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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멸종위기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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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멸종위기에 빠지다

[이슈인시네마] 미국의 상황,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 커

영화 평론에 미래는 있는가. 인터넷 시대에 평론이 나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21세기 대중문화 속에서 영화는 문화인가, 아니면 하나의 상품일 뿐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영화란 과연 무엇인가. 요즘 미국 영화평론계가 벌집 쑤여놓은 듯이 어수선하다. '영화란 도대체 무엇인가'란 근원적으로 질문으로 되돌아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영화평론가들이 퇴출되는 시기, 국내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는 판단에서 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한다. - 편집자
미국 대륙의 이스트코스트(동부해안)와 웨스트코스트(서부해안)을 대표하는 양대신문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영화면에 이런 제목의 기사를 각각 게재했다. '멸종위기의 종(種):신문잡지 영화평론가(Now on the Endangered Species:Movie Critics in print)', '평론가의 종말(The End of the Critics)'. 미국 평론계와 언론계가 발칵 뒤집힌 데에는, 지난달말 뉴스위크지의 모회사인 워싱턴포스트지의구조조정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100명이 넘는 기자 및 평론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바이아웃(buyout)'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아웃'이란 계약이 만료되기 전 직원에게 연봉을 지급하고 퇴사시키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명예퇴직제와 비슷하다. . 뉴스위크의 데이빗 앤슨마저 퇴출 문제는 바이아웃 대상이 된 인력 중 뉴스위크의 대표적인 영화평론가인 데이비드 앤슨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영화평론계는 앤슨이 타임지의 리처드 콜리스와 함께 정통 시사잡지에서의 영화담론을 이끌어왔던 저명한 평론가란 사실 때문에 , 앤슨의 '바이아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가 앤슨에게 퇴사를 제안했는지, 아니면 앤슨이 뉴스위크를 떠나 새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퇴사를 택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앤슨이 뉴스위크를 퇴사한다고 해서 물론 영화 평단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높은 지명도를 살려, 프리랜서 평론가로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평단은 회사측이 앤슨의 '바이아웃'을 수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 평론에 대한 프린트 미디어(활자매체)의 현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활자매체들이 자사의 저명한 영화평론가들에게 정통 평론보다는 인기스타 인터뷰를 더 많이 요구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진즉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할 수있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뉴스위크 뿐만 아니다. 대안적 문화지 빌리지보이스 등 20여개의 매체를 갖고 있는 빌리지보이스 미디어 역시 지난달 말 자사 소속 평론가들 중 상당수를 퇴사조치했다. 회사 측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짐 호버만이 여전히 빌리지보이스에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 앞으로 프리랜서 평론가들은 보다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영화 평론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 활자매체에서 28명의 영화평론가들이 현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평단은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영화계뿐만 아니라 음악 연극 무용 문학 등 문화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폴린 카엘 등 전설적인 영화평론가들이 단순히 영화 차원을 넘어서서 한 사회의 문화적 담론을 주도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자괴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영화평론가 오웬 글라이버먼에 따르면, "평론이 (문화가 아니라) 프로덕트(product)의 일종으로 취급받고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멸종위기의 종'으로 평론가를 지목했듯이, 지금 이 시대에 평론가는 멸종을 앞둔 공룡 같은 존재일 뿐이란 자조적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평론가 시대의 종언 인터넷 영화사이트 무비시티뉴스닷컴의 데이비드 폴랜드대표는 "영화평론가의 존재가 없다는 것은 두다리없는 외눈 박이가 패딩없는 목발에 의지해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겨드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패딩이 부착되지 않은 목발로 길을 걸을 수는 있겠지만, 너무나 큰 고통과 상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제작한 스콧 루딘 역시 " 평론가들의 지적인 담론 덕분에 이 영화가 오스카 상을 받을 수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활자매체를 무대로 활동하는 평론가들이 줄어든다 해도 , 영화의 문화적 담론이 죽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진지한 영화팬들 역시 활자매체에서 이미 인터넷을 옮겨갔기 때문이란 것. 그런가하면, 평론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에는 대중문화시대란 커다란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영합하는 영화계, 언론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는 있다는 비판도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 영화평론가 중 로저 에버트는 오랫동안 진행해온 TV영화평론쇼를 떠나 소속사인 시카고 선타임스 지면을 통한 평론에만 주력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 2년간 침샘종양 투병으로 인해 목소리 기능에 큰 지장이 초래됐던 것이 방송중단의 직접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는 투병 중에도 신문 평론만큼은 계속 해왔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A.O. 스콧의 지적처럼 , 에버트는 평단에서 " 그보다 더 빨리, 더 잘 글을 쓸수있는 평론가는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인물. 활자시대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영상으로부터 활자로의 복귀를 선언한 에버트의 활동에 미국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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