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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필요한 박지성, 챔스리그 출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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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필요한 박지성, 챔스리그 출장 가능성

경쟁자 나니 부상…긱스도 컨디션 난조

근대 축구가 영국에서 태동했을 때는 '드리블러'의 천국이었다. 이튼, 해로우 등 영국 명문 공립학교에서 축구를 배운 소수 엘리트 층은 단조롭지만 자신의 개인기를 뽐내는 데 열중했다. 적어도 이런 경기 패턴은 1883년 FA 컵 결승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튼 스쿨의 동문들로 구성된 올드 에토니안스의 축구 철학은 "순전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축구를 한다"는 것.

반면 노동자들의 팀인 블랙번 올림픽은 패싱 게임을 위주로 한 팀 플레이를 했다. 쉴 새없이 돌아가는 영국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를 공장에서 체득한 블랙번 노동자들은 팀 플레이의 중요성을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플레이에는 수많은 희생을 강요당했던 노동자의 애환도 배어 있었다. 결국 올드 에토니안스는 블랙번에 고배를 마셨다. 이 역사적 경기는 축구가 진짜 '대중 스포츠'로 탈바꿈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 시즌 철저하게 C. 호나우두의 팀이었다. 리그 경기에서만 26골을 몰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호나우두는 전형적인 '드리블러'다. 물론 그는 패싱 감각도 뛰어난 선수지만 환상적인 드리블에 이어지는 대포알 같은 슛이 그의 전매특허다. 볼을 많이 끄는 그의 플레이가 줄어들면서 그는 맨유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나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끔 측면에서 '쇼'를 한다. 강력한 수비가 그를 포위할 때도 순간적인 개인기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신기의 발재간을 자주 보였다. 아직도 활처럼 휘어지는 크로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왼발의 달인 긱스는 과거보다 드리블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민첩성이 다소 떨어진 그는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다.
▲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커진 박지성.ⓒ로이터=뉴시스

박지성은 드리블 기술에서는 C. 호나우두나 나니보다 못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는 긱스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최대 장점은 화려한 기술에 있지 않다. 맨유의 공격이 막힌 곳에 침투해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는 데에 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박지성의 골은 퍼거슨 감독에게는 '보너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올 시즌 맨유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자신의 상품성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면 맨유에서의 위치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달 26일 남북대결. 박지성의 발끝은 무뎠다. 맨유에서 들쭉날쭉한 출장에다 오랜 비행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맨유가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만날 때에만 박지성이 출장하자 박지성은 '약체용 카드'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사실상 세계 최고의 축구 팀이라고 불리는 맨유에서 박지성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다.

2일 새벽(한국시간) 긱스는 AS로마와의 2007~200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 출전이 불투명하다. 맨유 홈페이지는 "긱스가 로마 원정에는 합류했지만 아직 몸이 완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나니는 허벅지 부상으로 아예 로마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두 선수의 부상은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출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가 이 경기에 출전한다면 다섯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게 되는 셈.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 경험이 많은 긱스를 선호했다. 하지만 긱스가 AS 로마와의 원정경기에서 전후반 90분을 다 소화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때 박찬호가 전국 방송이 있는 날 등판할 경우에는 더 잘해야 했다. 노출도가 큰 만큼 이런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면 자신의 가치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박지성에게 챔피언스리그도 마찬가지다. 그가 맨유로 오게 된 계기도 AC밀란과의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덕분이다. 쏜살같이 골문으로 쇄도하며 벼락 슛을 작렬한 박지성의 민첩성은 맨유 퍼거슨 감독의 두 눈을 붙잡았다.

1883년 FA컵 결승전에 나섰던 두 팀과 같은 극단적인 팀 컬러의 대비는 현대 축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포지션이 세분화 되면서 한 팀에 패싱게임을 주도할 선수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허물 수 있는 선수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 상황상황에 맞게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호나우두나 나니와 박지성은 대척점에 있다. 앞의 두 선수가 너무 개인기만을 뽐내는 '쇼'에 집착하지 않는 게 맨유에 중요하다면 박지성은 주변 선수를 염두에 둔 패스 타이밍만을 의식하지 않고 때로는 좀 더 확신에 찬 드리블과 슛을 시도해야 한다. 박지성에게는 짧지만 강렬한 '쇼'가 필요하다. 아직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AS 로마와의 경기에 투입할지, 투입한다면 출장시간은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박지성에게 AS 로마와의 경기는 그가 '쇼'를 펼칠 수 있는 완벽한 무대라는 점이다.
맨유와 AS 로마의 신경전("이탈리아를 어떻게 믿어" vs "맨유는 안방서만 강해")

2일 로마에서 펼쳐지는 맨유와 AS 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두 팀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AS 로마의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는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하지만 그들이 중요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건 꽤 오래 전이다. 그들은 맨체스터에서는 환상적이었지만 원정에서는 그리 성적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AS 로마는 홈 경기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AS 로마는 지난 시즌 로마에서 열린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2-1로 승리했었다. 하지만 AS 로마는 맨유의 홈경기에서는 1-7의 굴욕적 패배를 당한 바 있다. AS 로마의 스팔레티 감독은 "지난 시즌 1-7의 패배가 우리 팀을 성장하게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반면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 그는 "내가 맨유에서 단 한 번밖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얼마나 힘든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퍼거슨 감독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AS 로마의 기둥 토티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퍼거슨 감독은 AS 로마가 토티가 출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직 그 사실을 100% 믿지 못하는 상태다. 그가 이탈리아 클럽을 상대할 때 마다 등장하는 주장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를 접시 위에 올려 놓았다고 할 때 늘 소스 밑에 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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