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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가 싸다'는 '무식한 소리'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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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가 싸다'는 '무식한 소리'는 그만!"

[화제의 책] <죽음의 밥상>

"도무지 먹을 게 없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식품 안전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조류인플루엔자(AI) 파장도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광우병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느긋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도시인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고 있다"며 "(쇠고기 수입 협상을 통해)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견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수 언론이 앞장서 "미국 사람이 다 먹는 쇠고기가 뭐가 문제인가"라는 '낙관론'을 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열장 속 쇠고기는 '불안'보다는 '식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철학자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함께 발로 뛰며 취재해 펴낸 <죽음의 밥상>(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은 이 같은 낙관에 충격적인 반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풍요로워 보이는 미국 가정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현대 축산업의 행운은 국민이 가축에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 ⓒ프레시안

'밥상의 진실'을 벗겨내고자 저자들이 선택한 방식은 꽤 흥미롭다. 이들은 '전형적인 현대 미국 가정식 식단', '양심적인 잡식주의 가정의 식단', '완전한 채식주의 가정의 식단'을 구분한 뒤, 실제로 이같은 식생활을 하는 가정을 방문해 이들 가족이 구입한 식품의 경로를 역추적했다.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세 가정에서 구입한 식품과 관련된 업체는 총 87개였지만, 협조에 응한 업체는 14개 뿐이었다. 특히 대규모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들은 "축산업자들 중에 왜 그 업계가 그토록 비밀주의로 가는지 솔직히 말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대신 동물학과 교수인 피터 치키의 말을 인용한다.

"현대 축산업을 위해서는, 고기가 접시에 오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이 적게 알수록 좋다. (…) 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산업화된 국가들의 국민은 몇 세대 동안 농촌과 동떨어져 살아왔고, 따라서 가축을 어떻게 기르고 처리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의 끈기는 '비밀주의'로 지켜왔던 농장의 울타리를 넘었다. 이들은 때로는 직접 농장의 일꾼으로 취직해 사육의 실상을 체험하면서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다. 그들이 확인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싸고', '질이 좋다'고 믿고 먹는 식품이 만들어지는 끔찍한 과정이었다.



'질 좋은' 고기의 진실

미국 내 공장식 농법의 발달은 육류 소비를 촉진했다. 이제 미국인은 육고기, 새고기, 물고기를 합쳐 일인당 한 해 평균 200파운드(약 90킬로그램)의 고기를 먹는다.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축산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닭고기의 99%이상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닭장에서 역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6주를 보낸 닭에서 나온다. 이 닭들은 분당 90마리를 죽이는 컨베이너 벨트에 매달려 도살된다.

이런 와중에도 죽지 않은 닭들이 있다. 빠른 생산 속도를 유지하고자 멈추지 않는 기계가 모든 닭을 완전히 도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죽지 않은 닭은 산 채로 튀겨진다. 달걀 제조업체에서는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를 산 채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돼지고기와 쇠고기가 만들어지는 실상도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매년 3600만 마리의 고기소가 길러지는데, 이 소들은 풀 대신 싼 값의 옥수수 또는 닭장이나 레스토랑에서 유래된 온갖 쓰레기를 먹는다. 매년 100만 톤에 달하는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남은 모이 등)가 여전히 소의 사료로 처리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육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수다.

'싼 값'의 진실

대량으로 소를 사육하는 '공장식 농법'에서 나온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에게 싸게 제공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 비용은 결국 형태를 바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공장식 농장 인근에 사는 이들이다. 대량으로 배출되는 가축의 오물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장에서 부상의 위험을 안고 일한다. 미국 최대의 식육품 회사 중 하나인 타이슨푸드의 연간 이직률은 100%가 넘는다. 1999년 '올해의 10대 최악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타이슨푸드는 그 해에 노동자 7명이 산재사고로 죽었다.

공장식 농업은 더 큰 비용을 모두에게 전가한다. 광우병은 보다 싸게, 보다 많은 소를 키우려던 농장주들을 위해 고안한 육골분 사료에서 기원했다. 2005년 10월, 유엔은 AI 유행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다수의 동물들을 좁은 지역에 몰아놓고 기르는 축산 방법'에 있음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변이된다면, 2억 명이 넘는 이들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5년, 미 상원은 조류독감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백신과 여타 약품을 확보해두는 일에 8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동의했다. 그런 정부 지출은 사실상 세금으로 가금 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과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끊임없이 고민하라

도살되는 소와 닭, 그리고 돼지에서 출발한 탐험은 유기농 식품, 공정무역,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지역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것이 타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식품보다 더 윤리적인 소비인지, 또는 제3세계의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석유 소비를 줄이는데 더 기여하는 등의 문제에 관해 이들은 꼼꼼하게 비교하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논쟁은 '먹을거리'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먹는다'는 행위는 단지 스스로의 배를 채우거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 구조 및 동물의 고통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치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결론적으로 제시한 식생활은 유기농 식품, 공정무역, 로컬푸드를 고려한 완전한 채식의 삶이다. 그렇다고 언제 어디서나 엄격하고 윤리적인 식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또 저자들은 누구나 이런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한계도 인정한다. 단 윤리적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먹을거리'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벌이는 일 중에, 농업만큼 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일은 거대한 글로벌 산업 시스템에 동참하는 일이다. (…) 화학물질과 호르몬제는 강과 바다에 흐르고, 조류독감과 같은 병이 번진다. 농업은 거의 모든 생명에 손을 뻗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내린 먹을거리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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