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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리더십이 문제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2> 한나라당 '견제의 정치력'이 관건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작된 4월 15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먼저 시작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6% 성장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재정투입, 감세, 규제 완화등으로 내수를 진작 시키겠다."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주장한 강장관을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내수진작을 위한 추경편성을 위해 국가 재정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 재정법을 손봐서라도 추경을 통한 내수 진작을 해야겠다는 정부나 추경 편성을 위한 국가 재정법 개정은 안 된다는 한나라당이나 강경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들의 설전을 보는 사람들은 마치 여·야간 대결을 보는 듯 했다 하니 집권세력 내 충돌치고는 상당히 강도 높은 충돌이었음이 분명한 듯하다.

학교 자율화 논란이나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 또한 당·정간 이견 표출의 강도나 쌍방 간 조정 과정이 극히 거칠어서 정책 자체가 던져준 충격도 충격이지만, 당·정간 갈등 양상이 던져준 충격도 적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연속성을 가져야 믿을 수 있는 나라 아니냐", "정책 신뢰의 문제가 제기 될 것이다", "10년만의 정권 교체로 들어선 정부가 이렇게 미숙한 모습을 자꾸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할 정도였겠는가.

당정 간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자 청와대와 정부와 한나라당은 4월 18일 서둘러 고위 당정청 협의를 갖고 조율에 나섰다. 강재섭 대표가 "당정 간 협의나 조율이 안 된 정책들이 잘못 알려져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준 것은 유감스럽다"며 강한 톤으로 정부 측을 질책하자 한승수 국무총리가 "당정 간에 이견이 있으나 잘 조율해서 하겠다"고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당·정·청간 이견이 해소된 것 같지도 않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법도 없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강 장관의 추경 관련 '소신발언'은 21일에도 계속됐고 이에 대해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당을 망하게 하려면 그렇게 하라지"라며 또 다시 직격탄을 날렸으니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들은 모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혁신 도시는 1차적으로 10여개의 기초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이해당사자들이지만 사실은 비수도권 국민 전체가 잠재적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겠고, 학교 자율화 또한 전국민이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다.
▲ ⓒ청와대

더욱이 우열반 부활 등 감성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임에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추경은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옛날과 달라 이제는 추경, 즉 세금의 추가 씀씀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이번 파동의 원인은 국민의 관심이 높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많은 교육, 지역혁신, 추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 사안들을 당과의 사전 조율과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정부의 독주가 사태를 그르쳤다는 것이다.

강재섭 대표가 "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 편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한 것이나 안상수 원내대표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우리는 뒤치다꺼리 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비판한 대목은 이번 정부의 독주를 보는 한나라당의 비판적 시각을 여과 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적 통치철학이 자칫 정부의 정책독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되어 왔고, 인수위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어느정도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계속 되는 것은 왜일까.

주원인은 역시 대통령의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적 리더십에 있는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장관들이 이토록 집권당을 무시하듯 그렇게 급하지도 않은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문제의 핵심에 대한 정치적·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능주의 실용주의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단시일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리 시간을 많이 주어도 대통령이 자신의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기능주의와 실용주의 리더십이 나름의 긍정성과 대중적 소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기능주의와 실용주의 리더십에 편승한 정부의 독주 또한 원천적으로 제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이번처럼 정부의 일방적 독주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자신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꿀 수 없다면 정부를 견제하고 길들일 수 있는 당의 정치력이라도 최대한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어찌 보면 참으로 가망 없는 길이고 힘들고 승산 없는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집행력을 갖고 있는 관료집단 전체와 싸우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 길을 통해 정치력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제대로만 한다면 국민의 지지가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이 길이야 말로 이명박과 함께 가면서 이명박을 넘어서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정·청 협의가 단순한 정책조율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치력 강화의 핵심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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