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라면스프와 알약은 어쩔 건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라면스프와 알약은 어쩔 건가"

광우병 불안하면 美 쇠고기 안 먹으면 된다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겠다고 결정하면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타결된 한미 간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르면 빠르면 5월 중순부터 그동안 광우병 감염을 이유로 수입이 중단됐던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전면 수입된다. 또 30개월 미만의 쇠고기에 대해서는 '광우병 위험 물질(SRM)'로 분류돼 수입이 제한됐던 뇌, 머리뼈, 척수, 눈 등도 수입을 할 수 있게 됐다.

증폭되고 있는 불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게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정부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난 2006년 농림부 가축방역협의회 관계자는 한 토론회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었다.

그러나 단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우병 위험물질에 대한 '빗장'을 풀 경우 이를 접촉할 수 있는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알약, 화장품도 광우병 위험에 노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알약의 캡슐에 쓰이는 젤라틴은 소의 뼈에서 추출하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동물성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석균 실장은 "유럽에서 식물성 화장품이 나오게 된 계기도 광우병이었다"며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vCJD)에 걸린 채식주의자가 발생하자, 그 원인이 화장품이나 의약품이냐를 놓고 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소의 뼈나 지방 조직을 원료로 만드는 우지, 젤라틴, 콜라겐은 화장품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정전기방지제, 두발 및 피부 컨디셔닝제 결합제, 계면활성제 등에 이들이 쓰인다. 또 소의 혈장은 백신 생산에 쓰이며, 태반은 노화방지제품 등 화장품 원료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비록 30개월 미만이라는 규정을 달긴 했지만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될 경우, 값이 싼 미국산 쇠고기의 뼈가 이 같은 제품 생산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광우병이 발생했던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인간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의 사용을 금지했다. 1997년 EU 집행위원회는 소 추출물 뿐만 아니라 광우병 소의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어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는 양, 염소의 조직 등 인간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광우병위험물질의 사용을 금지했다.

또 약 10년 전인 1999년 미국 화장품 전문지 <더 로즈 시트(The Rose Sheet)>는 미국 소비자단체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 환자들이 광우병에 오염된 원료가 있는 화장품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들은 당시 청원에서 "FDA가 사람 및 동물에 광우병이 전이될 위험을 정확하게 다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영국 및 북아일랜드산 소를 원료로 한 의약품과 그 원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미국 등 나머지 발생국의 소와 양, 염소, 물소, 사슴 등 반추동물 유래 의약품 등 및 해당 원료 수입시 수출국 정부가 발행하는 미감염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화장품에 대해서도 광우병 발생국가에서 생산된 반추동물의 뼈, 척수 등 '특정위험물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혈, 이식 통해서도 전염 가능
▲ 전문가들은 원산지표시제가 적용되지 않는 라면스프나 소의 뼈에서 추출한 원료가 쓰이는 알약캡슐 등을 통해서도 광우병 감염원이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레시안

문제는 화장품과 의약품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소의 뼈는 분쇄돼 라면스프, 조미료 등 가공식품에 널리 쓰인다. 우석균 실장은 "가공식품의 경우 원산지 표시는 주재료 이외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뼛가루는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차오염을 통한 감염은 식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광우병의 상위 개념인 '전염성 해면상 뇌증'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칼턴 가이듀섹은 "광우병 소의 뼈를 갈아 만든 사료를 먹은 닭이 감염될 수 있다"며 "닭의 배설물은 채소의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우병이 영국에서 한창일 때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정원사들에게 "장미, 관목에 혈액과 뼈를 원료로 하는 비료를 줄 때에는 장갑, 방진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채식'하면 안전할까…광우병의 모든 것 알려주마 )

광우병 감염원인 '변종 프리온 단백질'이 인간에게 전염된 이후에는 인간끼리의 감염 가능성도 커진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국장은 "광우병의 감염원인 프리온의 경우 수혈이나 수술도구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또 프리온을 가진 이가 장기를 기증하는 이식수술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수혈로 '인간 광우병'이 전염된 사람이 1만4000명 이상이라는 보고 결과가 있다"며 "인간 광우병이 전염된다면 수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 건강권 위협으로 보는 인식은 의료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미국이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우리나라 역시 그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광우병의 공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댐 무너진 다음에 홍수 피하는 방법, 뭐가 있을까"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 같은 불안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함께 미국산 소에서 나온 원료 사용도 전면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미국산 소 태반 등을 당장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허용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농림부로부터 양국 협상의 상세 내용을 전달받는 대로 미국산 소의 태반과 혈청 등의 수입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내놓은 대책에 광우병에 대한 예방책이 전무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우석균 실장은 "정부는 원산지 표기를 강화하고 국내 소에 대한 이력추적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광우병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 소는 이력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이력추적제를 실시할 건데 왜 당신들은 하지 않냐고 따지고 요구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광우병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박상표 국장은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과, 무너진 다음 홍수의 위험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와 비슷하다"며 "결국 댐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