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부-노동계, '직권중재 위헌' 논란 가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부-노동계, '직권중재 위헌' 논란 가열

노동계 "폐지" 요구에 정부 "현상황에선 폐지 불가"

LG칼텍스정유 파업이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사용자들은 직권중재제도에 따라 노조의 파업을 위법행위로 규정하며 엄벌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노동계는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직권중재제도를 대표적 노동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직권중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직권중재제도**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은 공익사업의 경우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조정 신청을 하면 15일동안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거치고 특별조정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의 노동쟁의에서 조정이 이뤄질 가망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조정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그 사건의 중재 회부를 해당 노동위원회에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그 사건을 중재에 회부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중재에 회부된 경우, 이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위법과 월권의 경우에 한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노사분쟁이 발생하면, 특별조정위원회의 15일간의 조정, 조정 결렬시 노동위원회에 중재 권고,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공익위원의 의견을 수렴해 중재회부 결정, 중재재정이 나올 때까지 15일간 쟁의행위 불가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러한 직권중재제도는 현실에서 조정 결렬시 바로 직권중재에 들어가도록 하며 조정 결렬 이후 파업은 무조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직권중재는 대표적 노동악법"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중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이 말하는 노동3권 **

이른바 노동3권은 헌법 33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 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제3항>은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근로자의 노동3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고, 다만 주요방위산업체에 한해 단체행동권은 제한이 가능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헌법과 개정 헌법(2001년 기준)과의 차이점이다.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는 <구헌법 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다만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구헌법과 신헌법이 다른 점은 바로 단체행동권에 대한 법률 유보 문구인 '다만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가 삭제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신헌법이 구헌법에 비해 노동3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헌법 21조 제3항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단체행동권의 제한을 '주요방위산업체'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현행 헌법하에서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공익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박탈할 헌법적 근거는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권두섭 민주노총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부여할 수 있는 직권중재제도는 사실상 헌법적 근거가 없는 위헌적 법률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2002, '직권중재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노동사회 제66호>).

***긴급조정제도**

하지만 일반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빈발하고 장기화할 경우 국민경제와 공공의 복리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입장에서는 난감한 게 사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직권중재제도가 여러 가지 위헌성을 지니면서도 정부나 정치권이 직권중재제도를 존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3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직권중재제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노동계 일반의 지적이다. 이들은 직권중재제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파업 장기화에 따른 시민의 삶의 심각한 침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의 근거는 현행 노조법에서 정부의 '긴급조정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법 76조와 80조'는 "쟁의행위의 영향이 중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노동부장관이 긴급조정결정을 하고, 그 후 30일간 쟁의행위를 금하면서 강제 중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긴급조정'은 일단 필수공익사업장이 파업과 함께 불법규정이 가능한 직권중재에 비해 파업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낮다. 긴급조정은 파업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과 삶이 심각해졌다는 판단 이후에 강제 중재에 들어가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직권중재제도, 단체교섭권과 단결권까지 침해"**

일선의 노조지도자들은 직권중재제도가 단체행동권 제한을 넘어 단체교섭권과 단결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교섭과 노동위원회의 조정 기간 중 사용자 입장에서는 성실한 교섭을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직권중재를 거친후 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이 교섭에 의한 방식보다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재 전 교섭을 성실히 임할 필요가 없다. 이는 단체교섭권 마저도 침해될 소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하철 노조나 LG칼텍스 노조의 파업의 경우에도 각 노조는 사용자들의 불성실 교섭을 여러차례 지적해 왔다.

나아가 단체교섭권이 막힌 노조는 지속적인 조직유지도 곤란한 상황에 이르기 십상이다. 조합원의 이해를 대표하는 노조가 실제로 그들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노조 지도부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단결권 침해로 귀결된다. 노조는 이런 점에서 직권중재제도는 노조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은 구조적으로 불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파업은 경제침체의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오늘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 시민 사이의 반파업 정서에 정부와 정치권이 편승해 '엄단'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에 좀더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