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사실상 정부의 완패. 기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기자 회견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부 측 설명에 반대 측 전문가는 물론 시민패널, 시청자의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을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라고 밝힌 이선영 씨는 미국 현지에서 전화를 걸어 "정부나 LA한인회장의 주장과 달리 미국 현지인 및 한인주부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밝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이날 토론에서 나온 주요 발언을 정리한 것.
"피할 수 있는 장치 다 풀어준 것 아닌가" vs "광우병 걸릴 확률이 과연 얼마냐"
"제가 염려하는 것은 일반 개개인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여러 가지 정보를 알겠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조치를 믿고 싶다. 문제는 정부가 그런 내용을 제대로 우리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쇠고기는 분명 식품의 한 종류다. 안전성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족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다른 식품과 안전성을 대비해볼 필요가 있고 경제성도 따져봐야 한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비용이 들 때는 어떡할 거냐. 한국 통상 역사상 쇠고기는 가장 민감한 이슈였다. 통상 대국을 지향하는 이상 국제 통상 규범을 알아가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은 '위험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광우병 걸려 죽을 확률이 골프치다가 벼락맞을 확률보다 적다. 그런데 왜 전세계에서 난리를 치나? 이건 위험 평가의 문제고 과학자에 맡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예방의 원칙에 따라 최악의 경부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피할 수 있는 길에 있는 모든 장치를 다 풀어준 것 아닌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게 바로 우리 정부의 문제라는 것이다."(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금 교민들도 우리가 먹었으니까, 우리가 살아있는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증거라고 한다. 정부가 교민들까지 마루타를 만들고 있다. 영국 시민들 영국 고기 먹는다. 그래서 영국 소가 안전하다? 영국에도 교민들 산다. 그렇다고 영국소가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나? 이처럼 그런 논거는 전혀 의미가 없다." (진중권 교수)
(OIE에서 우리나라가 분담금이 적어 발언권과 활동 반경이 떨어진다는 농림부 보고서에 대해) "농림부 공무원이 개인의 소감을 그렇게 쓸 순 있을 것이다. (OIE가) 분담금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대부분 국제기구는 콘센서스 방식이 있다. 의사 결정 과정은 우리가 볼 때 상당히 민주적이다. 한 나라당 한 투표를 하기 때문에…."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OIE 기준을 프랑스에서 지키나? 일본에서 지키나? 그 기준을 지켜서 수입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그 한 명의 생명도 중요한 것이다"
"만약 광우병 걸린 소가 들어온다면 그걸 먹을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 밖에 나가서 우연히 로또를 샀는데 1등에 당첨되고, 여기에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가다가 벼락에 맞아서 죽는 게 동시에 일어날 확률이라고 한다." (정인교 교수)
"로또도 당첨되는 사람이 있죠." (시민논객)
"그 중에서 돈을 찾으러가다가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은 없지 않나? 있다고 해도 한 두 명뿐일 것이다." (정인교 교수)
"그 한 명의 생명도 중요한 것이다. 근원적인 것을 차단해야지, 확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위험한 것에 대해 '조심하라'고 하지 '안심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쇠고기만은 안심하라고 하고 있다. 공포는 알 수 없는 것, 불안한 것에 대해 일어나는 것이다. 국민들의 공포에 대해 조심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시민논객)
"이상길 단장님,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많이 힘드셨죠? 저희 국민들도 무척 힘들다." (또 다른 시민논객)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쇠고기 문제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먹는 것 앞에서 좌우가 구별되나? 먹는 것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론이 의미가 있나? FTA 찬반에 구분되서 광우병이 찾아가나? FTA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나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쇠고기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쇠고기를 먹길 원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준을 정부가 믿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미국산 쇠고기, 한인도 안심하고 먹는다? 사실과 달라"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 주부들이 오늘 토론을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일부 한인단체장들이 미국 쇠고기는 다 먹고 있고 안전한 거라는 발언을 해서 적지 않은 파장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사는 250만 한인 교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입장은 그분들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이번에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저희는 아무런 정치적 근거가 없는 평범한 주부들이었다. 그런데, 저희가 이러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주부들 모임 사이트에서 모여서 성명서 초안을 만들었다. 전 미국, 캐나다까지 포함이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가 자국 내에서 안전하게 먹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는 상당히 다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다수 90% 이상 유통되는 소는 24개월 미만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과 다른 소(30개월 이상)가 한국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같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24개월 미만이라는 소도 관심 갖고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소만 구입하려고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없이 똑같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의 발언에 굉장히 당혹스럽다." (이선영 씨)
