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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복당? 참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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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복당? 참 한가하다

[김종배의 it] '여여 영수회담'이 남긴 것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여여 영수회담'이라고까지 명명됐던 이명박-박근혜 회동 뒤끝이 좋지 않다. 격에 어울리지 않게 진실게임까지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구심점' 즉 대표직을 제안했다고 하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아니라고 부인한다.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는 없다. 그런다고 해서 사실이 밝혀질 것 같지가 않다. 그 자리엔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만 있었다.

민심 들끓는데 정치싸움 벌이는 '여여 영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 두 사람 모두 한가하다는 점이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AI마저 창궐하는 터에 한가하게 정치싸움을 하는 본새가 영 마뜩치가 않다.

처음엔 아닌 줄 알았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으려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정국 해법을 내놓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전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절박한 모습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 ⓒ연합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복당에만 몰입하고 있을 뿐 정국 해법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대해 두 마디 하긴 했는데 모두 겉도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재협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나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은 수입 중단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나 설득력과 영향력을 갖기가 힘들다. 전자는 "∼라면"이란 화법으로 양다리를 걸친 발언에 불과하고, 후자는 이미 국민 상당수가 비토를 놓은 정부 방침을 되읊은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두 마디만 남기고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생산성이 없다. 이명박-박근혜 회동 후에 유일한 화두가 돼 버린 복당 문제는 별 생산성이 없다. 그건 그들만의 리그다. 그렇게 치고받는다고 해서 정책 기조가 조정되는 것도 아니고 국정 운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복당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려면 친박 세력의 정체성이 확실히 규명돼야 한다. 이들이 복당을 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판명돼야 한다.

알 수가 없다. 현재로선 친박 세력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정체성이 한나라당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그들 스스로 말하고 남도 그렇게 말하는 건 단 한 가지다. 잘못된 공천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는 점, 이 것뿐이다.

복당 문제가 공익에 부합하는가?

혹자는 말한다. 친박 복당이 이뤄지면, 그래서 여당 속에 강력한 야당이 구축되면 민심 전달창구는 확실히 열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그럴싸한 전망 같지만 근거가 없다. 여당 속의 야당 당수가 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 면에서 차별성을 띠고 있다고 볼 근거를 찾을 수가 없을뿐더러 설령 찾는다 해도 그건 오른쪽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도 그렇다. 정무 기능과 정책 보좌 기능이 개편돼야 한다고 한나라당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최근 들어 민간의 지인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고 하는데도 국정 운영이나 정책 기조에 손을 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고언마저 내치는 터에 여당 속의 야당, '국정의 경쟁자'가 하는 얘기를 귀 담아 들으려 할까?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해 독자적으로 정당을 만들면 정치 지형이 재편되고 그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국정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쉬 일축할 수 없는 전망임에는 분명하다. 국정 견제구도가 한층 강화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형세만 그렇게 나타날 뿐이지 내용까지 그렇게 흐를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이다.

오히려 친박 정당의 영향력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오른쪽으로 끌어당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 세력은 이념적으로 이명박계보다 더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이들이 야당의 이름으로, 그것도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면서 정책과 국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일방통행이 더 강화될 소지가 있다. 친박 정당이 어떤 때에는 우회전 깜빡이로, 또 어떤 때에는 2중대로 기능하면서 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친박 복당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다. 복당을 둘러싼 갈등도 그렇고, 복당 성사 또는 결렬 이후도 그렇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지켜보기에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생산성이 별로 없다. 지금 절실한 건 공학적 관점이 아니라 공익적 관점이다. 어떤 정책이, 어떤 국정이 국민 다수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정치는 이 대전제 하에서 살필 하위 카테고리에 불과하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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