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03년 기소된 송두율(64) 독일 뮌스터대학 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를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7일 "독일 국적을 취득한 후 독일에 거주하다 북한을 방문한 행위는 '탈출'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며 애초 이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재판부는 송 교수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던 시기에 방북한 행위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즉, 송두율 교수는 검찰이 주장한 대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볼 수도 없으며, 그가 독일 국적을 취득한 뒤 북한을 방문한 것도 '죄'로 볼 수 없다는 것.
"독일 국적 취득한 송 교수 방북, '탈출'이라 볼 수 없어"
재판부는 독일 국적을 취득했던 송 교수의 당시 방북에 대해 "대한민국의 영역에 대한 통치권이 실제로 미치는 지역을 떠나는 행위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통치권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김일성 장례 참석' 및 '김정일 생일 축하 편지 발송, '통일학술회의 개최 활동',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취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기 전인 1991년 5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모두 4회에 걸쳐 거주하고 있던 독일을 출발해 방북한 행위는 탈출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967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송두율 교수는 이후 줄곧 입국을 거부당하다 37년 만인 지난 2003년 9월 귀국했다. 그러나 이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1심에서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대해서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송두율 "국보법 적용 범위 엄격하게 한정한 것 긍정적"
한편, 송두율 교수는 이날 대법원 판결을 놓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하고 그 취지를 전향적으로 해석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외국에 수출하려는 검찰의 오판을 바로잡은 셈"이라며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지만 우경화 추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적용과 해석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라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백승헌)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변호인단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내용이며, 법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서 환영할 만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구성되자마자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며 다시금 위헌적인 국가보안법을 남용하려는 움직임이 공안기관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이번 판결은 엄중한 경고라고 할 것"이라며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함과 동시에 신공안정국 조성을 모색하는 공안기관에 대하여 자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도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2003년 송교수의 구속으로 시작된 이 사건의 사실상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송교수와 그의 가족은 물론 송교수의 무죄석방을 위해 애써온 이 땅의 지식인들과 양심들의 감회는 매우 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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