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갈등으로 200일 가까이 노조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코스콤이 미행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시해 왔다는 의혹이 27일 제기됐다. 근거 자료는 코스콤 사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권노조 비정규직지부 일일상황'이었다.
코스콤은 최근 비정규직지부와 증권노조 간부 등을 상대로 8억26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MB, '社 불법은 OK, 勞에겐 벌금ㆍ손배 청구') 이 소송의 사 측 근거자료로 제출된 '일일상황'은 코스콤 측이 차량을 동원해 노조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노조의 내부 회의 내용까지 알아내는 등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의정부→동부간선도로→강변북로→한강대교, 이동경로·시간 실시간 파악
노조의 파업 첫 날인 지난해 9월 11일부터 49일째인 10월 29일까지 노조의 활동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문서는 사 측이 작성한 것이다. 그 안에는 노조의 새벽 기상 시간부터 취침 시간까지의 활동, 심지어 취침 장소별 인원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문제는 코스콤 측이 노조의 농성장인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벌어진 일 뿐 아니라 노조의 외부 활동까지 시간대별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파업 11일째인 9월 21일자 일지에는 오전 0시 10분에 지부가 의정부 다락원으로 이동하고 9시 37분에 다락원에서 기상하고, 12시 52분 다락원에서 서울로 버스와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심지어는 지부 승용차가 13시 17분에 동부간선도로 창동교에 진입하고 13시 25분에 강변북로에 진입, 이어 13시 30분 한강대교를 통과한 것까지 적혀 있다.
이는 노조의 이동 경로를 바로 뒤에서 미행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10월 12일 일지에는 여성 조합원 3명이 별관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다.
일부 정보는 경찰로부터 직접 얻어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과도 접촉한 것도 알 수 있다. 9월 23일 일지에는 오후 9시 거래소 안전관리실장이 영등포경찰서 정보과장으로부터 '9월 27일에 비정규직조합원 근무복귀가 예상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적혀 있다. 또 노조가 9월 27일에 낸 집회신고 내용도 당일 바로 코스콤은 파악하고 있었다.
총 74명의 조합원이 시위 도중 연행된 지난해 10월 9일에는 연행자 명단과 각각에 적용된 혐의도 적시돼 있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지부장 황영수)는 "그 뿐 아니라 민주노총 건물에서 진행된 총회 내용과 비공개 일정까지 코스콤이 모두 알고 있었다"며 "도감청 등 탈법적인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비공개 회의 내용을 알아내 코스콤에 전해준 것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라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일 뿐 아니라 인권유린이므로 그 경로가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스콤 "상황일지 내용 사실이나 경찰과의 유착, 도감청은 사실 아니다"
이에 대해 코스콤은 일지의 존재와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코스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조 담당자가 상황일지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고 임원들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 등 격한 행위가 자주 벌어져 상황 파악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노조가 움직일 때 담당자가 승용차로 따라가며 실시간 정보를 취득한 것은 사실이나 어디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그런 것일 뿐"이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경찰과의 유착이나 도감청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성장 주변에서 만난 영등포경찰서 정보과장과 대화를 나누며 들은 개인적인 의견을 일지에 적은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 경찰서도 코스콤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넘긴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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