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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심하고 먹는다?

"정부가 거짓말하고 있어" vs "세상에 100%가 어딨나"

정부가 그간 제한했던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30개월 미만의 소의 뇌, 머리뼈, 척수 등 광우병 위험물질(SRM) 등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로 간주했기 때문에 수입 품목도 OIE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며 결정 사유를 밝혔다. 또 정부는 "전세계 114개 국가에서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안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정부의 주장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광우병 위험이 높은 쇠고기에 대한 엄격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량 거의 없는 국가까지 인용해 미국 대변하는 정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2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007년 통계 전체를 봤을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한 국가는 일본, 한국을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축산물수출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 중 90%에 가까운 물량은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베트남, 홍콩 등지에서 수입했다. 이중 멕시코가 약 19만 톤(t)을 수입했으며 캐나다(12만3000톤), 일본(4만4700톤), 한국(2만4000톤), 베트남(1만1000톤)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우석균 실장은 "이들 국가를 뺀 유럽,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극히 작은 양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또 이들은 수입 요건도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8일 정부가 협상에서 허락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에 대해서 수입을 허가한 국가는 없다. 광우병의 99% 이상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다른 나라는 수입량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우리 정부가 수입량이 있지도 않은 국가를 인용해 미국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는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성장호르몬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비록 광우병으로 인한 제한 조치를 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미국과 유럽은 워낙 쇠고기가 서로 오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전략적 제휴'를 한 셈"이라며 "어차피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는 유럽이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안전하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가 광우병 발생 지역이기도 유럽은 지난 2000년부터 동물성사료를 일체 금지하면서 광우병 방지 대책에 관해 미국보다 더 엄격한 자체 기준을 갖고 있기도 하다.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더 많은 일본도 제한 조치는 훨씬 엄격하다. 일본은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소의 나이를 20개월 이하로 규정했으며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되는 부위를 금지하는 범위도 우리보다 넓다.

우석균 실장은 "게다가 유럽, 일본은 광우병 위험물질 유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이 기준을 어겼을 경우 유통이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에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미국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연맹이나 퍼블릭시티즌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난 18일 타결된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은 강제력이 없는 OIE의 권고를 기준으로 미국의 요구에 그대로 따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로 지정받은 캐나다에서는 최근 12번째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박상표 국장은 "정부 내부 보고서에서도 유럽, 일본, 미국의 안전성 기준이 다르다고 보고하고선 가장 안전성이 낮은 미국 기준을 국제기준인것처럼 발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버리니까 어느 한 개만 두고 얘기하기도 어렵다"며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농림부 "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다 붙이나"

한편,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00여개 국이 넘는다는 통계치는 미국 농무부 홈페이지 등에 나온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며 "수입량이 작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정상적으로 검사를 받고, 합격된 소를 잡는 것"이라며 "미국 소는 모두 미쳤다고 주장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는 "그분들은 실험쥐에 약을 투여해서 쥐 한 마리의 생명이 1년 연장됐다고 하면 호들갑을 떨 것"이라며 "실험실 얘기를 왜 현실에 갖다 붙이고 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다 붙여 불안감을 조성하나"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은 100%를 요구하시는 것 같은데 세상에 그런 건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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