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5000여 명의 학생, 학부모, 시민이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참여연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 등 전국 54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등록금 문제 완전 해결과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 대행진' 행사를 열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집회에 '체포 전담조'를 투입해 참가자들이 '불법 행위'를 할 경우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집회와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대행진은 청계광장까지 별다른 충돌없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초대한 한나라당 대표는 오지 않고 하소연하는 시민에게 '공개 협박'을 하고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화창한 날씨 탓인지 참가자의 분위기는 밝고 떠들썩했다. 그러나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날씨와 다르게 한없이 무거웠다.
"전세금 3000만 원, 등록금 4000만 원"
"저 인터뷰 하신다고요? 얘가 더 불쌍해요!"
피켓을 들고 있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들은 각자의 손에 들린 피켓은 저마다의 사연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이혜정 씨는 "우리집 전세값이 3000만 원인데, 내가 내는 등록금은 4000만 원"이라며 "등록금을 대지 못해 이번 학기에는 휴학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과외를 4~5개씩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등록금 때문에 조기졸업을 하거나, 졸업을 앞당기겠다는 친구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엄마 이번에 집 팔았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황다혜 씨는 "2005년에 대학에 입학한 나와 2007년에 입학한 동생의 등록금까지 합치면 매 학기 1000만 원가량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을 팔아야 했던 사연을 설명했다.
그는 "등록금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정당도 말만 했지 사립대학 이익만 지켜주는 것 같다"며 "학자금 대출도 정부가 학생들을 보조하기 위해서인지, 장사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도 비싼데, 대학까지 보낼 수 있을까"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무대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40~50대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있던 박명재(46) 씨는 "지금 4살인 내 딸이 나중에 대학에 다닐 때는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집회에 나왔다"며 "똑똑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월 수입이 150만 원에 채 못 미친다는 그는 "지금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비싸서 허덕이는데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이상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선뜻 내는 대열에는 낄 수도 없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돈만 생기면 우리도 외국으로 이민을 가자는 얘기를 정말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번 학기에 등록금이 많이 오른 학교는 150만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며 "그렇게 등록금이 올라도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는 아직도 나쁘지 않나"라며 이윤 추구에만 열심인 대학을 비판했다.
딸이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라는 김정영(47) 씨는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등록금이 너무 비싼 데 비해 정책이 너무 허술하다"며 "대선 때 등록금을 50% 삭감하겠다고 했던 한나라당인데 총선에서 그 공약은 쑥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등록금은 이제 개인, 가족의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문제가 됐다"며 "대학을 못 나오면 사회 활동을 할 수도 없는 사회에서 잘 살든 못 살든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인도까지 차량 배치한 경찰의 '과잉 대응'
한편, 이날 경찰은 참가자 수의 몇 배가 넘는 145개 중대 2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광화문과 서울시청, 명동 일대를 비롯해 청와대 인근 진입로까지 철저히 봉쇄했다. 또 집회 일정에 포함돼 있지도 않은 광화문 일대에서 수 개의 차로를 경찰 버스로 점거했으며 심지어 인도 곳곳에까지 버스를 정차해 오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불법 시위를 막겠다는 경찰이 오히려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를 불법점거한 셈이다.
참가자들은 "경찰이 명백히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황다혜 씨는 "등록금이 오른 걸 하소연하는 대학생들의 집회에 체포 전담조가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찰은 국민들은 지키고 돌보는 게 임무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반값 등록금 약속 쓰레기처럼 내던지는 정부" 이날 '등록금넷'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해도 해도 너무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 지역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어깨를 걸고 등록금 폭등을 저지하고, 현행 등록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범국민적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OECD 국가 중 고등교육 재정 최하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등록금 자율화 조치 시행으로 대학을 그야말로 영리추구 수단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사학재단은 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물가인상률의 3~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립대를 민영화하려는 '국립대 법인화' 추진에 따라 국립대 등록금은 매년 사립대 인상률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며 "더군다가 학자금 대출 보증은 이자가 7.65%에 달해 사실상 정부가 은행 고리대금업까지 보장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한 청와대의 50개 대책에도, 한나라당의 총선공약 어디에도 '반값 등록금'이란 단어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다"며 "단지 '반값 등록금은 약속했지만, 언제 실시할지는 말하지 않았다'는 낯 뜨거운 뻔뻔한 얘기만 들려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과부는 기만적인 총선용 등록금 경감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이미 노무현 정권 때 수립된 '기초생활 수급권자 장학금 확대'를 마치 새로운 것인양 포장하고, 소득 2분위 무이자 대출 실시는 소득 5분위까지 확대하겠다던 대선공약에서 한참 후퇴했음에도 대단한 일인양 꾸며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욱이 특단의 대책인 듯 내놓은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는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행 7.65%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고려한다면 고통의 크기만 눈덩이처럼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값등록금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쓰레기처럼 내던져버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우리는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교육의 시장화를 저지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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