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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vs 홍정욱…"부부싸움 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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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vs 홍정욱…"부부싸움 할판"

[총선 현장]살아 온 길, 갈 길 다른 두 후보의 혈투

7일 오후 서울 노원병 총선현장 취재를 위해 찾아간 상계동 마들역. 기자는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현수막 하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기호1. 김성환 大역전.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현수막 문구만 봐서는 선거가 끝이 난 줄 착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 측의 현재 양강 구도에서 밀려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노원병에서는 기호2번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와 기호6번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 마들역에 걸린 김성환 후보의 현수막. ⓒ프레시안

<7막7장>,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 언론사 CEO 등의 화려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홍정욱 후보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노동 언론 CEO를 거쳤고 17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단 뒤 촌철살인의 '말발'로 전국적 스타로 자리매김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노원병 선거구는 이미 틈만 나면 격전지로 보도될 정도로 언론을 많이 '탔다.'

그래서인지 지역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다른 서울 지역보다 다소 높아 보였다. 그리고 후보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매우 뚜렷해 보였다.

선 굵은 두 후보에 대한 호불호 뚜렷

상계동 한 부동산 중개소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나는 노회찬, 와이프는 홍정욱"이라며 "어젯밤 뉴스를 보다가 마누라와 부부싸움을 할 뻔 했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는 "노회찬 씨가 우리 같은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고, 그가 국회에서 하는 일들을 보니 확실하게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마누라는 홍정욱 씨가 교육 공약을 많이 내놓고 있고 노원병 발전에 힘을 쓰지 않겠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남자들은 노회찬 씨를 더 신뢰하는 것 같은데, 여자들은 홍정욱 씨가 더 좋은 모양이더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껄껄 웃었다. 그의 말인 즉슨 남자들과 어르신들은 친근하고 구수한 이미지의 노회찬 후보를 더 선호하고, 여자들과 젊은 세대에서는 잘 생린 엘리트 이미지의 홍정욱 후보에게 더 호감이 간다는 것이었다.

이는 양 측 후보 캠프에서도 인정하는 바이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홍 후보가 공천이 늦었고 다소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홍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주민들이 홍 후보가 상당히 친근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맹목적으로 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주민들의 노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다정다감한 노 후보를 보면 얼굴이 환해진다"고 말했다.

노회찬 "13전 13승"
▲ 이금희 아나운서와 지역 유세를 벌이는 노회찬 후보. ⓒ노회찬 후보 홈페이지

사실 노회찬 후보가 노원병 지역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박빙이나마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노 후보가 17대 국회에서 얼굴을 많이 알렸다고 하지만 '진보신당'이라는 간판이 생소했고, 노원병은 임채정 국회의장이 4선을 할 정도로 통합민주당의 텃밭이었기에 임 의장이 불출마해도 상당수의 표가 통합민주당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노 후보 캠프 관계자는 "13차례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모두 노 후보가 앞섰다"며 "인물론에서 앞선 노 후보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정당 기반이 약하지만 오히려 정당을 초월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일꾼으로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원병이 비교적 소형 평수의 아파트가 많고 신혼부부는 물론 30~40대의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중산층, 서민층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의 노 후보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한나라당에서 노원병에 다른 후보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기자는 '홍정욱 인물 프리미엄'이 없는 다른 정치신인과 맞붙었으면 노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지 않았겠냐는 의도로 노 후보 캠프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홍 후보의 이미지가 귀족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여서 지역정서에는 잘 맞지 않고 정치 초년병인 그에 비해 노 후보의 장점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홍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홍정욱, 손발이 닳도록
▲ 개그맨 이봉원 씨와 지역유세를 벌이고 있는 홍정욱 후보. ⓒ홍정욱 후보 블로그

홍 후보 측에서도 초반 열세를 인정하지만, 상당히 추격을 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홍 후보는 서울 지역 '강남 벨트'와 함께 노원병에 가장 늦게 공천을 받았다.

선거사무소가 유동인구가 많은 마들역이 아니라 마들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출발이 늦은 데다 노원병 지역이 '한나라당 거부감' 정서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홍 후보 측은 대신 '인물'과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는 듯 했다. 홍 후보가 상계동에서 매년 100시간 직접 강연하겠다는가 하면 '뉴타운', '자사고 유치' 등 지역발전 공약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한나라당도 노원병을 격전지로 분류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었다. 정몽준, 나경원 의원이 수시로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었고, 강남에서 공천 받은 고승덕 후보도 노원병에 들렀다. 이날 오후에도 나경원 의원이 홍 후보와 함께 유세를 벌였다.

유세 직후 홍 후보는 근처 이비인후과 병원으로 향했다. 연일 계속되는 유세로 인해 목이 쉬었기 때문이다. 홍 후보의 수행비서는 "목이 쉰 것은 물론이고 유세차를 타고 다닐 때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오르기도 하고 하도 허리를 숙여 악수를 하느라 허리와 손이 만신창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신인의 총선 도전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개봉박두

노원병은 노회찬 후보 측에서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회찬이 형"을 부르며 지원에 나서 큰 화제가 됐고, 홍정욱 후보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남궁원 씨가 아들 못지 않게 지역을 누비며 '자식사랑'을 과시해 '영화배우 대결'로도 총선 흥행에 성공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갈 길이 전혀 다른 두 후보 간에 펼치는 뚜렷한 인물 구도에서 노원병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개봉박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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