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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0교시와 우열반만이 아니다"

교육·사회단체, '자율화' 반대 농성·1인시위 돌입

지난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한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전국 16개 시도부교육감은 최근 대책회의를 열고 0교시, 우열반 편성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폐지 대상에 포함된 29개 지침 중 0교시, 우열반 편성 규제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전문계고(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등 그간 공교육 정상화 과정에서 시행됐던 지침이 단지 '규제 철폐'라는 이유로 한꺼번에 폐기되는 데 따른 문제점이 만만치 않다는 것.

범국민교육연대와 입시폐지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학교 자율화 방안에 항의하는 무기한 농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진화 위원장도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전교조, 학벌없는사회,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19개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그간 지적되어 온 문제점과 더불어 언론에 드러나지 않았던 학교 자율화 계획이 가져올 파장의 심각성을 낱낱이 지적했다.

"걱정해야 할 것은 '건강'만이 아니다"
▲ 범국민교육연대와 입시폐지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학교 자율화 방안에 항의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프레시안

이날 토론에 나선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논란거리로 떠오른 0교시와 보충학습 이외에도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폐지해서는 안될 지침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배경내 활동가는 "대표적인 것이 △종교교육 교육과정 지도 철저 지침 △전문계고(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그리고 6월 2단계로 폐지될 예정에 있는 △초·중등학교 학교규칙 제정 인가 지침"이라며 "이 지침에는 학생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당사자들과 교육·인권단체들의 노고가 배어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폐지되면 종교계 사립학교(이른바 미션스쿨)에서의 종교 예배와 교리 교육 강제를 통한 사상·종교·양심의 자유 침해나 학사일정도 무시한 채 실습 요건도 갖추지 않은 인력업체와 제조업체 등 노동착취 사업장으로 실업계고 학생들을 팔아넘겨왔던 현장실습, 교칙의 횡포를 부채질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경내 활동가는 "현재 교과부의 자율화 계획을 두고 주로 학생의 건강권에만 초점을 맞춰 우려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습 노동의 가중은 단지 학생의 건강권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권을 총체적으로 뒤흔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도, 학교 안팎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시간도,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누릴 시간도 보장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체념과 절망을 더욱 부채질하여 학생 인권의 총체적 후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학생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시간과 기회는 물론 그 동기마저 꺾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장 우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학교문화 만들기 위한 노력 물거품"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비난했다.

박이선 부회장은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계획' 폐지에 대해 "촌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뒤 정부는 학교 자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고 이를 학교평가에 반영하도록 해왔다"며 "이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부회장은 "2000년 들어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교복공동구매를 하며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왔다"며 "학부모회가 법제화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들만의 힘으로 교복공동구매를 해나가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교복공동구매지침 폐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학습부교재 선정 지침' 폐기와 관련해서도 "학습 부교재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심각한 고등학교에서는 사용빈도가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나 3년 전부터 부교재 선정과 관련하여 20% 가까운 리베이트가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지침마저도 규제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자치 조직 없는 '학교 자율화', 학력 경쟁 기관으로 전락할 것"

또 전교조 임병구 정책기획국장은 교과부가 발표한 '자율성 확대' 방안이 실제로는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은 배제된 채 학교장과 학부모의 권한이 강화되는 현상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병구 국장은 "현재 학교 구성원의 의사 결정 구조는 학교장에게 집중되어 있다"며 "교과부의 권한이 학교로 넘어 가면 현재 임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장협의회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장협의회는 단위학교 학사 운영을 다양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담합 구조를 통해 서로 비슷비슷하게 학교를 운영해 왔다"며 "지금처럼 교장 승진 구조가 단선적인 상황에서 학교장들의 협의 구조가 더 강화되면 방과후학교 운영 방안, 학사 일정 등 교장단의 결정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병구 국장은 "이번 지침이 학교 단위의 자율 경영 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지만 교사회나 학부모회, 학생회 등 자치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학교를 '학력 경쟁 기관'으로 운영하자고 주장하는 교장과 학부모회 임원 중심의 학교 운영 독점 체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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