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사회봉사명령'이 부적절해 양형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1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과 배임 등)로 기소된 정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집행유예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실형 등 형을 더 무겁게 선고할지 다시 판단하게 됐다.
대법원은 "현행 형법에 의해 명할 수 있는 사회봉사는 500시간 내에서 시간 단위로 부과될 수 있는 일 또는 근로활동을 의미해 금원출연을 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강연과 기고도 취지가 분명치 않고 그 의미나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헌법이 보호하는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집행유예 부분과 사회봉사명령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사회봉사명령을 파기하면 집행유예 부분까지 함께 파기된다"며 "파기환송을 받은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적법하고 적절한 형을 다시 정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열흘 정도 뒤 사건이 서울고법으로 환송되면 새로운 재판부가 1, 2차례 속행공판을 연 뒤 선고를 하고 피고인이나 검찰이 불복하면 다시 상고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비자금 등으로 9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부실계열사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가 참여토록 해 이들 회사에 21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치고, 자동차부품회사 ㈜본텍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아들 의선 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싼 값에 신주를 배당받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3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840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이행과 준법경영을 주제로 2시간 이상 강연할 것,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 기고할 것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부과했었다.
한편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돈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의 상고심도 파기환송됐다.
항소심재판부는 농협회장이 공무원이 아니라고 보고 뇌물공여 혐의 대신 특가법상 증재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 준법경영 주제로 강연 및 기고하라는 사회봉사명령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농협회장을 사실상 공무원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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