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외국국적을 취득한 뒤 외국에 거주하다가 북한을 방문한 경우 국가보안법상 탈출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4)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김일성 조문과 김정일 생일 축하 편지 발송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하지만 송 교수가 1991년부터 1994년 3월까지 5차례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 국가보안법상 특수탈출 혐의를 적용한 원심부분은 파기했다.
송 교수는 1993년 8월18일 독일국적을 취득했는데, 외국인 신분으로 1994년 3월 방북한 행위도 국가보안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지가 상고심의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국보법상 `탈출'이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실지로 미치는 지역을 떠나거나 대한민국의 국민에 대한 통치권이 실지로 미치는 상태를 벗어나는 행위인데, 외국인이 외국에 살다가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북한)에 들어가는 행위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 살다가 허가없이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 외국인이 한국에 있다가 우리나라의 존립ㆍ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점을 알고도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는 `탈출'에 해당한다.
김지형ㆍ전수안ㆍ안대희 대법관은 "대한민국 국민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의 영역 밖에서 거주하다가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탈출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시환 대법관은 "피고인의 북한방문행위는 대한민국 존립 등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모두 탈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개별의견을 냈다.
1967년 독일로 유학한 송 교수는 1973년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뒤 북한을 수 차례 방문하는 등 친북활동으로 입국을 거부당하다 37년만인 2003년 9월22일 귀국,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잠입ㆍ탈출, 회합ㆍ통신 혐의와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며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5차례의 밀입북혐의(특수탈출)와 황장엽씨를 상대로 한 소송사기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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