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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민족'은 없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중화 제국주의' 생각

나라의 꼴이 급격히 망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경제가 큰 문제다. 제2의 IMF 사태를 예감하는 전문가들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골프장 피'를 낮춰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여기에 이름을 붙이길 'S라인 정책'이란다. 바로 '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 출신) 정부'라는 비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사회경제적 실체에 대해서는 이미 '강부자'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체 국민의 1%도 안 되지만 이 나라의 땅을 대부분 소유하고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강남 땅부자'라는 뜻이다. '골프장 피' 인하로 경제를 살리겠다니, 정말 '강부자 정부'와 '강부자 청와대'다운 발상이 아닌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골프장 피'가 무엇인지, 얼마나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예 관심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을 일으킬 것이 분명한 미국 소를 세계에서 최초로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조공 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한 일을 '설거지'했을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설거지 정부'인가? 대체 언제까지 '설거지'나 할 것인지 궁금하다.

여기에 덧붙여 이명박 정부는 2500명이 넘는 교수들과 70%가 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는 '반민주적 정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우리의 식수원인 강을 모두 파괴해서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만들겠다는 것보다 더 비실용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책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삶은 급격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반면에 1%의 특권층은 온갖 규제완화를 통해 승승장구의 길로 치달리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명박 정부는 거대한 '국민 운동'을 펼칠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이 나라를 정확히 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로 되돌리려는 모양이다. 거대한 토건사업에, 거대한 국민운동에, 그리고 경찰력 강화까지, 70년대 개발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퇴행적 정책은 이미 너무나 많다.

그런데 시위에 대한 이른바 '백골단' 투입 등의 경찰력 강화를 공공연히 외친 이명박 정부는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에 의해 큰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백골단'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두환 시대로 퇴행하는 '백골단'이야말로 세계적인 망신거리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성화의 국내 봉송이 진행된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국내 체류 중인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티베트 시위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주변에 있던 중국인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문제가 살짝 가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제위기의 그림자는 계속 짙어지고, 복지는 계속 축소되고, 1%를 위한 골프 정책은 강화되고, 교육비는 끝없이 오르고, 광우병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투기는 더욱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CEO를 자처하며 나라를 '주식회사'라고 부르니, 대한민국은 이미 '1%민국'이 되었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한국 주식회사'라는 말은 '일본 주식회사'라는 말을 모방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경제만 아는 일본에 대한 경멸과 불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문제에 대해 자꾸 얘기하게 된다. 상황이 이미 절박한 지경에 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70년대 개발독재 시대를 모방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거스른 정책은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 뿐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1%를 위해 최소한 80%의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제 정말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조금 얘기해 보자. 사실 시위에서 폭력은 왕왕 발생하는 일이다. 물론 폭력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폭력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도와 이유다. 이 점에서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중국인 시위대는 올림픽 횃불 운반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잘 알다시피 2008년에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중국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이 때문에 명나라의 영락제가 건설한 '옛도시' 베이징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희한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선 '신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중국은 올림픽을 이용해서 자신의 능력과 위세를 세계에 떨치려고 한다. 그런데 커다란 장애물이 등장해서 중국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티베트 문제'가 그것이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중국공산당과 마오쩌둥은 1951년에 티베트를 점령해서 식민지로 만들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티베트의 해방과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전역에서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자신의 능력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행사로 추진하고 있지만, 티베트의 독립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식민지 티베트의 해방을 위한 정치적 계기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가 식민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티베트는 청나라 때부터 중국의 영토였으며, 중국은 그것을 다시 회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랫동안 티베트는 독립국이었다. 그리고 대다수 티베트인은 지난 57년 동안 부단히 해방과 독립을 요구했다. 중국은 무력으로 티베트를 점령해서 지배하고 있다. '티베트 문제'의 실체는 '중화 제국주의 문제'인 것이다.

중국은 이미 많은 티베트인들을 억압하거나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한족 이주정책'을 펼쳐서 지금 티베트에는 티베트인들보다 한족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인을 조선으로 적극 이주시켜서 민족적으로 조선을 일본인의 땅으로 만들고자 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조선정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티베트 정책은 잘못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티베트 문제'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해도 문제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잘못된 티베트 정책에 있다. 티베트는 독립되어야 한다. 중국은 티베트인의 반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티베트를 점령할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이 티베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한족이라는 거대 민족과 55개의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족이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는 반면에 소수 민족은 7%일 뿐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한족이다. 중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구 문제'가 꼽히지만 그것은 사실 '한족의 인구 문제'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족별 영토의 상태이다. 전체 인구의 93%를 차지하는 한족의 땅은 전체 중국 영토의 절반 정도이며, 나머지는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55개 소수 민족의 것이다. 사실상 '한족 정부'인 중국 정부는 '중화 민족'이라는 이론을 내세워서 55개 소수 민족의 땅에서 한족이 살게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베트의 독립은 소수 민족의 연쇄적 독립을 촉발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족과 소수 민족의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민족자결과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보자면, 국가의 형성은 강압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중국의 티베트 점령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사실 한족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중국인 유학생들을 동원해서 시위를 하도록 해도 이런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문제만 더욱 더 명확하게 드러날 뿐이다.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력으로 잘못을 은폐하려는 것은 '중화 제국주의'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울 뿐이다.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은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는 티베트인과 한국인에게 가해졌다는 점에서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시위대를 직접 조직한 중국 정부가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더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중국은 사실 기형적 상태에 있다. 100여 년 전에 량치차오가 고안한 '중화 민족'이라는 기형적 이론은 이런 사실을 덮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잘 보여줄 뿐이다. 그 핵심에 '티베트 문제'가 놓여 있다.

중국 정부는 '중화 제국주의'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직시해야 한다. 중국인 시위대의 폭력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울 뿐이다. 민족자결과 민주주의는 누구나 존중해야 하는 보편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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