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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관고시 연기, 내용 수정' 속내는?

재협상 회피 위한 면피용? 여론무마용 '시간벌기'?

정부가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협상 장관 고시를 연기하기로 하면서 '쇠고기 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정부와 청와대는 쇠고기 협상 비판론자들이 요구하는 장관 고시 연기 요구를 받아들이고 고시 내용도 일부 수정할 의사를 밝힘으로써 여론이 무마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는 기본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성난 민심을 다스리려는 '급한 불 끄기'라는 비판이 당장 일고 있다.

장관 고시 연기는 '국민 기만'

1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미 FTA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5일로 예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7∼10일 가량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 의견 334개를 검토하고, 미국에 간 검역단이 오면 검역 과정을 스크린 한 후 고시를 한다는 것.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성명 내용을 장관 고시에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관고시 연기는 미국에 간 정부 검역단의 활동 뒤로 기한을 늦춘 것일 뿐, 재협상을 위한 준비기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실효성이 의심받는 미 무역대표부의 성명 내용을 고시에 명문화 하는 것도 비난 여론에 대한 '면피용' 대책이라는 비판이 당장 일었다.

통합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330여개의 국민 의견을 검토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잡겠다는 것이냐"고 따지며 "그러니까 (열흘이라는 시간은) 임시 국회 5월 24일 회기니까 국회 끝나면 고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 장관을 몰아붙였다.

윤 의원은 "미국 정부는 성명서 하나 발표해서 광우병 발병할 때 수입 중단하는 것에 대해 립 서비스했을 뿐"이라며 "정운천 증인을 포함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열흘 정도 유예해서 시간을 끌고 국민들의 촛불집회 사그라들면 밀어 붙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열린 한미FTA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인으로 참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참석 국무위원들이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 의원이 거듭 장관고시 연기의 요체인 '재협상 의지'를 묻자 정 장관은 "지금 말씀 못 드린다"며 "재협상은 과학적 근거나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윤 의원은 "재협상이나 고시의 수정 없는 고시 유예 연기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며 "국민 기만"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장관 고시 내용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추가하는 방안을 거론한 김종훈 본부장도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쇠고기 협정문 5항 등의 수정 문제에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조항) 삭제를 한다는 것은 신뢰 문제이며 상대방의 반발이 명확하다고 생각 된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마저 미국의 보복 조치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협정문 5항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입위생 조건의 5항은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하향조정할 때만 우리 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체결한 수입위생 조건의 5항을 그대로 둔 채 장관고시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추가하는 모순적이면서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아 물타기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정답은 재협상"

정부의 고시 연기 방침에 야당이 일제히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제주도를 방문한 손학규 대표는 "장관 고시를 연기한 것은 국민의 뜻, 국민의 압력을 견딜 수 없었다는 반증"이라면서 "장관 고시를 연기한 것이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한 재협상, 적극적 대책 수립을 위한 준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장관고시를 연기하라고 한 것은 시간을 벌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수입위생 조건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재협상을 하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재성 원내대변인도 "장관 고시 연기는 국민 여론에 밀려서 급한 불끄기 위한 꼼수라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고시 연기가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야당도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이 건네준 시험지만 풀면 고시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민이 시험지를 주니 정답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꼰 후 "정답은 재협상"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장관고시 연기는 여론무마용이 아니라 재협상에 대한 의지여야 한다"며 "재협상에 대한 의지 표명이 빠져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론무마용 시간끌기는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협상을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재협상을 전제로 하지 않은 고시연기는 무의미하다"며 "단지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속셈이라면 이는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시작할 재협상은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 그리고 합헌성을 담보하고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모두 충족시키는 길만이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이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정부가 국민을 속인 사실이 밝혀지고 협상 전제가 뒤바뀐 만큼 장관 고시 연기는 당연한 귀결이며 재협상 역시 필수불가결해졌다"며 "이제 정부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 원칙으로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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