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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잃은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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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용이 잃은 게 무엇인가"

참여연대ㆍ경제개혁연대 등 "삼성 쇄신안, 생색내기에 그쳐"

"기업지배구조 개선 없는 경영 쇄신? 말장난일 뿐!"

삼성 비리 의혹을 오랫동안 파헤쳐 왔던 시민단체들이 22일 발표된 삼성 쇄신방안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삼성 쇄신안…소리만 요란할 뿐, 구조적 문제는 여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비장한 어조로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삼성의 구조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일가가 낮은 지분율로 삼성 계열사들을 장악하려고 동원한 편법인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이날 발표된 쇄신안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직후, 삼성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거짓해명을 일삼았던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게다가 이재용 씨가 삼성에버랜드 CB, 삼성SDS BW를 인수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배임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이 이날 발표한 쇄신안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차명자산, 유익한 데 쓴다고?…이재용이 입힌 손해부터 해결하라"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산을 증식시킨 것이 경영권 승계 문제의 본질"이라며 "이건희 회장 일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에버랜드를 포함해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e삼성,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등 손해를 끼친 회사에 보상했어야 마땅하나 이 같은 방안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성명 전문 보기)

삼성이 저지른 잘못 가운데 상당 부분은 무리한 경영권 승계를 억지로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삼성의 후계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절차가 빠진 쇄신안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참여연대는 "지난 1998년 실명 전환한 삼성생명 주식 700만 주에 대한 상속세 납부 언급이 없는 점, 특검 수사에서 차명주식임이 밝혀졌으나 조세포탈 혐의를 받지 않은 삼성생명 주식 16.2%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의혹의 해소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삼성이 차명으로 관리해 온 계좌를 실명화해 공익 목적을 위해 쓰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들의 손실에 대한 환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업 진출 안 한다?…자통법 시행되면, 어차피 은행 업무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성명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를 바꾸지 않은 경영쇄신은 국민을 기만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 (☞경제개혁연대 성명 전문 보기)

이를테면 삼성은 이날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급결제기능을 포함한 실질적 은행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다.

또 삼성이 이날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 에버랜드 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이미 지난 2006년 국회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에 따라 5년 내에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마치 이것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삼성의 의지를 보이는 새로운 것인 양 강조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은 잃은 게 없다"
▲ 이재용 씨.ⓒ연합뉴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한마디로 이재용 씨는 이번 쇄신안 발표를 통해 잃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발표 내용은 보험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승계하겠다는 속내를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삼성이 큰 의미를 부여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 퇴진에 대해서도, 경제개혁연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 총수는 애당초 법적 실체가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영 퇴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건, 아니건 현재의 역할에서 큰 변화는 없으리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백의종군을 약속했다가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 다른 그룹 총수들의 과거 사례를 고려하거나, 또는 총수가 등기이사 직위 없이도 얼마든지 그룹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오늘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약속이 '총수의 실형 선고를 피하기 위한 쇼(Show)'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후 집행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수빈 대표 체제, 이건희 친정체제 유지하려는 의도 아닌가?"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차명계좌 조성에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한 문책이 빠져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차명계좌 명의인 가운데 한 명이며, 1999년 이재용 씨가 삼성투신 지분을 인수할 당시 삼성생명의 임원이었던 이수빈 씨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인사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 비리 의혹을 오랫동안 제기해 왔던 이들이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이 회장의 사과에서 도무지 반성의 기색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양심고백을 한 이후, 삼성 측이 끊임없이 거짓해명을 하고 인신공격을 퍼부은 것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

삼성이 거짓으로 해명한 사례는 많다. 지난해 삼성 측은 "차명 계좌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을 스스로 뒤집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7년 고(故) 이병철 회장에게서 상속받을 당시 "재산조사팀을 동원하여 한국은 물론 일본에 있는 재산까지 빠짐없이 조사하여 성실히 신고했다"라고 거짓 발표를 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다양한 거짓 해명들에 대한 사과가 없다면, 삼성이 이날 발표한 내용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삼성 비리 의혹을 추적해 왔던 이들이 한목소리로 내는 견해다.

"국민은 삼성에 구걸한 적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은 삼성에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라고 못박은 뒤,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 돈'으로 사회 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애초 삼성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 그리고 100일 동안 삼성의 변명과 거짓해명으로 귀를 더럽혀온 국민들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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