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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금융지주회사 도입은 삼성맞춤형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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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도입은 삼성맞춤형 설계도

2005년 작성된 삼성 내부문건 내용 그대로 반영, 삼성을 위한 개정 의혹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도입은 삼성맞춤형 설계도
  
  금융위원회(위원장: 전광우)가 지난 3월 3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같은 날 「금융위의 장기구상은 '재벌하기 좋은 금융 환경'」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이 같은 개정방향이 확정될 경우 삼성그룹은 현재의 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여 승계구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삼성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삼성에버랜드 또는 삼성생명이 보험지주회사가 될 경우, 삼성생명은 지주회사의 자회사(또는 손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20%까지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그룹이 보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에는 엄청난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따라서 삼성그룹은 이번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항변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들 보도가 간과하고 있는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삼성그룹의 보험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이미 지난해 말 (구)재경부가 발표한 보험업법 개정방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번 금융위의 업무보고 내용은 이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같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의 기본골격이 지난해 국회 재경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공개했던 이른바 '삼성은행 로드맵' 문건을 통해 이미 예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가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비은행지주회사 설립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침(16쪽)"은 (구)재경부가 보험업법 개정요강을 통해 발표했던 보험지주회사 소유규제완화와 동일한 궤에 놓여 있다.
  
  (구)재경부는 지난해 12월 27일자로 발표한 보험업법 개정요강을 통해 "보험회사가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될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소유하였던 기존 회사의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소유(지배) 및 업무영역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발행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하여 주식을 소유하는 경우에 대해 자회사로 규정하되, 15% 미만의 주식소유는 통상적인 자산운용으로 보아 금융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업종에 대해 허용하고 있으며 어떤 규제도 하지 않는다. 예컨대,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현행 보험업법 상으로는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의 자회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보험업법상 소유가능한 주식을 보험지주회사 전환시 매각해야 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재경부의 보험업법 개정요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보험지주회사 제도를 새로 도입할 때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정의를 현행 보험업법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뜻이다. 즉 지분율이 15%를 초과하는 회사만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규제하고, 15% 미만의 지분은 '통상적인 자산운용'으로 보아 어떤 규제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 업무보고(12쪽)에서도 보험회사의 자회사 소유규제를 보험회사의 건전성 및 계약자보호에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Negative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금융위의 비은행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구)재경부의 보험업법 개정방향에 따라 이루어질 경우, 삼성에버랜드(또는 삼성생명)가 보험지주회사로 전환된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삼성에버랜드의 손자회사(또는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간주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20%까지 늘리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추가출자를 해야 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자회사 정의 내지 자산운용 규제가 보험업법 수준으로 완화된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삼성생명은 현재 소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7.21%를 아무 추가비용 없이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즉 삼성그룹은 현재의 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지배구조와 승계구조를 합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비금융 계열사의 주식 5%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마저 완화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현재의 7.21%에서 15%까지 늘릴 수도 있다. 이른바 '선진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는 모두 폐지'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그리고 시장경제질서의 근본원칙인 금산분리 규제마저 완전히 무너뜨리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금산법 제24조가 온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삼성그룹은 보험계약자의 돈을 이용하여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구)재경부가 발표했고, 금융위가 재차 추진의지를 밝힌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방안은, 200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2005.5)'에서 이미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건에는 현행 금융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삼성에버랜드에 적용될 경우 "금융지주회사와 금융자회사에 대한 각종 행위규제를 통해 비금융계열사와의 관계가 단절"되며,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피하면서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이점을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금산분리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도"하고, "은행업과 비은행업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비은행금융업 성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비은행금융업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환기"시켜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또한 자회사 소유규제가 완화된 비은행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삼성으로서는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의 출자고리만 해소하면 순환출자 문제도 해소되어 현재의 그룹 지배권에 큰 변화나 비용 지출 없이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해진다는 진단도 포함되어 있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방향의 가장 큰 수혜자가 결국 삼성그룹이며, 그 방향이 2005년 삼성그룹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산업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금융위원회가 자회사 소유규제 등을 사실상 전면 폐지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하면서 비은행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결국 삼성그룹이 기존의 규제를 회피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금융산업의 발전과 성장은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통해 무법천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룰과 엄정한 감독을 통해 투명한 시장질서를 구축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 뿐 아니라 금융정책까지 책임지게 된 '무소불위' 금융위가 특정기업의 이해를 위해 금융산업 발전의 대의를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향후 금융위의 정책 입안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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