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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박지성, 큰 경기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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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박지성, 큰 경기서도 통했다

[프레시안 스포츠] 퍼거슨, 박지성 비공식 도움에 찬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인 슬러거 레지 잭슨은 월드시리즈가 펼쳐지는 10월에 홈런을 잘 때려 '10월의 사나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데이브 윈필드(뉴욕 양키즈)는 시즌 초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지만 가을 바람이 불면 방망이가 고개를 숙여 '5월의 사나이'라는 창피한 별명을 갖게 됐다. 그는 1981년 양키즈를 월드시리즈까지 끌어 올리는 데 일등공신이었지만 막상 시리즈에서는 별 활약을 못했다. 스포츠 스타에게 큰 경기에서 활약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예다.

"박지성 매우 부지런했다"

박지성은 최근 세계 최정상급의 스쿼드를 보유한 맨유의 약체용 카드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큰 경기에서 그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지런한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은 큰 경기서도 통했다. 지역 언론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이날 박지성의 활약을 가장 잘 요약했다.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을 잘 통솔했고, 매우 부지런했다".

2일 새벽(한국시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AS로마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맨유는 호나우두, 루니의 골에 힘입어 2-0의 낙승을 거뒀다.

루이스 나니의 부상 낙마와 라이언 긱스의 컨디션 난조로 출장 기회를 얻은 박지성은 초반부터 빛을 발했다. AS로마가 홈구장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축구를 할 때, 박지성은 남보다 한 발 더 움직이는 플레이로 맨유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박지성의 진가는 맨유가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21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원 오른쪽에서 웨스 브라운이 크로스를 올렸지만 너무 깊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 공을 포기하지 않았다. 왼쪽 골 라인 근처까지 달려간 박지성은 머리로 볼의 방향을 바꿔 놓았다. 박지성의 끈질긴 플레이를 예상치 못했던 AS 로마의 골키퍼 도니는 이 볼을 놓쳤다. 골문 앞에 있던 루니는 흐르는 볼을 잡아 가볍게 쐐기골을 뽑아내며 박지성과 포옹을 했다. 맨유에서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선수의 합작 골이었다.
▲ AS로마와의 경기에서 쐐기골을 합작한 박지성(왼쪽)과 루니(오른쪽)ⓒ로이터=뉴시스

사실상 이 순간 경기는 끝났다. 올림피코 스타디움을 메운 AS로마의 팬들의 응원도 한 풀 꺾였다. 지난 2002년 월드컵 16강 전에서 결정적 실책으로 설기현에 동점골을 내줬던 AS 로마의 주장 파누치도 고개를 떨궜다.

퍼거슨을 깜짝 놀라게 한 박지성의 헤딩 패스

경기 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그런 공을 잡아내 루니의 골을 만들어 줄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박지성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살려낸 박지성의 플레이를 칭찬한 셈이다. 언젠가 찾아올 큰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박지성의 플레이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기용은 기대이상이었다. 꼭 필요한 순간 맨유의 공격 연결을 도왔던 박지성의 움직임에 호나우두는 좀 더 편안하게 전방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여기에다 박지성은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했다. 전반 33분 맨유의 중앙수비수 비디치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그 뒤 오른쪽 윙백 웨스 브라운이 중앙으로 이동했다. 웨스 브라운이 지키던 자리는 박지성이 메웠다. 후반전 AS로마의 공격이 거세지자 오웬 하그리브스가 오른쪽 중원으로 이동해 박지성과 상대 팀의 예봉을 꺾었다.

긱스를 기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대신 테베즈를 내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테베즈는 퍼거슨 감독의 호출을 받지 못했다. 그의 역할이 루니, 호나우두와 겹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실제로 테베즈는 맨유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단 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는 9번이나 있었다.

맨유 유니폼을 입은 뒤 박지성은 축구선수로서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 이날 경기까지 포함해 8번 출전했다. 맨유 데뷔 첫해 박지성은 6경기에 나섰지만 맨유의 본선 진출 실패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프랑스 릴과의 16강전 한 경기에만 나섰을 뿐이다. 지금까지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큰 경기에는 긱스를 중용했다. 그의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 하지만 이날 보여준 박지성의 투지는 퍼거슨 감독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AS로마와의 8강 2차전에 박지성은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설 개연성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의 활약은 그가 큰 경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퍼거슨 감독에게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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