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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법대로만 해 주세요"

코스콤 비정규직, 검찰에 코스콤과 경찰 고발

29일로 파업 200일을 맞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 기록으로 남겨 온 코스콤과 이들의 정보 수집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이는 경찰을 28일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 코스콤이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 등을 상대로 낸 손배해상 청구 소송 근거자료에서 이들이 비정규직지부의 동태를 파악한 일일 상황 일지를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증권노조는 이날 코스콤과 경찰을 고발하며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무슨 볼일을 보는지도 알았을까?"

코스콤의 노조 담당자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 '일일 상황 일지'는 노조의 수련회 등 외부 활동까지 실시간으로 미행해 기록하고 조합원들의 화장실 사용 시간까지 분단위로 적혀 있는 등 농성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든 일상이 담겨 있다. (☞관련 기사 :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 미행, 감시")

이 일지를 통해 드러난 사측의 감시활동으로 당사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한 듯 보였다. 조합원 신상진 씨는 "늘 주변을 맴도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줄은 몰라 정말 깜짝 놀랐다"며 "내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지 작은 일을 보는지도 감시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행과 감시는 노조법 81조 위반 부당노동행위"

이들은 "미행과 감시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코스콤의 미행·감시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1항과 5항의 '불이익 처우'에 해당되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이다. 즉, 현행 법은 조합원에 대한 일상적인 노무관리의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행위라는 것.

또 증권노조는 "코스콤이 노조법 제81조 4항의 '지배개입'에 해당되는 부당노동행위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신은정 노무사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개입할 목적으로 조합원의 일상행동까지도 감시하고 개별적으로 만나 현업 복귀를 회유하거나 금품 제공을 약속하는 것은 불법으로 코스콤은 여기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헌법 위반 혐의도 제기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17조를 코스콤이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경찰도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형법 위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8일 코스콤과 경찰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경찰이 지난 11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장 철거 과정에서 용역 경비원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외면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사무금융연맹

이들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코스콤과 함께 경찰청장 등도 고발했다. 혐의는 '형법 위반죄'였다. 증권노조는 고소장에서 "경찰청장 등은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직무유기'는 지난 11일 코스콤 비정규직의 농성장 철거 과정에서 경찰이 용역 경비원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날 동원된 용역 경비원은 영등포구청이 고용한 것이었다. (☞관련 기사 : "농성장 철거 중 위법 행위 묵인과 폭력 동조한 경찰, 직무 유기")

그날 용역 경비원들이 경비업법에 규정된 '경비업자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의 정당한 활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를 어기는 것을 보고도 "이를 관리감독할 법적 책임을 지닌 경찰이 스스로의 임무를 방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노조는 "경찰이 직무상 알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관련된 정보를 코스콤에 제공한 것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에 해당돼 형법 제123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 "정규직 될 때까지 함께 투쟁"

한편 이날 한국노총 산하의 금융노조(위원장 양병민)가 코스콤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코스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을 탈퇴해 한국노총 공공연맹에 소속돼 있다. 그런데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사측의 폭력진압과 정부의 묵인과 방조가 사태를 키웠다"며 비정규직지부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와 사측은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은커녕 폭력으로 농성장을 철거하고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가처분 신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마지막 남은 숨통마저 끊으려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정규직 해법이 고작 '법과 원칙'을 앞세운 폭력 탄압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난했다.

금융노조는 또 "코스콤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사 측의 폭력진압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정부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아울러 조속한 사태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금융노조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될 때까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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