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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만 빼고 다 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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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만 빼고 다 아는 이야기"

[토론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현주소는?

"지난 20년 간 한국사회는 '자유민주주의적 개혁단계'를 거쳐 왔으며 이제 '사회민주주의적 개혁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병목지점'에 처해 있다. 그 병목지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신보수정권의 출현'이라는 우회로로 들어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은 바로 이 병목지점을 돌파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짊어지고 있고 그것이 바로 자기성장의 기반이기도 하다."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 '병목지점'을 얼마만큼 뚫어가고 있을까? 역사적 과제를 풀어내면서 동시에 자기성장을 이룰 힘은 얼마나 갖고 있을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가 30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토론 중에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 교수와 나란히 앉아 있는 토론자들의 면면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관련 기사 : "진보정당,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이수호 민주노동당 혁신-재창당준비위원장, 전재환 진보신당 인천시당 공동대표(금속연맹 전 위원장)이 그들이다.

양대 노총은 같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정답이라며 대선과 총선을 치러냈고, 한 때 민주노총 위원장과 금속연맹 위원장으로 한 배를 탔던 두 사람은 이제는 각각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입장을 밝히는 사람으로 토론자로 나왔다.

선명히 다른 '내일'

"요즘 참 힘들다. 지금 이 자리도 무척 곤혹스럽다"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첫 마디에 전재환 전 위원장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입을 떼었다. 하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미래에 대한 입장차는 분명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민노당이 잘못한 것이 많지만 참 중요한 시기에 당을 박차고 나가서 진보진영에 그나마 우호적인 사람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다른 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 탈당 후 진보신당으로 옮겨간 전재환 전 위원장은 "분당까지 가게 된 것은 어쨌든 민노당이 이념과 노선을 묶어내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전 전 위원장은 민노당의 핵심 슬로건이었던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관련해서도 "말은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설득해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노총 정책연대 후보에 들어가려고 민노당이 과거의 한국노총 비판에 대해 사과를 했다 철회한 것 등의 정책적 오류가 반복되면서 실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어디까지 왔을까? 대선 이후 분당에까지 이른 양측은 이처럼 서로의 지난날의 선택에 대한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시선은 날카로웠다.ⓒ연합뉴스

"보통 사람의 변화, 진보세력만 몰랐다"

정작 당사자들은 이처럼 서로의 지난날의 선택에 대한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어쨌든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합해 총선에서 얻은 성적은 4년 전의 절반 수준이었다. 진보정당의 추락에 대해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진보세력이 말한 양극화의 성공적 확산이 진보세력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로 세상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면 뉴타운, 특목고 등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한다'는 것이 나타났다"며 "변화하는 보통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태도를 진보세력이 포착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총선 결과로) 자인한 셈"이라고 혹평했다.

조희연 교수도 "대중들은 자신의 생활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또는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개발전략을 가진 신보수적 정치에 희망을 건 것"이라며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또 "일종의 신보수적 민생해법이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에겐 청계천, 문국현에겐 유한킴벌리, 진보정당에는?"

이같은 평가는 진보정당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과도 직결된다. 조 교수는 진보정당이 "대안적 현실전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명박에게는 청계천이 있고, 문국현에게는 유한킴벌리가 있는데" 진보정당에게는 무엇이 있냐는 비판이기도 했다.

조 교수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4대 개혁입법'이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이제 '4대 사회경제 개혁입법'과 같은 것을 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영 처장도 "교육, 주거, 노후 등 대다수 서민이 느끼는 현실적이고 절실한 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적 대안이 있는지 재검토해 이를 보수세력이 선점해 그들의 정치적 자양분이 되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의제에 반대와 저지로 가는 것은 대중에게 우리가 소수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상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진보정당의 분열에 대해서도 책임 공방보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김 처장은 "분당 갈등 과정에서 원내 진입 이후 4년에 대한 반성과 냉철한 평가를 생략해 버렸던 것이 가장 뼈아픈 것 아니냐"고 꼬집으며 "오랜만에 진보진영 전반에 상당한 성찰과 반성, 혁신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반대 입장이었다는 조 교수는 "이제는 분당이 현실화된만큼 두 정당이 '갈등적 협력'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구를 적절히 분할해 상호 중첩되지 않는 식의 방법과 같은 방안을 통해 "적대적 갈등이 아닌 비적대적 갈등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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