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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일용노동자, "일하게끔 하고 일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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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일용노동자, "일하게끔 하고 일 시켜라"

건설일용노조원 2천여명 포스코센터 앞 상경시위

한여름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27일 오후2시 서울 삼성동 포스코 센터 앞, 2천여명의 군중이 가득 메우고 있다. 이들은 포스코 사업장인 포항·광양제철소 등지에서 건설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관광버스 수십대로 나눠타고 소위 '상경투쟁' 중이다.

청년실업, 명예퇴직이 일상화 된 오늘날, 직장을 가지고 월급이라도 받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세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작업장을 떠나 서울에 모여 더운 날씨에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포스코 작업장 건설일용노동자 2천여명 상경투쟁...일당 12만3천원 목표**

이날 집회에 참석한 2천여명의 노동자들은 건설산업연맹 산하의 포항지역건설노조, 전남동부지역건설노조, 여수지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7월 중순부터 총파업을 진행중이다.

이들의 최대 핵심요구는 '생활임금쟁취'다. 작년까지 직종별 임금하한제(직종별로 최저단가를 설정하는 것)로 임단협을 진행해 왔으나 이로 인해 임금이 하향평준화 되는 결과를 초래해 전략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포항과 전남동부 소속 조합원들은 일당 7만8천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일용직인 만큼 날씨 등의 이유로 1년에 평균 8개월만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 연봉으로 환산하면 1천7백여만원, 월급으로는 월 1백4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들 노조는 현재 민주노총 표준 생계비에 근거, 일당 12만3천원을 요구하고 있다.

***낮은임금, 하도급과 불법적 재하도급이 원인**

이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건설현장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고 있는 하도급과 재하도급 구조가 포스코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포스코를 발주처로 두고 있는 포항제철과 광양제철의 경우 98년 이전에는 설계가의 95% 선에서 발주를 해왔으나, 현재는 설계가의 77% 선에서 발주를 하고 있다. 여기다가 원청인 포스코 건설은 공사금액에서 20% 이상을 삭감해 공사금액을 재산정하고, 다시 82% 정도의 금액으로 하도급을 내리고 있다. 노조는 이를두고 '저가도급'이라고 부른다.

<그림1>

이처럼 건설현장에 만연한 하도급-재도급 행태는 결국 건설일용노동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고 있고, 따라서 그들의 임금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낮은 임금 뿐 아니라 건설일용노동자 보호제도를 현장에서 완전히 무력화 시킬 뿐 아니라 고용이 정식화 되지 않아 근로계약서 미작성, 상습적인 임금체불, 고용보험·의료보험·국민연금의 형식적 집행 등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건설산업기본법은 부실공사 방지를 목적으로 재도급을 금지하고 있어,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건설현장의 하도급-재도급은 모두 불법적 행위가 된다.

***포스코, 상반기 순이익 1조6천3백40억원, 노조 "좀더 분배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한편 포스코는 요즘들어 최대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전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 5백대 기업안에 포스코는 3백6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포스코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기업설명회(IR)에서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9조3백90억원, 2조1천9백6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상반기 순이익만 1조6천3백40억원에 달했는데, 이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이상의 높은 실적이다.

노조는 원청기업인 포스코의 고공비행을 "공사단가의 무리한 축소와 그로 인한 하청 건설일용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포스코가 좀더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볼멘 반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건설현장의 하도급관계를 감안했을 때 이들의 주장이 얼토당토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또 포스코 정규직 직원들과의 처우 격차에서 상당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현장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은 평균 연봉이 5천1백60만원(세전)임에 비해 하청 건설일용노동자들은 1천7백여만원(세전)으로 원청노동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또 포스코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성과급, 학자금, 퇴직금에 관한한 여느 기업에 뒤떨어지지 않은 수준인데 반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은 당연히 이런 혜택과 무관한 실정이다.

<표1>

건설연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포항지역 건설일용노동자들은 경력10년을 상회한 숙련 기능공임을 감안하면,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와의 현격한 임금격차는 높은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휴게실, 샤워실, 식당도 열악**

한편 이들의 불만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한 번 더 증폭하고 있다.

노동이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식당, 탈의실, 샤워실 등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지만, 이들 건설일용직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들에 따르면 건설일용직을 위한 식당은 아예 없어, 도시락을 시켜 먼지구덩이에서 식사를 하고, 탈의실도 몇 개의 컨테이너로 대신하고 있다. 휴게실 역시 없어서 현장 여기저기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자는 형편이다. 작업을 위한 필수장비인 안전화도 입사시 1회밖에 지급하지 않고 있고, 용접모 등 안전장구는 자비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또 샤워실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작업특성상 오염물질이 많아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사용을 기피해 잦은 갈등을 빚고 있고, 노조의 현장 출입을 통제하여 노조활동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낮은 임금, 불법적 재하도급, 정규직과의 처우면에서 큰 격차, 미비한 노동 인프라 시설 등이 바로 건설일용노동자들이 더운 날씨에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 서울 강남 한 복판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이유다.

한낮의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밀집모자를 쓰고 수건을 둘러쓴 한 40대 노동자의 한 마디는 "일하게끔 하고 일 시키세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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