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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모델, 과연 정답인가?

주주 이익만 고려한 경영, 부작용 우려

"GE 모델이 정답이다"

2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금융위가 지난달 31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대폭 완화하는 방침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하며 나온 말이다.

GE 모델 도입, '재벌의 금융화'로 향하는 길 연다

GE(제너럴 일렉트릭) 그룹은 세계 최대의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GE는 이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란 계열사 지분 소유가 주요 목적인 기업을 뜻한다. 금융위 관계자의 말은 현재의 재벌 지배구조를 GE 형태의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 방식으로 바꿔가겠다는 뜻인 셈이다.

또 제조업과 금융 가운데 어느 한쪽에 집중하도록 했던 기존 기업 정책을 바꿔, 재벌이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자유롭게 거느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 재벌이 제조업 대신 금융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
▲ 잭 웰치 전(前) GE 회장. 그는 생산과 연구개발 조직을 대폭 줄이면서, 주식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로이터

잭 웰치 GE 前 회장, '주주 이익 극대화' 위해 제조업 구조조정

이런 GE 모델은 사실 '잭 웰치 모델'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의 사업화를 위해 1878년 설립한 회사에 뿌리를 둔 GE는 대표적인 제조업 기업으로 꼽혀왔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재의 GE와는 아주 다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가 'GE 모델'이라고 부른 방식으로 GE를 바꾼 사람은 1981년 GE 경영권을 이어받은 잭 웰치 전(前) 회장이다.

잭 웰치 전(前) 회장은 1980년대 내내 꾸준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성격을 확 바꿨다. 그 결과, 현재의 GE는 제조업 기업이라기보다 금융 기업에 가까워졌다. 그래서 '잭 웰치 모델' 혹은 'GE 모델'이라고 불리는 방식은 제조업 기업집단이 금융 기업 집단으로 거듭나는 방식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 과정을 지휘하는 게 지주회사다.

이런 모델이 추구하는 목적은 '지주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다. 그리고 한쪽이 이익을 누리면, 어디선가는 피해를 겪는 게 시장의 생리다.

생산직 13만 명 해고한 잭 웰치 식 경영

'잭 웰치 모델'을 따른 결과, GE 계열사에서 피해를 본 것은 생산직 노동자들과 과학기술 연구원들이었다.

주주들이 찬양한 '잭 웰치 모델'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13만여 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해고됐다. 또 에디슨의 권위를 이어받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던 GE의 연구개발조직은 미국 내 13위 수준으로 추락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잭 웰치 모델'(GE 모델)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해 왔다. <프레시안>에 게재된 관련 기사들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
- 삼성과 잭 웰치 모델
▲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 ⓒ연합뉴스

삼성 고위층에서는 오래 전부터 잭 웰치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순환출자구조를 통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일단락된 지난 2002년, 이재용 씨가 잭 웰치 식 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 GE의 '잭 웰치 리더십 개발센터'(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은 것이 한 예다. 이런 예는 이밖에도 많다. 이건희 회장이 2007년 초, 이재용 씨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CCO(Chief Customer Officer, 최고 고객 책임자)라는 직책을 맡긴 것도 비슷한 예로 꼽힌다. 잭 웰치 전 GE회장의 뒤를 이은 제프리 이멜트 현 GE회장 역시 취임 직전까지 CCO 직을 맡았었다.

그런데 삼성이 이처럼 '잭 웰치 모델'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뭘까? 또 삼성이 GE를 닮아갈 경우, 삼성 직원들이 맞게될 미래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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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강화론, 위험하다

"토종 금융 산업을 육성하자"라는 구호가 귀에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 됐다. 정부와 보수 언론, 재벌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구호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재벌 계열사 가운데 금융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확대돼 왔다.

제조업을 통해 성장한 재벌로서는, 금융 부문을 확대하는 게 여러모로 매력적인 선택이다. 노동조합과 민주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재벌, 특히 삼성에게는 제조업 경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금융허브론'을 내세운 역대 정부 역시 재벌이 금융에 힘을 쏟도록 하는 길잡이가 됐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이처럼 급격히 '금융화'할 경우, 부작용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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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강국' 구상과 한미FTA

금산분리 완화, 금융공기업 민영화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런 구상에 담긴 생각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뿌리가 닿아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 '금융강국' 등의 구호를 내걸었던 게 노무현 정부였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미FTA는 이런 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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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의 은행 소유, 문제는 없나?

이명박 정부의 방침대로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된다면,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길이 열린다. 그리고 이런 정책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재벌, 특히 삼성은 오래 전부터 물밑 로비를 벌여 왔다. 그리고 삼성의 이런 입장에 동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

하지만 재벌이 은행을 갖게 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위험은 크다.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규제하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은행이 삼성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런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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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식 지주회사'가 드리울 그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추진한 금융위 관계자가 이야기한 'GE모델'은 '지주회사'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런 모델이 확산될 경우, 현재의 재벌은 지주회사를 정점에 둔 계열사 지배구조를 취하게 된다. 지주회사가 계열사 경영 방침을 정하고, 인수나 매각을 통해 해당 기업집단 구성을 바꾸게 되는 것. 재벌의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이 맡아 왔던 역할을 지주회사가 떠안게 되는 셈이다.

법적 실체가 없는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과 달리 지주회사가 계열사 경영을 이끌어 가면, 지주회사 주주의 이익이 가장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가 복무하는 양상이 보다 본격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핵심 계열사의 매출보다 주주 가치가 더 중요한 경영지표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변화가 일터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우선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목적을 위해 계열사들이 끊임없이 '재구조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노동자의 신분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실제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지주회사이므로, 일터에서 만나는 경영자와 '노사 협상'을 하는 게 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용자'와 실제 '사용자'가 달라지는 셈. 노동자들은 '사용자 없는 일터'에서 일하게 된다.

계열사의 매출보다 주식 가치가 더 중요한 경영지표가 될 경우, 매출에 기여하는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 노동자가 오히려 일터에서 쫒겨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잭 웰치가 회장을 맡고 있던 시절, GE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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