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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짝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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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짝눈'

[김종배의 it] 이들이 한미FTA를 다그치는 까닭

하루도 쉬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촉구하더니 오늘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다짐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한다.

객관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미 하원이 미국·콜롬비아FTA 상정을 거부해 버렸다. 덕분에 한미FTA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그런데도 다그친다. 하루가 아깝다고 한다. 왜일까? 왜 이렇게 다그치는 걸까?

상식적인 분석은 이렇다. 17대 국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는 국회다. 이 17대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면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하는 18대 국회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더불어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은 준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17대 국회의원들이, 특히 낙선한 민주당 의원들이 막판에 총대를 메고 악역을 자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과 민주당에 대한 엇갈린 시선

다른 요인을 볼 필요가 있다. 짝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짝눈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민주당을 향해 부릅뜬 시선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먼저 FTA를 비준하면 부시 미 대통령이 한숨 돌린다.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 앞에 성과를 내밀 수 있다.

난관도 풀리기 일보직전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부시 미 대통령으로선 날개를 단다. 민주당을 압박하고 FTA 비준을 관철시키고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오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그리고 미국에 가서 '한미동맹 재정의'를 시도하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이보다 더 성의 있는 보따리가 없다. 당장 처리가 되지 않더라도 미국 조야에서 면을 세우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퍼포먼스다.
▲ ⓒ프레시안

국내 정치적 효과도 크다.

한미FTA 비준을 강제하면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다. 손학규 대표는 빨리 처리하자고 하고 김효석 원내대표는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다.

지도부만 이런 게 아니다. <경향신문>이 민주당의 총선 당선자 81명 중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미FTA 비준에 '반대'한 사람은 8명(11.1%), '가능한 한 일찍 비준해야 한다'는 사람은 7명(9.7%)이었다. '찬성하지만 농어민 대책과 법률·제도개선, 미국상황과 연계 등 선결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55명(76.4%)이었다. '확신층'은 소수에 불과하고 '유동층'이 절대다수다.

민주당의 이런 상황에 FTA를 들이밀면 소리가 커진다. 고개를 들고 있는 노선 갈등에 휘발유를 끼얹으면서 혼란과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

민주당이 FTA 처리에 당장 응하지 않는다 해도 나쁠 건 없다. 어차피 논의의 물꼬는 터졌다.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대응이 두 갈래로 엇갈려 나오면 민주당의 색깔은 여전히 탁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FTA를 보면 민주당 색깔이 보인다

나쁠 것 없는 쪽이 한 곳 더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다.

대선을 거치고 총선을 치르면서 수없이 얘기하고 끊임없이 제기했었다. 민주당의 색깔이 뭐냐고 묻고 평가했다.

FTA는 훌륭한 창이다. 총선 이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추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의 노선투쟁에 구체성을 담아줄 수 있다. FTA 비준에 대한 찬반, 그리고 그 찬반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건 한국경제의 비전과 직결돼 있다)를 살피다 보면 '탈이념 실용노선'과 '중도좌파적 개혁노선'의 현실성과 구체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확연해진다. 지금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다그치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는 '되면 좋고 안 돼도 나쁠 게 없는' 카드다. 한나라당으로선 밑져야 본전인 '꽃놀이패'다.

민주당 지지층도 그렇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산통이다. 17대 국회에서 처리는 되지 않겠지만 논의는 무성할 것이 뻔하다. 차제에 똑바로 보고 바르게 판단할 거리를 얻을 수 있다.

괴롭고 곤란한 건 민주당뿐이다. 이 딱한 처지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조용히' 때를 넘기는 것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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