관 경제공사와 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에게 보낸 '서한'에 구체적인 미국 측의 요구가 담겨 있다.

그는 SRM에 대한 정의(definition)가 한국 농림부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뼈(척주, vertebral column)는 오직 골수(spinal cord)와 배근신경절(DRG)을 담고 있는 한도에서만 SRM으로 간주된다"며 "등뼈 그 자체는 SRM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척 램버트 차관보 일행은 "등뼈의 횡돌기(transverse process)는 SRM이 아니기 때문에 그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요구했다.
▲(위)등뼈의 횡돌기. (아래)척 램버트 차관보가 주미대사관에 보낸 외교 서한 중 '뼛조각'에 관한 부분. 등뼈의 횡돌기는 SRM이 아니기 때문에 그 조각이 발견되더라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런데 2008년 협상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경추의 극돌기와 횡돌기, 흉추와 요추의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까지 더 많은 부위를 SRM에서 제외시켜 주었다. 문제는 이 부위들이 미국 FDA 규정에서는 모두 SRM으로 지정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지된 물질이 한국으로 수출이 가능해 우리 국민이 SRM에 노출되게 방치하는 협상을 맺었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지난번 사료 조치에 대한 영문 오역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SRM 규정에 대한 영문 해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는 경추(cervical vertebrae)의 횡돌기와 극돌기까지 SRM이 아니라고 인정해줬다. 하지만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SRM 제거 지침서'를 보면, 이것은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추에 붙어 있는 횡돌기는 그 자체로 SRM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횡돌기 주변의 살코기에는 SRM인 배근신경절(DRG)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SRM 제거 지침서 중 목부위 등뼈(경추) 부분. 횡돌기는 SRM이 아니지만 살코기에 붙어있는 SRM인 배근신경절(DRG)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food.gov.uk


다음 사진을 보면 미국에서는 흉추(Thoracic vertebrae)의 횡돌기까지 SRM에서 제외시켜주는 반면에 영국에서는 흉추의 횡돌기까지도 제거를 의무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냐하면 흉추의 횡돌기 주변의 살코기에도 SRM인 배근신경절(DRG)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SRM 제거 지침서 중 가슴 부위 등뼈(흉추) 부분. 횡돌기는 SRM이 아니지만 살코기에 붙어있는 SRM인 배근신경절(DRG)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food.gov.uk

천추의 정중천골능선의 경우를 살펴보자. 요추(허리뼈)와 미추(꼬리뼈) 사이에 있는 등뼈를 천추라고 부른다. 정중천골능선(Medial sacral crest)은 천추의 한가운데에 볼록 솟은 능선으로 그 밑에는 척수가 들어 있으며, 정중천골능선의 좌우 양쪽에 있는 등쪽 구멍(Dorsal foramina)을 통해 척수에서 갈라져 나오는 신경 다발이 나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광우병 위험물질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어 SRM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FDA 규정에서는 천추의 양 날개(Sacral ala)만 광우병 위험물질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므로 미국 FDA의 SRM 정의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상의 SRM의 정의가 차이가 난다는 지적에 대한 농림부의 해명은 영어 원문의 해석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치명적 오류 또는 의도적 은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농림부의 엉터리 해명은 2008년 4월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검역주권을 포기하여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정당했다는 실증 증거 중의 하나를 추가한 꼴이 되고 말았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의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자체를 폐기하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협상을 하거나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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