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선일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1일 오후 감사원 조사를 앞두고 서울 대치동 예스컴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김천호 사장이 밝힌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간 언론보도와 인터넷상에서 돌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 수준이었다.
김사장은 김선일씨 피랍 이후 이라크 주 대사관에 4번이나 들어가면서 피랍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협상을 가나무역 측에서 일임했었고, 협상 전망이 밝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며 "이라크 현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이라크인뿐만 아니라 무장단체들도 한국인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조용히 해결하길 바랐기 때문에 대사관에 알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억류단체로부터 몸값이나 파병문제 등 어떠한 협상요구조건을 듣지 못했다"며 "억류단체들이 김선일씨가 한국인인지 모르고 피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한국인에게 지극히 우호적인 이라크 억류단체가 한국인 김선일씨를 피랍했을 하등 이유가 없고, 단지 실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사장은 협상이 전망이 갑자기 급변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다만 "22일경 억류단체와 접촉하고 있던 변호사로부터 파병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미국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없다.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법정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미국과의 연관설을 적극 방어했다.
이밖에 기자회견에 동석한 예스컴 이용석 사장은 "가나무역과 어떠한 계약관계가 없다. 경호 수행을 하는 이유는 (예스컴) 임직원과 김천호사장과의 개인적인 친분때문"이라고 말해 일부에서 제기되는 예스컴과 가나무역과의 유착설을 부인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사장이 밝힌 주요내용이다.
***1. 미군 당국에 통보여부**
- 6월 10일경 가나무역 매니저 장계민씨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미군 거래업체 AAFES 소속 군무원 매니저 Jim에게 김선일씨 실종사실에 관한 소식을 알아봐달라는 문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Jim은 '확인해주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장계민씨를 통해 들었다. 그 외 미군 당국에 김선일씨 실종과 관련, 어떤 문의나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2. 이라크 주 한국대사관과 한국 정부측에 통보 여부**
- 피랍이후 대사관 4차례 방문했다. 피랍사실을 통보한 적이 없으며 방문 이유는 영사관 신축과 팔루자지역 모포지원 문제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처음 2번 방문시는 김선일씨가 어떠한 상황(피랍 혹은 단순 실종)인지 불분명해 통보할 수 없었고, 이후 방문시에는 당시 무장단체와 접촉한 이라크인 변호사로부터 알리지 않는 것이 신변보호에 더 이롭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협상이 잘 되고 있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3. 몸값 요구 사실 여부**
- 무장단체로부터 몸값, 파병여부 등 어떠한 형태의 요구조건을 듣지 못했다.
***4. 피랍시점에 관한 진술 변경 이유**
- 알자지라 방송에 김선일씨 납치 비디오가 공개되고, 대사관으로부터 비디오 공개 통보를 받은 후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경황이 없어 '17일에 피랍됐다'고 잘못 진술했고, 다음날 정확한 사실을 대사관에 일지로 작성해 대사관에 제출했다.
***5. 운전사와 관련사항 및 운수회사 사장 A씨의 발언 관련**
-3일 운수회사 사장 A씨가 본인과 만나 김선일씨 억류사실을 얘기했고, 이 자리에서 본인이 한국대사관에 알리겠다고 말했다는데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일단 A씨는 운수회사 사장이 아니다. 회사 사장 하지 마흐산은 당시 일주일전 쯤 과도정부 이양에 따른 혼란의 우려로 인해 가족을 데리고 시리아로 도피해 있다고 알고 있다.
운수회사로부터 운전사 후세인시가 피랍사실 여부 및 억류 내지 석방되었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귀국 직전에도 운전사의 가족이 회사로 찾아와 운전사에 대한 새소식이 없냐고 물어왔다.
***6. 미국과의 관련설**
- 한국 국적이고, 미국과 관련된 일체의 국적상 연관성이 없다. 2002년 3월23일에 친지 방문 목적으로 입국한 기록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미국과의 연관성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변호인이 법정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은 김천호 사장이 문서로 밝힌 김선일씨 피랍이후 협상경위다.
***협상 경위**
6월4일~10일
- 어떻게 실종된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이라크인 직원들을 지시하여 거의 매일 팔루자 쪽을 수색하게 했고, 다른 이라크인 직원들과 한국인들은 바그다드를 위주로 수색했다.
6월10일~14일
- 회사소속 이라크인 직원2명이 무장세력 사무실로 가서 무장세력의 일원으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김선일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고만 확인해 주었으며, 얼굴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보여주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 만 이야기 하여 회사에서는 무장세력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이라크인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확인할 것을 지시하였음. 당시 김선일씨 안전 및 신원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이 안되자, 김천호 사장은 회사 고문 변호사를 통하여 무장세력 간부와 접촉을 시도하려고 하였고, 이후 회사 고문변호사가 무장세력 간부와 14일까지 계속 연락을 시도한 결과, 15일과 16일 경 만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음
5월 15,16일
- 회사 고문변호사가 무장세력(무자헤딘)의 고위 간부를 만났는데, 그 무장세력은 김선일씨를 납치한 조직과 관련된 조직이긴 하나, 직접 지휘하에 있는 조직이 아니라고 하였고, 변호사가 직접 납치한 조직으로 사람을 보내어 풀어 줄 것을 요청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 무장세력 간부는 '기다리면 연락을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함
6월 18일
- 그 후, 무장세력 측에서 변호사에게 18일 만나자고 통보하여 변호사가 오전 10시에 이라크인 지구언 2명과 동행하여 팔루자로 출발함. 팔루자 도착 후, 무장세력 측은 이라크인 직원은 사무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변호사만 자신들의 차량에 태워 제3의 장소로 이동함. 그곳에서 변호사는 무장세력 간부와 3시간 정도 단독으로 대화했다고 함.
대화내용 : 피랍경위, 상황 등에 관하여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잘 될 것이다. 풀어 줄 것이다. 그러니까 기다려라', '코리아는 우리의 적이 아니니 곧 풀어주겠다. 기다려라'고 하였다함
6월 19,20일
- 변호사가 무자헤딘 측과 오전에 통화를 한 결과, 오후 9시에 전화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변호사가 무자헤딘 측에 전화를 했더니, 다시 2시간 후에 연락할 것을 요구함. 2시간 후인 오후 11시경, 다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두절됨. 20일 오전 11시경 변호사는 무자헤딘 측으로부터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고.
6월21일
- 오전 10시 모술 출발 전 이라크인 비서에게 전화하여 변호사에게 이틀 전까지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는데, 어떻게 상황이 급변항ㅆ는지 자세히 물어보고 추궁하라고 지시.
당일 오후6시 변호사에게 저녁이 되어 어려운 상황인 줄 알지만, 팔루자로 무장세력을 다시 찾아가 볼 것을 촉구했고, 변호사는 팔루자 무장세력과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접촉 실패, 변호사는 접촉이 성공시, 김천호 사장에게 연락을 주기로 함.
밤 11시 변호사는 김천호 사장에게 무자헤딘 측과 전화 접촉이 되었다면서 '잘 되어가고 있다. 잘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무자헤딘 측에서 2시간 후에 다시 한 번 연락을 취하자고 하였다고 보고함. 22일 새벽1시까지 기다린 후 변호사가 무자헤딘 측으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실패했다고 보고.
22일 오후 1시 변호사로부터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 파병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라는 보고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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