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운하 반대, 문국현 선거 전략?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전국 교수 모임)'은 27일 "박석순 교수가 우리 모임을 "모 정치인의 선거 전략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꼈다"며 "대학에 재직 중인 박 교수가 전국에 있는 수천 명의 선배, 동료, 후배 교수를 이렇게 모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박석순 교수는 26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총선 앞에 그런 모임을 만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안 된다"며 "참여하는 교수를 보니 문국현 씨의 선거 전략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운하 정책을 자문해온 이다.
'전국 교수 모임'은 이런 박 교수의 발언을 놓고 "우리는 운하 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라며 "창립 취지문에서 이미 밝혔듯이 우리 활동이 어떠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박석순 교수가 2466명의 교수를 일거에 '정치인의 아류'로 몰아붙이는 것은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박 교수는 더 이상 정치인의 자가당착 행태를 모방하지 말고, 교수로서의 본분을 되새기며 전국의 선배, 동료, 후배 교수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석순의 말 바꾸기
'전국 교수 모임'은 그간 박석순 교수가 어떻게 말 바꾸기를 해왔는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교수는 2006년 12월 8일 <동아일보>에서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문제를 놓고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2007년 2월 7일에 열린 토론회에서는 "기술로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1월 10일 열린 방송 토론에서는 "선박을 운행하는 배의 스크류가 돌면서 산소가 공급돼 물을 깨끗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 인터뷰에서는 "(백두대간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터널에서 차가 나오듯이 산에서 배가 나오는 아주 장관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박 교수의 말 바꾸기를 놓고 '전국 교수 모임'은 "우리는 박석순 교수가 운하 사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다만, 권력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운하 사업에 도움을 주고자 객관적 연구 결과나 학문 소신과 무관하게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명백한 사실을 왜곡·과장해온 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을 대상으로 1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로 조사, 연구해 그 결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고, 반대로 화려한 그림과 왜곡된 자료로 운하를 포장하고 수시로 말을 바꾸는 교수는 비정치적이고 양심적인 학자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환경단체 "학생 어떻게 가르치려나"
한편, 환경단체 환경정의도 26일 성명을 내 "말 바꾸기까지 해가며 운하를 예찬하던 박석순 씨는 한나라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던 정치인"이라며 "이런 그가 전국 교수 모임의 활동을 문국현 씨의 선거 전략이라고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것은 정치인이 사용하는 가장 나쁜 권모술수의 대표적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정치인의 가장 못된 것을 배운 그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박석순 씨는 스스로 학자라는 신분과 교수직을 포기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박석순 씨는 전국 2466명 교수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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