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철회를 투쟁 핵심과제로 들고 나온 민주노총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등 전국 각지에서 '2차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파병철회와 함께 ▲주5일제 실시 ▲비정규직차별철폐 ▲손배가압류 금지 ▲산업공동화대책수립 등을 주장했다.
***민주노총 13만 조합원 참가, 전국 2차 총력집중투쟁 개최**
이날 2차 총력투쟁에는 현대차 등 완성차 4사 노조가 소속된 금속산업연맹과 금속노조 소속 1백30여개 사업장, 화학섬유연맹, 서비스연맹, 공공연맹 일부 사업장 등 13만 여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민주노총측은 밝혔다.
이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종묘공원에서 자체 집회를 가진 금속연맹과 금속노조는 '국민은 파병을 원치 않는다. 니가 가라 이라크'라고 외치며 광화문까지 행진해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합류했다.
오후4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본대회는 고 김선일씨의 '파병을 철회하라', '당신의 목숨이 소중한 만큼 나의 목숨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등의 마지막 육성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날 대회 사회를 맡은 이석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3만 조합원 총파업과 함께 시작된 오늘 2차 총력투쟁은 이라크 침략전쟁, 미국에 굴복한 노무현 정권의 파병결정에 대한 규탄대회이기도 하다"며 대회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수호 위원장 "전쟁나면 등떠밀려 나가는 것이 노동자"**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대회사를 통해 "김선일씨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지 4일째가 됐다"며 "고인을 보면서 반드시 파병을 철회하고 반전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이날 투쟁대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김선일씨가 노동자였던 것처럼 전쟁이 나면 등떠밀려 나가는 것이 노동자"라며 노동자가 파병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이날 대회 맨 앞자리를 차지한 조합원은 하늘색 조합원 티셔츠를 입은 서울대 병원노조. 이들은 22일 산별교섭이 타결된 이후에도 18일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산별교섭에서 '의료공공성강화'관련 협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한 서울대병원노조원은 "서울대 병원은 국립병원인만큼 의료 공공성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며 "병원 사측은 산별교섭타결이후 어떠한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서울대병원노조원들은 각각 파란색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호흡기 질환 등 건강악화를 우려한 노조 측의 배려다.
또 대오 한 켠에는 근 세달여간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담배 마일드 세븐 판매노조원들도 차지하고 있다. 근 50여명의 노조원들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역시 "마일드세븐 일본 회사가 고용승계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떠한 방책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한 노조원이 설명했다.
***천영세 의원, "장관 경질, 국장 해임으로 김선일씨 사건 봉합으로 보지 말라"**
오후6시 경 천영세 의원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6명이 국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회에 참가했다. 사회자로부터 '노동자의 희망'이란 격찬까지 들은 이들은 연단에 올라가 즉석 발언을 했다.
의원단 대표이기도 한 천의원은 "국민은 김선일씨 피살 소식을 듣고 매우 참담해 하고 있다"며 "정부는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단지 장관을 경질하고 외교통상부 몇 몇 국장급을 해고한다고 해서 봉합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2,3의 김선일씨가 나오지 않는 방법은 오로지 파병철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10만 파업대오를 이끌고 참여한 백순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은 "금속연맹은 임금 몇 푼 더 올리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공헌기금과 정규직 대비 80% 비정규직 임금인상이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이처럼 사회 공익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건 금속연맹의 파업에 대해 보수언론과 재계는 벌써부터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시간여 진행된 이날 대회는 오후 6시30분 무렵 최종 갈음됐다. 이후 투쟁대오는 일부 오후7시부터 시작되는 파병철회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로 결의하고 자리를 떳다.
다음은 이날 대회에서 민노총측이 발표한 투쟁결의문 전문이다.
< 결 의 문 >
전쟁의 피바람을 반전평화의 함성으로 날려버리자!
노동자계급은 평화의 상징이다.
역사를 창조하고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계급은, 평화의 상징이다. 파괴와 살인과 침략, 이것은 자본과 제국주의 패권전쟁의 상징이다. 생산과 창조의 주역인 노동자계급이 반전평화의 깃발을 높이들고 거리로 나섰다. 죽어간 김선일의 해맑은 얼굴을 가슴에 안고 반전평화의 거리로 행진을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파병철회를 위해 파업투쟁에 나섰다.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온전한 주 5일근무 쟁취, 비정규 차별철폐, 손배가압류 철폐, 산업공동화 대책 수립 등 상반기 민주노총 차원의 10대 요구를 내걸고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이 시각 전국 13만 노동자가 공장을 세우고, 파업가를 부르며 거리에 나섰다. 노동자의 생존권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2차 총력투쟁에 나선 우리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의지를 한데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노무현정부가 사실 은폐와 정보 왜곡을 통해 김선일씨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무책임함을 규탄하며, 살인정책 침략정책 사대매국정책인 이라크파병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온전한 주 5일 근무쟁취와 일자리 창출를 위해 총력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그 어떤 차별을 거부하며, 그 철폐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정부는 제조업 산업공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국가경제 몰락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신종 노동탄압 무기, 손배가압류 철폐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2004년 6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총력투쟁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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