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현 수준에서는 4.5%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4.5% 이하의 성장률이 될 것이라고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5.00%로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당초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7%로 내놓았으나, 물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등 외부 변수가 바뀜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는 것.
"물가, 하반기에도 안정되기 힘들 수 있다"
이 총재는 또 당초 3.5%를 상한선으로 발표했던 물가상승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우리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 가격, 원화 대외가치 등이 다 물가상승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였다"며 당초 예상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유 가격도 많이 올랐고, 지난 몇달 사이에 환율이라는 변수가 추가됐다"며 '3/4분기 쯤에는 3.5% 목표 수준에 오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보니까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당초 하반기에는 물가가 다소 안정되지 않겠냐고 봤으나, 하반기에도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이날 시장의 기대나 정부의 압력 등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이처럼 변경된 물가상승에 대한 전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경제성장 하나만 놓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총재는 미국과 금리 격차 등을 이유로 제시하면서 한은에 금리인하 압력을 넣었던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시각 차이도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 결정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책임론이 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통화정책 당국도 그렇고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쪽에서는 성장 하나만 놓고 경제정책을 잘했다,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성장 하나만 놓고 잘했다, 잘못했다, 누구 탓이다, 이러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금리격차를 이유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금리격차가 나쁜 것이고 없어져야 경제를 교란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각국의 금리수준은 그 나라 경제상황이 다르니까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금리격차는 하나의 제약조건이지 자본의 유출입을 없게 하는 것이 좋은 정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