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직접 결합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동당도 대운하 반대 입장이 선명하고, 자유선진당도 '대운하 저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한나라당 내 야당이 된 박근혜 전 대표도 운하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뚜렷한 정책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한 이번 총선의 한 축은 반(反)대운하 전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 관련 입장을 명시하지 못한 한나라당은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대운하 제2의 IMF 초래"
실천연대는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 한강이 보이는 행주화물여객터미널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대 국회에서 경부운하 및 이명박 정부의 재앙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부 운하의 모델인 독일의 운하 이용률은 13%, 도로 이용률은 77%이며 유럽 국가의 경우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거의 운하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유럽 대륙도 사용하지 않는 운하를 반도국가에서 운송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부 운하는 환경·경제 재앙으로 땅값 폭락과 제2의 IMF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김정욱 서울대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초기에는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인해 땅값이 폭등할 수 있으나 환경재앙과 사용자 부재로 시설이 도태돼 땅값 폭락과 제2의 IMF가 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대운하를 추진하는 정부 측과 대운하 반대 교수들의 공개토론을 적극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대운하특별법'을 제정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없다"며 "대운하를 강행할 경우 후손 대대로 혈세부담을 져야 하는 혈세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이 행주에 모인 까닭은?
이들이 행주 터미널 예정지에 모인 것은 최성 의원과 심상정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와도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고양시 덕양구로 최 의원은 덕양을에, 심 대표는 덕양갑 선거구에 출마했다.
최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는 행주화물여객터미널이 들어설 경우 터미널 제방 건설로 인한 하천생태계 파괴에 따른 하천 자정능력 감소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는 경고를 했다"며 "의왕 화물터미널과 마찬가지로 해당 지자체에는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서 고진화 의원이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고 의원은 비록 이번 총선에서 낙천했지만 운하 저지 실천연대의 책임간사를 맡는 등 대운하 반대 활동의 중추 역할을 맡았다.
고 의원은 "대운하는 자연 파괴는 물론 민주주의 파괴"라며 "국회가 대운하 추진 거수기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한나라당 안에도 운하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꽤 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운하 외에 경제 프로젝트 뭐가 있나"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의원과 맞붙는 문국현 대표는 "대운하 문제가 지난 대선에서 BBK 문제에 묻혀 제대로 토론이 되지 않았는데,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비켜가려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논의하고 국민들로부터 대운하에 대해 심판 받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문 대표는 이어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중소기업을 살려야 할 시점이지 대운하를 추진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프로젝트는 사실 대운하 밖에 없다"며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당선이 됐는데, 대운하로 인해 국민 경제와 국토 환경이 황폐화 되면 국민들의 실망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운하는 공장에서 수리 중"
한편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번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대운하 공약을 제외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정책위의장은 "지난 대선에서 내놓았던 대운하 공약은 많은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점을 보완하는 중"이라며 "문제점을 보완하면 보완된 대운하 정책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대운하 정책은 공장에 수리하러 들어간 것"이라며 "기다려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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