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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다 사고내고 찾아오면 어쩌라고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55> 상담하다 한숨이 나올 때

어떤 몽골남자가 모두가 퇴근한 밤늦은 시간에 회사트럭을 몰고, 옆에 친구도 태우고 호기 있게 거리로 나갔다.
  
  잘 몰고 갔는데 그러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했는데, 그곳은 좌회전이 안되는 곳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교통순경에게 걸렸다.
  
  교통신호를 어긴 것도 어긴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가 무면허(몽골 운전면허증은 있지만)에 약간의 음주상태였다는 것이다. 교통순경은 그의 인적사항을 적고 일단 돌려보냈는데, 눈앞이 캄캄해진 이 몽골인이 놀라서 다음날 아침 다급하게 연락한 것이다. 이제 사장님에게 연락이 갈 텐데 몽골로 쫓겨나면 어떡하느냐고. 도망가야 하느냐 어떡해야 하느냐고.
  
  먼저 "왜 술 먹고 운전을 하느냐"고 한 마디 쥐어박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술을 먹으니까 몽골에서 마음껏 운전하던 생각이 나서"였다. 시골에서는 술 먹고 운전한다고 해서 걸리적대는 것이 별로 없으니 한국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몽골의 드넓고 호젓한 땅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겠다 싶기는 한데 여기가 어디 몽골인가 말이다.
  
  일단 "사장님에게 사실대로 얘기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해라, 그리고 잘 해결해달라고 부탁해라. 교통신호를 어긴 것에 그쳤고, 한국 온 지 몇 달만에 처음 생긴 일이고 하니 사장님이 잘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일러줬다. 물론 한국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술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하고서.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다시 연락이 왔다. 다행히 사장님이 뭐라고 야단만 치고서는 해결해주겠다고 했다고.
  
  또 다른 몽골인은 해고에 임금도 체불되었다. 회사는 그가 취한 상태에서 사무실 책상서랍에 있던 차열쇠를 무단으로 가져가 회사트럭을 몰고나가서 차를 망가뜨려서 수십만원이 들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상황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런데 본인의 설명으로는 애시당초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회사에서 운전을 가르쳐주고 평소에 가까운 거리는 운전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보았더니 차를 몰고 회사 안에서만 운전하라고 했다며 면허도 없고 무서워서 싫다는 사람에게 운전을 하게 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렇다고 술 마시고 운전해도 된다고 부추긴 것은 아니었으니 회사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체불된 임금은 전액 지급하고 회사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으로 합의했다.
  
  가끔 "왜 그러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내용의 상담들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런 상담이다. 물론 이들이 운전대를 잡게 되는 이유나 경위가 꼭 위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데 차를 타고 다니면 법무부의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또는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유혹적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보통의 한국의 젊은이들처럼 말이다.
  
  그런 상담이 들어오면 일단 화부터 난다.(다행히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 경우이다. 인명사고가 나서 본인이나 타인을 다치게 한 경우라면 화를 낼 여유도 없다.) 아무리 고향이 그립더라도, 아무리 회사가 지시했더라도 먼 타국까지 와서 힘들게 고생한 끝을 이렇게 차량사고로 마무리해서야 되겠나 싶어서 말이다.
  
  특히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음주운전하다가 사고 내서 경찰로 넘어가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가벼운 처분을 받고 말 사안에도 본국으로 추방당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별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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