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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국민이냐, 盧대통령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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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국민이냐, 盧대통령 선택하라"

[현장] 30일 광화문앞 파병철회 촛불집회 1만여명 운집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인가. 국민의 의사를 따를 것인가."

고 김선일씨 영결식이 거행된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1만여명의 시민들의 참여로 거대한 추모 촛불이 밝혀졌다. 이날 촛불집회는 여느때와 달리 교보문고 앞 8차선 도로의 절반을 추모행렬로 가득 메웠다.

이날 대회의 정식 명칭은 '고 김선일 추모·파병철회·미국의 기만적인 이라크 민정이양 규탄 범국민대회'. 대회 명칭은 이렇게 길지만, 이들의 요구하고 절규하는 목소리는 모두 하나로 집약됐다. "파병철회!"

***"김선일씨 피살 일차책임은 파병결정한 한국정부"**

저녁 7시에 시작 예정이던 이날 대회는 1시간여 늦춰진 저녁8시나 되어서야 시작됐다. 오후 3시부터 종묘공원에서 진행된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 참가자들의 행진이 다소 지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 8시 이전에도 반전과 파병철회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문화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 보내기'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종이국화를 들고 장례 때 사용하는 머리두건을 쓰며 파병철회를 호소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엽서에 가득 글씨로 메우던 장건섭씨(출판업)은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은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입장과 접근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벌인 부도덕한 전쟁에 한국이 개입하기로 한 결정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켠에서는 고 김선일씨 피살 장면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근 30여분 동안 미동없이 이라크 억류단체로 분한 한 시민단체 회원은 힘들지 않냐란 질문에 "김선일씨가 (당시에)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은 파병을 막아내는 것"**

이윽고 본대회가 시작했다. 본대회 사회를 맡은 서형원 녹색정치모임 간사는 "이라크에 전쟁이 일어날 때 우리는 멀리 있는 나라에서 발생하는 걸로만 알지 않았나, 팔루자에서 무고한 이라크 시민이 학살될 때, 미국인 닉버그가 참수될 때, 우리는 충분히 연대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선일씨가 파병을 철회하라고 한 마지막 외침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며 본대회를 열었다.

변영식 평화와통일을사랑하는사람들 공동대표는 추도사에서 "60년된 한·미 동맹의 불판을 갈아보자"며 "한·미동맹 재검토와 파병철회가 그 죽음의 골짜기에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한 김선일씨가 남긴 메시지를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도사를 이어 임원식, 김주홍, 한영애 등 문화예술인들이 '용서와 사랑만이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란 메시지가 담긴 민요-재즈-북-춤 퓨전 문화마당을 연출했다. 진도 상여소리와 큰 북의 깊은 울림, 섹스폰의 감미로운 선율을 배경으로 이라크에서 벌어진 미군의 이라크 민중 학살을 상징하는 살풀이와 베가르기 춤이 진행됐다.

***"인신공희로 얻은 국익, 과연 행복할까?"**

또 29일 청와대 앞 파병철회 1인시위에 참여했던 가수 신성우를 비롯 이현우, 신해철, 연극배우 오지혜씨의 파병철회 영상메시지가 전해지기도 했다. 오지혜씨는 "국익 때문에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더 이상 듣기 싫다. 백번 양보해서 사 람 목숨의 대가로 돌아오는 국익이 매우 크다고 치더라도 그런 국익으로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믿는 건 국민밖에 없다. 한번도 정치인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줘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가수 이현우씨도 "이라크에는 김선일씨 뿐만아니라 수많은 이라크 사람들이 고통과 죽음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고, 신해철씨도 "의미없는 전쟁에 무고한 젊은이의 피가 더 이상 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민발언으로 고등학생 이재덕씨의 강경한 발언도 쏟아졌다.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철회만 얘기했더라면, 유시민·임종석 의원이 파병재검토를 건의라도 했다면 김선일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촛불추모대회에는 4당 국회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홍미영 열린우리당의원은 "죄송합니다. 양심껏·소신껏 의정활동하겠다"고 말했고, 김원웅의원은 "인신공희를 통해야만 굳건히 되는 한미동맹을 반드시 박살내겠다"고 발언했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80년 광주를 기억하고 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촛불로 뒤덮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원들에 대해 야유를 퍼붓자 천영세 민주노동당의원은 "지금 이 자리에 선 한나라당·열린우리당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의원보다 훨씬 용기있는 분들"이라며 "이분들과 함께 꼭 파병철회를 관철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의원도 "미국이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먼저 인지했다면 그들은 동맹국이 아니다. 또 한국정부가 은폐를 하고 있다면 더이상 한국정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심의원은 이어 "김선일씨의 피살이 우리가 과연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아서,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죽었냐"며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전투병 파병론과 테러방지법 제정론을 비판했다.

***"더이상 파병철회를 정부에 읍소하지 말자"**

이날 마지막 발언은 출판업을 하는 김종필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파병반대국민행동에 제안한다"며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에게 파병철회를 '읍소'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국민의 생명을 사지에 내몬 노무현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는것이 오히려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발언에 이어 이날 마지막 문화공연인 노래패 '우리나라'의 '못가'를 끝으로 밤10시께 이날 촛불 추모대회는 최종 갈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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