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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먼저 든 촛불, 어른들이 이어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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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먼저 든 촛불, 어른들이 이어 받다"

[현장] 한 발 늦은 어른들 "부끄러워 나왔다"

어른이 한 발 늦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게 부끄러워 뒤늦게 손에 촛불을 들었다. 그렇게 어른들과 아이들은 촛불로 하나가 되었다.

9일 서울 청계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반대' 촛불 집회는 약 4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전 집회와 성격은 달랐다. 그간 집회를 주도했던 10대가 줄고 2·3·40대가 크게 늘었다. 10대들이 주도한 촛불 집회가 어른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이다.
▲ 어른이 한 발 늦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게 부끄러워 뒤늦게 손에 촛불을 들었다. 그렇게 어른들과 아이들은 촛불로 하나가 되었다. ⓒ프레시안

촛불 집회에 참석한 어른들은 "대통령도 '리콜'이 되나요"를 묻는 10대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홍보자를 자처하는 바로 그 정부를 선택한 것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10대를 거리로 나서게 만든 배후 세력은 다름 아닌 어른들이었다.

한 발 늦게 촛불을 든 어른들 "학생들 앞에 부끄러웠다"
▲ 한 발 늦게 촛불을 든 어른들은 "부끄러웠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홍보자를 자처하는 바로 그 정부를 선택한 것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특히 이날 청계 광장에서는 직장인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사흘 연휴를 앞둔 금요일 저녁 촛불 집회에 참석한 직장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린 학생들이 나서는 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지선(가명, 34) 씨는 "뉴스를 통해 10대들이 나서는 것을 보면서 오늘 촛불 집회에 나오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그저 외부에서 바라봤을 뿐"이라며 "내가 나서봤자 바뀌는 게 있겠나 이런 생각이 10대들의 모습을 보고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배지훈(가명, 37) 씨도 "신문을 통해 10대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어른들이 밉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들었다"고 촛불 집회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부끄러운 어른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날 사회자로 무대 위에 오른 개그맨 노정열 씨도 "어린 후배들이 저렇게 절박하게 외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10분 정도의 시사 풍자를 하려던 노정열 씨가 "사회를 봐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한 것도 그 후배의 열정 때문이었다.

개그맨 노정열 "MB, '국민 프랜들리'해야하는데 '국민 후달리게'한다"

어른들이 주도하는 촛불 집회라고 '강도'가 약해던 것은 아니다. 약 4만 명의 시민은 한 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성토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정부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끝까지 미국을 믿으라고 한다"며 "우리나라 국민더러 우리 정부를 믿으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미국만 믿으라니 탄핵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게 정부인데, 이명박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탄핵을 당해도 싸다"고 덧붙였다.

노정열 씨도 "정말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과 장관들이 1회성 쇼가 아니라 앞으로 4년 8개월 동안 매 끼니를 광우병 위험 물질로 만든 탕을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 씨는 "대통령과 정부라면 모름지기 '국민 프랜들리'해야 하는데 '국민 후달리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신들은 누구의 대변인입니까?" 어른들이 주도하는 촛불 집회라고 '강도'가 약해던 것은 아니다. 약 4만 명의 시민은 한 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성토했다. ⓒ프레시안

"깨어나 우리와 함께 하자"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촛불 집회는 9시 30분에 본 행사가 끝났다. 그러나 곳곳에서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한 여학생은 "정부에서는 우리 촛불 집회가 곧 끝나리라 기대하고 있을 테지만 우리 대통령께서 쉴 틈을 안 주시니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오히려 시민들은 "앞으로 촛불은 더 강해지고 더 커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들의 앞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만든 피켓이 있었다. "촛불 집회에서의 1분 1초가 우리에게 가장 큰 공부다"

그 피켓을 든 학생에게 촛불 집회에 나오길 주저하는 시민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외쳤다.

"깨어나라. 우리와 함께 하자."
○…의사 우석균, '스타' 우석균 되다

무대를 바라보던 중·고등학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머, 저 사람!" 발언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른 사람을 서로 가리키며 탄성을 내뱉었다. 영화배우라도 나온 것일까? 아니었다.

주인공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날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그를 아이들이 알아본 것이다. '끝장 토론'에서 정부 관계자이 맞선 우 국장의 활약을 지켜 본 10대에게 그는 의사가 아니라 '스타'였다.
▲ 전날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이 무대 위에 오르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끝장 토론'에서 정부 관계자이 맞선 우 국장의 활약을 지켜 본 10대에게 그는 의사가 아니라 '스타'였다.ⓒ프레시안

○…'승리의 운수노조, 간지 작렬! 킹왕짱! 감동 만빵!'

또 다른 숨겨진 스타도 있었다. "노동운동을 평생 해 왔지만 이렇게 칭찬을 받아 본 적은 처음"이라는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이었다. 그가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운수 짱!"을 외치기 시작했다. 운수노조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송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미친 소 걱정' 국민을 울게 만든 운수노조)

운수노조 홈페이지에는 지난 6일부터 지지 글이 쇄도하고 있다. 정 실장은 "지지 글 가운데 '간지 작렬', '킹왕짱' 등 내가 모르는 표현도 많더라"며 "이 자리에 앉아있는 여러분이야말로 '킹왕짱'이고 '감동 만빵'"이라고 말해 참석자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정 실장은 "외롭고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결정이었지만 '길목만 잘 지키면 수십 명이 수만 명을 막을 수 있다'는 옛말을 기억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조·중·동? "찌라시! 쓰레기"

무대 위에 오른 발언자는 물론이고 촛불 집회 참석 시민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발언자가 "우리의 촛불을 두고 반미 세력이니 정치 세력이니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지 아냐?"고 묻자 4만 여 명이 한 목소리로 "조·중·동!"이라고 대답했다.

그 발언자는 바로 다음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참석자들이 "찌라시! 쓰레기!"를 열 번 입을 모아 외쳤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문화제에 앞서 행사장 정리를 위해 무대 위에 올라선 한 관계자는 "여러분, 조·중·동 기자들 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하는 풍경도 보였다.
▲ "나는 살고 싶다." 촛불의 외침이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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