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광우병 감염을 이유로 수입이 중단됐던 미국산 갈비와 같은 '뼈가 붙은 쇠고기'가 이르면 5월 중순부터 수입된다. 미국이 '동물 사료 금지 조치'를 강화를 '공포'하는 시점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전면 수입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한미 간 쇠고기 협상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 협상 결과는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얻어내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을 위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했다"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30개월 미만 美 쇠고기부터 빗장 풀어…30개월 이상도 시간문제
농림수산식품부는 "우선 30개월 미만의 뼈가 붙은 쇠고기를 즉시 수입하고, 미국 측이 동물 사료 금지를 공포하는 등 광우병 예방 노력을 할 경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측은 지난 11일부터 5일간 쇠고기 수입 개방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고, 한국 측이 미국 측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그 동안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간주돼 수입이 제한되었던 부위도 전면 수입된다. 30개월 미만의 경우 그간 수입이 금지됐던 '광우병 위험 물질(SRM)'로 분류된 뇌, 머리뼈, 척수, 눈 등도 수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로 간주했기 때문에 수입 품목도 OIE 권고를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한미 간 쇠고기 협상 결과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입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의 99% 이상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록 '동물 사료 금지 조치를 공포하는 등과 같은 미국의 광우병 예방 조치가 시행되는 시점'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한국은 전격적으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에도 빗장을 열었다.
강제력이 없는 OIE의 권고를 기준으로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위험 물질'을 수입하기로 하는 등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한 것도 문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로 지정받은 캐나다에서 최근 12번째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OIE 기준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시민단체 "빗장 더 단단히 채워야 할 때, 이게 뭔가"
이런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을 경고해온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8일 성명을 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은 국민 생명을 포기하는 조치"라며 이번 협상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의심되는 시점"이라며 "지난 4월 10일 광우병에 감염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한 여성이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트펠트-야코브병, vCJD)' 증상을 보이며 사망한 것은 그 예"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22세 여성이 인간광우병 증상으로 사망해 보건당국이 확진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또 "더구나 미국은 수없이 많은 수입 위생 조건 위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 검역 기준조차 준수할 능력이 없다"며 "한국 정부는 수입 조건을 더 엄격히 정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검역 기준을 완화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미국 측은 광우병 위험이 큰 등뼈를 함께 수출하는 등 한미 간이 합의한 수입 위생 조건을 계속 위반해 왔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의 기본 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환경정의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민변은 이날 바로 농림수산식품부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민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하고자 작성된 양국의 합의문 영문본, 한글본을 정보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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