"한국에서도 농약친 채소보다는 유기농 선호하는 분 있는 것 아나? 불안하면 소비자들이 나름대로 강구하는 방법 있을 것 같다. 별 문제 없다는 한인회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다. 불안하긴 하지만 농약친 채소도 있지 않나. 개인의 소비성향, 안전도와도 상당히 관련돼 있는 것 같다." (이태호 국장)
"정부는 LA한인회장을 불러서 발언하게 했다. 그것도 전 회장을 불러서 발언하게 해놓고서는, 미국에 사는 한 주부에 대해 왜 이렇게 물어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석균 실장)
"네, 32%나 되고 있네요"
"수입 위생 조건을 모르시는 분하고 어떻게 말을 합니까." (우석균 실장)
"왜 자꾸 거짓말을 하십니까."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
"세계적으로 소에 대한 이력추적제가 다 된다고 보십니까? 완벽하진 않습니다." (이상길 단장)
"네, (미국에서는) 32%나 되고 있네요." (우석균 실장)
"결국 (이상길 단장의 말은)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를 믿는다. 그러니 소비자는 우리 정부를 믿으라'는 얘기 아니냐. 저도 세금을 낸다. 우리가 세금을 미국 정부에 내는 건 아니지 않나." (송기호 변호사)
"국가와 국가간 협정은 신뢰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협정을 하는 것 아닌가? 다 믿으면 무엇하러 협정을 하겠나. 상호간 불신을 제도화하는 것을 협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믿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뭣하러 협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우석균 실장)
"예컨대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건 이거다. 미국 수입업자는 '안전하다, 안전하다, 안전하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정부는 '불충분하다, 불충분하다, 불충분하다'고 맞선다. 그렇게 싸워야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 정부는 세금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딸렸다. 밀렸다. 미안하다.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쇠고기를 먹을 때 이렇게 하시라'고 하는게 정부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떤가? 국민들은 여기에 화가 난 거다." (진중권 교수)
"지금 '어떤 이유에서든지 잘못됐으니까 새로 판을 짜자'는 건데, 국제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협상이나 추가 협의라는 말은 국제 관례에 맞지 않는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놓고 외교마찰까지 가면서 되돌리자고 하면 맞지 않다." (이태호 국장)
"물론 여러분이 보기에는 지금 기준에 비해 굉장히 완화됐고,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굉장히 크다고 이해한다. 지금 기준은 국제기준의 요구다. 우리가 요구하는 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냐는 어려움이 있다. 어쨌든 이런 조건 고려해서 미국의 시스템을 신뢰하고, 잘못된 건 검역과정에서 걸러낸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고 의지다." (이상길 단장)
"쇠고기 검역 문제를 계속 언론에서 협상이라고 하니까, 사실상 주고 받는 일반적인 협상으로 많이들 이해하는 것 같다. 사실 협상은 아니고 수입 검역에 관한 기술적 협의였기 때문에 일정 정도 미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의 협상을 했는데, 국민들의 우려를 봤을 때 무역보복을 당하더라도 광우병을 막겠다고 했다. 그 피해는 어떡할거냐? 그건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정인교 교수)
"(이번 협상에) 빈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금 자꾸 매니지먼트(management·관리)를 어세스먼트(assessment·평가)로 만들고,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대화) 능력은 엉망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얘기할 것은 '빈틈이 있다,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겠다? 전세계에 이런 정부는 없을 것이다. 정부 입장과 국민들의 입장이 다르다. 국민들의 입장을 갖고 협상에 나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
누리꾼 의견도 폭주…'미주 한인 주부 성명' 지지 잇따라 방영 전부터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이날 <100분 토론>은 방영 시간 내내 4만여 건의 의견이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등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방송을 지켜 본 많은 시민들은 게시판을 통해 "정부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HELLOWZ)은 "앞으로 어떤 토론이 있어도 힘만 빠질것 같다"며 "그들은 저질러 버렸고, 그래서 재협상을 하자는데 결코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은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내뱉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누리꾼(KEATSWOO)은 정인교 교수에게 묻는다며 "오늘 토론중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로또를 당첨 받고 집에 가다가 벼락 맞고 죽을 확률'이라고 했는데 이 확률이 낮은 이유는 정부가 건물마다 '피뢰침'을 설치해서 낙뢰를 맞을 확률을 낮춰 주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그 피뢰침 다 부러뜨렸다"고 질타했다. 한편, 전화 연결을 통해 미국에 사는 한인주부들의 입장은 전해준 이선영 씨를 응원하는 글도 줄줄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이선영 씨가 밝혔던 '미국 한인 주부들의 성명서' 전문을 게시판에 올리면서 "미주 한인 주부들이 뿔났다", "한인 회장단은 정부의 꼭두각시인가" 등의 의견을 함께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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