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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 "이명박 정부, 문화재 파괴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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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 "이명박 정부, 문화재 파괴 멈춰라"

문화재청의 '문화재 조사제도 개선안', 대운하 건설용?

고고학계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한국고고학회(회장 이강승)를 비롯해 한국신석기학회, 한국청동기학회, 한국구석기학회 등 고고학 관련 학회는 8일 공동 성명을 통해 "무분별하게 개발만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우리 문화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정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문화재 파괴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기업 부담 줄어들 것"…고고학계 "문화재 파괴 정책"

학자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지난 달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문화재청이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한 '문화재 조사 제도 개선 방안' 때문이다. 이 개선 방안에는 현재 140일 가량이 소요되는 문화재 조사 및 처리 절차를 대폭 개선해 금년 내로 40일로 단축하겠다고 적혀 있다. 또 정부는 조사 기관 설립 요건과 인력의 학력, 경력 요건을 대폭 완화해 현재 1880여 명인 조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개선 방안에는 최근 급증하는 매장 문화재 지표·발굴 조사 수요에 대한 수급 대책과 복잡한 조사 기간 및 절차의 간소화, 불투명한 관련 규정 정비 방안이 담겨 있다"며 "이로 인해 매년 약 250억 원에 달하는 조사 비용이 절감돼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성명에서 "건설업계의 부담 완화와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라는 목표에는 우리 학회도 동의한다"며 "그러나 그를 빌미로 유적 조사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문화재의 파괴나 다름없는 야만적인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매장 문화재 조사는 개발에 따른 행정 절차이지, 개발을 방해하는 규제 사항은 결코 아니다"라며 "행정 절차의 미비로 개발 공사가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현실을 도외시하고, 공사가 지연되는 모든 사유를 문화재조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른 시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개선안은 개발 중심의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대로 정책이 시행된다면 매장 문화재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매장 문화재는 현재를 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과거, 현재, 미래의 후손들이 지키고 소중히 해야 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문화재 조사 제도 개선 방안을 재검토해 매장 문화재를 파괴하는 비합리적인 독소 조항을 폐기하고, 보존을 전제로 하는 합리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파괴 지향적 정책을 개발해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을 기만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문화재청장, 그리고 관계 공무원을 엄중히 문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운하 위한 정책…속 훤히 보인다"
▲ 지난달 7일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한반도 대운하로 인해 훼손되는 문화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한편, 문화재청의 이번 개선 방안은 정부가 추진 의지를 강력히 밝히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반대와 논란을 빚고 있는 대운하 사업을 이 대통령 임기 내로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부터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재 발굴 조사만 해도 수십 년이 걸린다'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들은 운하를 추진하려면 철저한 문화재 조사는 물론이고 현재 한국사회에는 이처럼 대대적인 문화재 조사를 책임질 수 있는 인력, 예산, 시간 모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었다.

문화연대와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이날 고고학회 입장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최근 문화재 발굴을 둘러 싼 이명박 정부의 압박 행위는 각종 개발사업, 특히 운하 개발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운하 개발에 있어 최대 난적이라 할 수 있는 문화재 조사를 사전에 위축시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부가 졸속적이고 형식적인 문화재 조사를 시도할 것이 우려되며, 이는 구체적으로 '발굴허가 완화, 저급한 발굴인력 무단 양산, 함량미달 발굴기관 무더기 허가 등"의 파행적인 방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단 한 번도 정당한 반론이나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결국 제대로 된 문화재 조사나 발굴이 아닌 도굴범을 양산하고 문화재 파괴를 조장할 '문화재조사제도 개선안'만을 일방적으로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화재 조사 제도 개선 방안'은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방안이 아니라 문화재 파괴를 조장하는 '문화재 막개발 방안'에 다름 아니며, 운하 개발을 위해 문화재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적 범죄행위"라며 "비상식적인 정책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고고학자들은 대운하 사업에 필요한 문화재 발굴 및 조사기간은 1년 내외로 잡은 정부 정책에 대해 "상식이 의심된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참여해도 어려운 지표조사를 서둘러 끝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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