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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업적 위해 우리가 죽어야 하나"

동대문운동장 노점상들, 조명탑서 고공농성 중

"시민 여러분, 오세훈 시장이 임기 내 업적을 만들기 위해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확성기를 통해 30m 상공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은 지상에 있는 이들에게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그의 목소리가 절절하다는 것.

서울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상인협회 양연수 대표는 지난 20일 밤부터 동대문운동장 조명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서울시와의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합의한 건 우리가 아니다"
▲ 노점상인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대문운동장 조명탑. ⓒ프레시안

현재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에서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인은 약 1000여 명. 대부분 청계천 복원 공사과정에서 자리를 옮겨온 청계천 일대 노점상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뒤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계적인 디자인센터를 짓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계획을 놓고, 노점상뿐만 아니라 문화계, 체육계 등 각계에서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100여 년간 한국 근대 체육계의 무대였던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적 가치를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문화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철순 전 프로야구선수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반대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도 서울시는 결국 지난해 12월 13일 공사를 강행했다. 서울시는 당시 상인들과의 합의가 끝났다며 '강행'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2008년 3월까지 풍물시장을 동대문구 제기동 옛 숭인여중 부지로 이주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1일 농성장 앞에서 만난 상인들의 주장은 정반대였다. 서울시가 합의한 주체는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동대문 풍물시장이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5인 대표'라는 임의단체가 등장했다. 이들은 풍물시장 상인 자치회를 자칭하며 독단과 비리의 복마전이 됐다."

상인들은 서울시와 이전에 합의한 이들은 바로 이 '자치회'였다고 지적했다. 상인들은 "이들은 서울시에서 돈을 받아 동남아 여행을 하는 등 풍물시장 회원들에게 돌아올 수천만 원의 비용을 여행경비로 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인협회 라희성 사무국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자치회와 이전 합의를 했다"며 "그러나 그 합의는 상인들 대다수가 전혀 모른 채 밀실에서 진행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 상인은 "우리는 합의가 됐다는 걸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사전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정작 이전에 반대하는 대다수 상인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첫 면담은 6개월 가량이 지난 2월 29일에서야 이뤄졌다. 이들은 "면담에서 서울시 담당관은 풍물시장 상인들이 서울시와 주체적인 계약 체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확인했다"며 "따라서 자치위원회에 계약을 위임한 바가 없는 만큼 이는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자치회와 서울시의 이전 합의는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오 시장의 조급증과 과욕 때문에"

그러는 사이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이전을 위한 작업은 계속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철거에 들어간 서울시는 현재 신설동에는 4월 내 입주를 목표로 한 풍물시장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상인들은 "신설동은 상권에서 동대문운동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며 "동대문운동장은 지난 4년간의 악조건 속에서도 근근히 생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 시장이 재임 중 업적을 남기려는 조급증과 과욕 때문에 이미 추진 중인 개발대로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와 피해가 예상된다"며 "역사·문화·예술성을 살린 개발이 되도록 수정 및 보완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인들은 운동장 부지에 지을 예정인 디자인센터 대신 성곽 복원의 취지에 맞도록 풍물시장을 조성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흥인지문과 시구문 성곽 주변에 성곽보다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면 조망 경관을 해칠 것"이라며 "디자인센터는 오히려 지하에 짓고 지상은 성곽에 따라 풍물거리를 조성하면 상인들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있고 세계적인 관광명소 구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풍물거리 3000평 배정을 약속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양연수 대표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서울시와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시의 입장은 달라질 수 없다"며 "불법 노점을 하는 사람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건 지나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도 말했듯이 '떼법'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센터 서두르는 서울시, 곳곳서 지적 묵살
▲ 동대문운동장 역사는 입구부터 승강장까지 디자인센터 홍보물로 도배돼 있다. ⓒ프레시안

한편 2012년 디자인센터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시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설동 풍물시장 공사 현장에서는 최근 서울시가 예산과 공사기간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불연재를 사용하라'는 동대문소방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더 취약한 '난연재'로 시공을 한 점이 밝혀졌다. 입점하게 될 점포 중 화기 사용을 피할 수 없는 음식·스낵 관련 점포가 110곳이나 되는 상황인데도 소방당국의 권고를 묵살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풍물시장 건립 공사를 강행한 점과 난연재 사용을 문제삼아 관련 계획안의 심의를 보류하기도 했다. 당시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4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 착공을 위해 풍물시장 준공과 이전·개장을 다소 조급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동대문야구장 철거와 관련하여 대체구장 건설에 있어서도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없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대체구장 중 하나인 구의정수장은 등록문화재인데도 서울시는 2010년 고척동 야구장이 지어질 때까지 정수장을 모래로 덮고 그 위에 간이야구장을 운영하겠다며 공사를 강행해 문화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대체구장 중 하나로 지어지고 있는 난지한강공원 야구장 공사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사 중단명령'을 받았지만 "야구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공사를 계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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