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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지부-보건노조 산별협약안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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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지부-보건노조 산별협약안 놓고 갈등

서울대 "지부교섭권까지 박탈", 보건노조 "최초 산별협약 의의 폄훼"

최초 산별교섭으로 주목을 받았던 보건의료노조가 단위 노조인 서울대병원지부와의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협약 중 10장 2조의 내용이 지부교섭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내부 투표를 통해 '조건부 탈퇴'까지 들고 나왔다. 서울대병원지부의 이런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형사업장의 이기주의적 행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형편이지만, 정작 문제의 10장 2조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은 없는 형편이다.

***산별협약안 10장 2조, 지부(단위) 노조 쟁의-교섭 사실상 봉쇄**

서울대병원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보건의료노조 조건부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찬반투표를 진행해 89.9%로 가결시켰다.

단위 노조가 상급단체 탈퇴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지난 3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 분신과 관련 현대중공업과 상급단체인 금속산업연맹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현대중공업이 금속연맹의 징계방침에 반발 탈퇴의사를 밝힌 사건 이래 두 번째다.

서울대 병원지부의 조건부 탈퇴 논란의 핵심은 산별 협약의 10장 2조에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병원 사용자 협회와 함께 지난 6월 22일 타결한 산별협약 중 10장은 1조 '산별교섭 합의내용을 이유로 기존 지부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와 2조 '단, 임금, 노동시간단축, 연월차휴가 및 연차수당, 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동 협약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로 구성돼 있다.

10장의 1조와 2조는 어떤 의미에서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 1조는 산별협약 보다 지부 단체협약을 우선하고 있는 반면, 2조의 경우는 산별협약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문 그대로 해석을 하면, 산별협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체결된 지부 단체협약은 1조에 따르도록 한 반면, 2조는 산별협약 체결 이후부터는 사실상 지부 교섭을 불가능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이와 관련 "산별노조는 사회적 최저 노동조건을 상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그 본질적 목표로 갖고 있기 때문에, 10장 2조의 내용은 노동조건의 상향적 통일의 원칙이 아닌 하향적 통일을 강요하고 있어 노동자간 단결 대신 분열을 유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지부는 44일간 장기파업을 하면서 내걸었던 요구 조건 중 하나인 신규간호사에 대한 유급생리휴가는 서울대병원측이 10장 2조를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부 노조가 장기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이미 산별협약에서 결정된 사안을 다시 단위 지부노조가 제기한 셈이어서 병원측이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부 교섭과 쟁의 자체를 상당부분 봉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10장 2조는 문제점을 분명히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산별교섭에서 노조가 일방적으로 사용자 측에 밀려 노조에 불리한 협약안을 체결했을 경우 지부(단위)노조가 이에 대한 이의제기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 문제제기는 최초 산별협약체결 의의 폄훼하는 일"**

그러면 문제의 산별협약 10장 2조를 보건의료노조 측이 인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건의료노조는 결성된지 7년 만에 올해 처음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7년이라는 시간은 기업별 교섭이 정착되어 있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산별교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방증하고 있다.

또 올해 산별협약 체결도 병원 사용자들이 산별 교섭의 의의도 파악하지 못하는 한편, 병원 사용자간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수많은 교섭이 결렬되고 결국 파업에 이르기까지 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개별 단위 노조가 제기하기 힘든, 혹은 쟁취하기 힘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5일제에 따른 인력충원, 의료공공성강화 등의 주제를 적극 제기했고, 그에 따른 소기의 성과를 산별협약에 반영하는 성과를 냈다. 산별노조 존재의의를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보건의료노조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산별협약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지부가 산별 협약 10장 2조를 문제점을 부각시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산별협약 최초 체결의 의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것만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며 "올해 핵심 쟁점인 주5일제에 따른 인력충원을 사측이 받아들인 만큼 노조도 일정부분에서는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초 산별협약 의의 강조와 함께 문제점에 대한 평가도 병행해야**

한편, 서울대병원지부노조가 조건부 산별노조 탈퇴까지 결의를 했지만, 실제로 보건의료노조 탈퇴까지 상황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본조와 지부의 갈등은 비록 10장 2조에 대한 입장차이에서 비롯됐지만, 노조 탈퇴까지 비화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 보건의료노조나 서울대 병원지부 역시 산별노조 탈퇴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경우 상호 입는 상처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상호 화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초점은 대형 사업장 노조의 탈퇴 여부가 아니라 최초 산별교섭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와 개별 입장과 해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다. 따라서 보건의료노조는 서울대병원지부 조건부 탈퇴 결의에 대해 주목하기 보다, 서울대병원지부가 제기하고 있는 10장 2조의 문제점에 대해 열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근하는 자세로 임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직권중재 없이 노사자율타결의 모범적 선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의 의의를 한 층 높이는 일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국장도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이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보다 성숙한 산별교섭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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