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자기 배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자기 배반'

[기자의 눈] '노사 자율' 뒤에 숨겨진 함정은?

"노사 갈등은 당사자 간 협의와 교섭을 통한 자율적 해결이 원칙"이라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은 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노사 간에 발생한 문제를 '제3의 손' 없이 풀어가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당연한 발언이다.
  
  그런데 왜 노동계는 이영희 장관의 "이제 어떤 형태의 노사 갈등에도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관련 기사 : 이영희 노동 "어떤 노사갈등에도 정부 개입 안 해")
  
  "정치적 개입 없다"면서 알리안츠생명에는 '비합리적' 행정해석?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지난달 25일 열린 국무회의다. 이영희 장관은 이날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파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파업에 참여 중인 지점장들은 노동조합 가입이 안 되는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는 이영희 장관의 '해석'일 뿐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던 것이다. 이미 동종업계의 지점장급인 영업소장 등은 노동부가 인정해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례도 있으며 지난 2004년 대법원 판례에서도 지점장의 노조 가입이 합법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 이후 사 측은 보란 듯이 파업에 참여한 지점장 99명을 해고했다. 지점장 대량해고 이후, 해당 지점장들은 "집단 단식과 집단 삭발까지 불사하겠다"며 외려 파업의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내가 재임하는 동안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해당 노조는 물론이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노동부의 비합리적이고 편파적인 행정해석이 사태를 키웠다"고 비난하고 나선 데는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노사 자율' 원칙 뒤에 숨어 있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더욱이 "노사 자율"이라는 것은 갈등의 두 주체의 힘이 똑같거나 최소한 비등할 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다.
  
  대개의 노사 갈등은 사 측의 어떤 '행동'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서거나, 불법파견과 같이 장시간 지속돼 온 문제를 해결하라고 노조가 요구하면서 발생한다. 계산업무 외주화를 반대한 이랜드 그룹 노조의 파업이 그렇고,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의 파업이 그렇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에도 회사 측이 성과급을 도입하는 '행동'에 나서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은 노조의 요구와 별도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더라도 입을 손해는 별로 없다. 조합원의 파업에 따른 손실만 감수하면 되는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무노동 무임금'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조합원이 더 크다. 이랜드의 경우에도 파업 300일을 바라보는 현재, 복귀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해 파업 현장을 떠난 조합원이 절반이 넘는다.
  
  또 사 측이 교섭을 회피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란 지극히 미약하다.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이 나더라도 회사가 복직을 시켜주지 않으면 해당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의 '노사 자율'이란 결국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같은 말이다.
  
  노동부 장관에게 부여된 역할과 능력은 무엇인가?
  
  더욱이 노동부의 존재의 이유는 바로 그런 노사의 불균형적인 힘의 논리에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사 모두 각각의 감정의 논리가 크게 작용해 문제해결이 어려워질수록 노동부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당사자 간의 자율로 해결이 어려운 지점에 봉착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으로 실날같은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이자 능력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영희 장관을 만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자율 해결이 안 되면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지"라고 충고한 것은 바로 그 역할에 대한 일깨움이었다. (☞관련 기사 : 이소선 여사 "70년대와 뭐가 다른가")
  
  하지만 이영희 장관은 이소선 여사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취임 전부터 이 같은 소신을 천명해 온 이 장관에게 새삼 묻고 싶다. 혹 이 장관의 "노사 자율 해결" 원칙 고수가 결국 노동부 장관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한 배반은 아닐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