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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정립회관 점거 농성 5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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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정립회관 점거 농성 51일째

[현장] 관장 퇴임하지 않고 2년 임기 편법유임

서울시 워커힐호텔 입구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정립회관 노조(지부장 김재원)와 정립회관 공대위(위원장 박경석)가 '운영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11일 현재 51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와 공대위는 "현 관장이 회관 규정을 어겨가며 장기집권을 기도하고 있다"며, 규정대로 정년을 맞은 현 관장이 사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관 측은 이에 대해 인사권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며 노조원들에게 집단 해고 및 징계조치로 맞서고 있다.

***정립회관, 51일간 점거농성...10일에는 농성장 침탈하기도**

정립회관 사태는 이사회가 지난 6월30일부로 정년을 맞은 이완수 관장을 연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이사회는 지난 6월17일 이 관장 후임 선정의 어려움과 함께 정년제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 과장을 2년 촉탁계약직으로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유임 이유로 "행정공백을 막고, 정립회관이 안고 있는 각종 난제를 풀어가는데 이 관장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립회관 내부 규정은 65세 정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립회관 노조는 이에 대해 "규정을 위반한 불법적 결정"이라며 "장기 집권을 기도하는 이완수 관장을 엄호하기 위한 이사회의 독단"이라고 반발하며 지난 6월22일 회관 점거에 돌입했다. 점거농성에는 장애인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박경석)도 동참했다.

점거 농성 이후 회관측과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지난 10일에는 사측이 동원한 광진구 지체장애인 협회 회원들과 정립회관 체력단련 동호회 회원들이 점거 농성장에 쳐들어왔다. 점거농성에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중증장애인들이 많아 자칫 불상사가 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노조원들의 전언이다.

점거농성장 침탈 하루 뒤인 11일 정립회관은 10일의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베니어판으로 만들어진 사무실 일부 벽면은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고, 곳곳에 소화기 분말 흔적과, 집기류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전날 위험했던 상황 때문인지 경찰병력들은 11일 오전부터 배치되어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섰다. 경찰 한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이 점거농성에 다수 합류하고 있어 사측 인력과 정면 충돌할 경우 예기치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대한 직접 충돌은 경찰병력이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제지로 인해 11일 오후 양측의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 형식적 이사회 활동이 장기 점거농성 사태 불러**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이사회의 부적절한 처신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이 관장 유임을 결정한 정립회관 이사회는 당초 그 위상과 달리 요식적 행동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는 일년에 한두 차례 회관을 방문해 회의 몇 시간하고 식사하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사회의 활동이 요식에 머무르자 실질적인 운영과 결정은 오로지 관장에게 일임되어 이뤄졌다. 더구나 현 이완수 관장은 93년 정립회관 관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이사회의 한 일원이기도 했다. 이 점에서 노조는 이 관장과 이사회는 ‘한 통속'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회관 노조는 이사회의 활동이 형식에 머무르고 현실을 감안, 지난 2월 이미 이사회 측에 현 관장의 임기가 6월 말 만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한편, 차기 관장 선정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의 이런 요구에 대해 이사회와 관장은 운영자의 고유한 권리인 인사권에 대한 침해라며 지난 4월 3명 정직, 8명 견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회관 측은 징계결정의 이유로 해당 노조원이 이사회 개최 방해, 업무방해, 명령 불이행, 복무질서 문란 등의 이유를 내세웠다. 또 회관측은 노조가 점거농성에 들어가자 6월말 4명 해고 및 4명 정직이라는 강한 징계를 잇따라 내렸다. 현재 정립회관 노조원 수는 14명에 불과하다.

노조원에 대한 징계방침은 한층 노조와 공대위측을 자극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당한 대화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징계로 노조를 탄압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한층 신뢰가 실리는 부분이다.

***"물러날 때를 스스로 알고 사임했더라면..."**

이번 사태해결은 일면 단순한 속성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노조와 공대위의 주장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정에 따라 현 관장은 관장직을 그만두고, 이사회는 차기 관장을 선임하면 된다. 또 차기 관장 선임과정 뿐만 정립회관 운영에 있어 '민주의 원리'를 보장하면 된다.

점거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장애인도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안다"며 "장애인들이 노조의 투쟁에 함께 하는 이유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에 서있는 이관수 관장은 재임 11년 동안 무리한 운영으로 인한 지적이나, 개인 착복과 같은 부도덕한 행위는 없었다고 한다. 노조 역시 '회계처리 만큼은 깨끗했다'고 인정한다. 이처럼 재직기간 중 별 탈없이 직무를 수행한 이 관장이 불필요한 유임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와 권위가 일거에 무너지는 형국이다.

정립회관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한 장애인은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났으면 (사태장기화로 인한) 이런 불편은 없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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