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합민주당이 주최한 축산업계 간담회에서 한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그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하실 말씀이 아니다. 미국 쇠고기를 선전하는 것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로한 뒤, "이런 정부 밑에서 그 누가 쇠고기를 생산해 돈을 벌어 애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겠다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 역시 "국내산 육우는 값싸고 질좋은 고기라는 걸 말씀드린다"며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 최고 수장이 국내산 고기를 무시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고, 축산농가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버리는 거 사다 먹으라는데 자존심도 없나"
참석자들은 이번 협상에서 보여진 정부의 '굴욕 외교'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남 회장은 "협상은 서로 간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안다. 9를 주면 최소한 1은 얻어와야 하는데 120% 다 갖다 바쳤다. 이러고도 어떻게 경제대국, OECD 가입국, 경제 11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정부의 저자세를 비판했다.
이 회장 역시 "미국 국민들은 살코기만 먹지 뼈는 먹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물질, 그들은 먹지 않는 부분까지 수입해 가라는 건 자기네가 버리는 부산물을 갖다 먹으라고 한 것인데, 자존심 상하는 협상이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신을 표현했다. 남 회장은 "(정부) 대책이라는 게 일 저질러 놓고 어린애가 우니까 사탕 몇 개 주고 달래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이 협상 결과뿐만 아니라 사후 대책까지도 축산농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쇠고기 협상 후폭풍은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상당기간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들 일제히 "대통령이나 많이 드세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발언에 대해 야당들도 일제히 맹비난했다.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인데 발언만을 놓고 보면 국민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인식을 전제로 무 썰 듯 일방적인 논리를 전개해 국민이 가슴앓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혼식을 장려하기 위해 혼식하는 모습을 언론에 자주 보여줬고 실제로도 혼식을 했다고 한다"며 "이 대통령도 '질 좋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모습을 말씀대로라면 보여주실 듯 하다"고 비꼬았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질 좋은 고기란 말인가. 더욱이 우리 축산농가의 한숨과 피눈물로 뒤범벅이 된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게 먹을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이 발언은 우리 노동자, 농민들에 대한 명박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민노당은 "질 좋은 광우병 의심 쇠고기는 이 대통령이 다 드시기 바란다"며 "기왕이면 사골국까지 끓여 드시기 바란다. 국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라고 권했다. 진보신당도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 대통령 많이 드세요"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만약 10년 후 한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병하면 대통령께서 직접 책임질 텐가"라며 "국민건강권과 생명권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는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자유선진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선진당은 "'싸고 질 좋은 쇠고기' 운운도 심하게 왜곡됐다"며 "값이 싼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질까지 좋다고 말하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선진당은 "이 대통령의 얄팍한 경제논리와 사회적 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천박한 인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빗나간 '쇠고기 발언'의 책임을 지고 축산농가들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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