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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생엔 늦장 대응, 집회엔 과잉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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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생엔 늦장 대응, 집회엔 과잉 대응"

'집시법 강화' 내세운 경찰에 "시대착오적" 비난 잇따라

경찰이 집회나 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쇠파이프·죽창 등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불법 시위 참가나 폭력 행사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가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경찰 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며 "18대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집회·시위로 발생하는 소음의 허용 한도를 낮추고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 주최측과 경찰이 평화 집회 양해각서 교환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미 경찰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와 유사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지난 17대 국회에서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침해와 위헌 소지 등의 논란이 거세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번에 경찰이 내놓은 방안은 당시 개정안보다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집회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이를 과도하게 제약하려는 경찰의 시대착오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공안경찰 오명 쓰지 않으려면 '막무가내' 정책 펴지 말아야"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복면 착용을 처벌하거나, 거리에서 기자회견 등을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집시법 개정안은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한다는 명분 아래 아예 합법적인 집회를 열 가능성을 봉쇄해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약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소위 폭력시위는 지난 수년간 급감하는 추세에 있으며, 낡은 집회·시위 문화가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법·질서 준수를 앞세워 잇따라 집회시위 강경대응 방침을 발표하는 것은 상황을 과장하는 것이며, 정치적 반대의 목소리를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밖에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집시법 개정 추진 내용도 터무니없다"며 "폭력시위에 활용되는 쇠파이프를 금지하려면 아예 쇠파이프나 대나무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마당"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복면 착용 금지 방안에 대해서도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누구든 자신의 익명성을 보장받고자 복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비추어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불법시위의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나아가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익명의 자유를 전면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졸속 안을 만들고 있는 경찰의 과잉충성이 안쓰러울 뿐"이라며 "지금 경찰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집시법 개정이 아니라 오히려 구멍 뚫린 민생치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국민생활의 불안은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집회시위 대처 운운하는 것은 공안경찰이란 오명을 스스로 자초하는 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사회적 약자,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막무가내 식 정책이 우리사회의 갈등을 격화시키고 빈번한 집회·시위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도 모호하고 위헌 소지 다분"
  
  한편 민변도 이날 논평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경찰은 '법과 질서'를 빌미로 군사 독재 시절의 청산되어야 할 유물인 백골단을 부활하겠다고 하더니, 심지어 지금도 지나치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집시법에서 더 후퇴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난 주말 경찰은 7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진작 합법 집회임을 천명했던 학생들의 등록금 시위에 참가자의 두 배 가까운 1만 2000명의 경찰을 보내는 황당한 대응으로 등록금 1000만 원에 허리가 휜 국민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아동 유괴 사건 등 민생치안에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합법 시위에 과도한 경찰력을 투입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을 사찰하는 것은 끔직한 독재 시대의 구태이고 정치·폭력 경찰의 망령"이라며 "엉뚱한 과잉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위한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박진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시장주의,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사실상 군사독재적인 가부장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다"며 "시장주의자인 대통령으로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진 활동가는 "또 '마스크 착용 금지'나 '폭력시위용품' 금지와 같은 자의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은 사실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헌법적으로도 위헌 소지가 커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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