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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먹어라 그리고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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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먹어라 그리고 조심해라"

[기자의 눈]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다

이명박 정부가 6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또 기자 회견을 자청했다.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기자 회견을 자청한 목적은 간단했다.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은 "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청문회를 앞두고 사실상 기자들의 '입단속'을 위한 자리라는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협상 실패 인정한다면 사퇴가 먼저

메시지도 비교적 명확했다. 민 차관보는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로서 말하건대,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고 답했다.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거의 같은 시간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부가 들썩이는 여론을 무시하고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순서가 틀렸다. 6일 기자 회견에서 민동석 차관보는 사실상 이번 협상이 '실패'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입하는 게 일관된 원칙이었다"며 "그러나 미국 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들면서 계속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압박했고 결국 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느 협상이나 '절대로 내줘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마지노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협상을 결렬시키는 게 더 '국익'에 부합한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그 마지노선은 '30개월 미만'이라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민 차관보는 자신이 인정했듯이 그 마지노선을 포기했다.

민 차관보는 이렇게 마지노선을 포기하면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데 "어떤 정치적 '압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그 책임은 온전히 민 차관보를 비롯한 정운천 농림부 장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이 져야 한다. 즉, 이번 기자 회견에서 민 차관보는 자신의 거취부터 밝혀야 옳았다.

들이밀 걸 밀어야 수긍하지
▲6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해명하는 두 번째 기자 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민 차관보는 미국에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를 요구한 것을 놓고 엄청난 성과처럼 얘기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의 요구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넘는 약속을 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그게 과연 자화자찬할 일인가? 계속 그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 업계 설득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단 그런 조치를 '공포'한 때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바로 그의 말에 답이 나와 있다. 미국 정부는 협상이 끝나자마자 지난 24일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를 1년 후에 실시한다"고 공포했다. 이제 한국은 모든 연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 반면 미국 정부는 공포 전에 자국 업계를 설득하고자 조치를 취해 놓았다. 송기호 변호사가 잘 지적했듯이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의 정의 자체를 바꿔 놓은 것.

미국이 1년 후에 도입할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에서도 여전히 30개월령 미만의 소의 뇌, 척수는 여전히 닭, 돼지의 사료로 쓰인다. 30개월령 이상의 소의 눈, 머리뼈, 등뼈 등도 닭, 돼지의 사료로 쓰인다. '주저앉는 소'라도 30개월 미만이라면 뇌, 척수를 포함한 모든 부위가 닭, 돼지의 사료로 쓰일 수 있다.

그나마 이렇게 구멍이 곳곳에 뚫린 사료 정책도 1년 후에나 이행된다. 또 현장에서 새로운 사료 정책이 제대로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민 차관보는 미국의 기만책에 속아 넘어갔고, 결국 마지노선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대단한 성과'라도 얻은 양 얘기하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차라리 솔직히 말해라

지난 2006년 한국을 찾았던 일본의 광우병 권위자 도쿄의대 카네코 기요토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일본 정부는 차라리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지만 미국의 요구 때문에 수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국민에게 고백하고 각자 대책을 마련하라고 얘기하라. 이게 솔직한 태도다. 안전하지 않은 줄 알고 있지 않는가?"

기자 회견에서 민동석 차관보의 '짜증' 섞인 앞뒤 안 맞는 얘기를 보면서 이 카네코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한국 정부가 얘기하는 상황도 똑같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일부 언론 기자 외엔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자, 제안한다. 민동석 차관보는 7일부터 열리는 청문회에서 어떤 정치적 '압력'이 있었는지 고백하라. 고백할 용기가 없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물론 정운천 장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국민 앞에 사죄하면서 솔직히 이렇게 얘기하라. 그래야, 최소한 돌은 맞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여러 차례 공언했듯이 미국산 쇠고기 위험하다. 하지만 못 막았다. 나름대로 협상 준비를 했는데 미국의 압박이 심해서 기본적인 것도 못 지켰다. (말할 수 없지만 다른 압박도 있었다.) 잘못했다. 공무원으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자기 건강 알아서 챙겨라. 환자가 생기면 정부가 안락한 죽음은 보장하겠다. 그나마 확률이 낮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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