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사상 초유의 장기파업을 감행했던 LG칼텍스정유 노조가 6일 오후 전격 복귀선언을 했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전면 파업돌입이래 19일만에 LG정유파업사태는 일단락지었다.
***LG정유노조, 6일 사업장 복귀 전격 발표**
서울 단국대 캠퍼스에 머물고 있던 LG칼텍스 노조원 6백여명은 6일 오후5시 기자회견을 통해 전원 복귀결정을 발표했다. 종전의 '공권력 철수 뒤 사업장 복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사업장 복귀뒤 공권력 철수'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5일 광주 조선대에서 학교측의 요청으로 거점을 서울 단국대로 옮길 때만해도 노조의 전격 복귀결정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노조가 종전의 입장에서 물러서 '대화만 약속하면 복귀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했지만, 사측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징계 등의 사후조치를 준비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더 이상 물러설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다시 상경투쟁을 감행해, LG정유 파업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노조, 고임금논란, 김선일 패러디 퍼포먼스, 파업 이탈자 왕따...여론의 지지 얻지 못해**
노조의 전격 사업장 복귀 결정은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럽게 작용했고,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실질적인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LG정유 사측은 조합원들의 연봉과 함께 복지혜택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LG정유 노동자들의 고임금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노조측은 각종 수당 및 상여금이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에 사측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들이 받고 있다고 사측이 주장한 연봉 7천 이란 액수는 일반 시민들이 장기 파업에 대한 공감대와 연대감을 잃게 했다.
또 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의 회장단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 김선일씨의 피살 장면을 패러디한 퍼포먼스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노조의 도덕성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노조는 이 사태가 불거지자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지만, 김선일씨의 참혹했던 죽음을 여전히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LG정유노조의 행동은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비쳤다.
또 파업 이탈자에 대한 지나친 반발심이 언론보도를 통해 그대로 유포된 것도 이들에게는 악재였다. 파업이탈자의 자택 정문에 그들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한 행위는 노조내 비민주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사측의 회유와 개인사정으로 증가하는 파업이탈자를 노조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강한 규율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탈자의 자택에 그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도배한 행위는 강한 규율 차원을 넘어서 한인간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침해로 일반시민들에게 다가왔다.
***직권중재, 사용자-정부 장기파업 책임 피할 수 없어**
반면 이번 LG정유 장기파업 사태에서 사측의 불성실 교섭에 대한 문제제기는 부각되지 못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된 LG정유 사업장은 노동위원회의 조정 실패와 함께 즉각적으로 직권중재결정이 내려져, 노사자율 협상의 가능성은 애초에 봉쇄돼 버렸다. 지난 지하철 파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측은 직권중재와 공권력 투입에 기대어 성실한 교섭 대신, 노조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며 벼랑끝으로 모는 전략을 취했다.
LG정유 사측 역시 파업전 노조가 수차례 요구한 대화와 교섭에 불성실한 자세를 반복했고, 파업과 함께 공권력 투입 요청 및 노조 지도부에 대한 고소고발을 제기했다. 이처럼 LG정유파업 사태는 직권중재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재확인된 사례다.
필수공익사업장이라고 해서 노조의 불만과 요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당한 파업권을 봉쇄하고 있는 직권중재제도의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과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장기파업에 대해서만 비난해 왔던 것은 무책임한 자세였다. 사측 역시 직권중재에 기대어 성실한 교섭 자세를 보이지 못한 것 또한 정당한 자세는 아니었다.
이처럼 이번 19일에 걸친 LG정유 장기 파업은 직권중재제도의 문제점, 사용자들의 불성실한 교섭자세, 노조의 파업진행과정에서의 비민주성과 오류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로 정부-사용자-노조 모두에게 풀어야할 숙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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