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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국제사회 웃음거리 될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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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국제사회 웃음거리 될 이명박"

[그대로 흐르게 하라 ⑤] 철새들의 천국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경부운하. 녹색연합은 경부운하 백지화를 위한 녹색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한강까지 530㎞ 경부운하 예정 지역을 발로 걸으면서 운하 실체를 확인한다.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양산 물금, 창원 대산 강변 여과 취수장, 대구 도동서원, 달성습지, 해평습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 문경 고모산성, 충주댐, 여주 남한강 등을 살펴본다. 그 길을 <프레시안>과 녹색연합 공동 연재 기사를 통해 8회에 걸쳐 싣는다.

① "경부운하, 부산 시민은 떨고 있다"
② "바로 이게 경부운하의 실체다"

"이명박, 대운하 계획 '백지화'하라"
"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대구 달성군과 고령읍 사이에 위치한 화원공원에서 내려다 본 달성습지.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이곳은 어종이 풍부해 철새 서식지로 유명하다. ⓒ녹색연합

2008년 람사르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이명박 정부는 경부운하를 통해 국제적인 가치를 지닌 대구 달성습지와 구미 해평습지를 없애려 하고 있다. 3월 15일 대구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고령군 사이에 위치한 달성습지를 탐사했다. 3월 16일에는 경상북도 구미 해평습지까지 찾았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의 낙동강 둔치 전체다. 특히 대구 화원유원지의 전망대에 오르면 달성습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국내에서 하천 습지를 이렇게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곳은 시베리아, 중국에서 일본으로 날아가는 청둥오리와 흑두루미, 재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이 머무는 중간기착지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이라 어종이 풍부하고 억새가 높게 자라 새들이 몸을 숨기기에 좋기 때문이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의 이기섭 박사는 "달성습지는 과거 흑두루미가 도래했던 지역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대구는 20년 전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 도시 중 유일하게 유엔자연환경보존기구에 등록되었다. 하지만 운하가 추진되면 달성습지는 사라진다. 지금도 습지를 중심으로 바깥쪽에 성서공단이 들어서면서 습지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운하는 바깥이 아닌 달성습지 한가운데에 배가 다닌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달성습지 바로 앞에 서면 이곳에 배가 어떻게 다닐 수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달성습지에는 화물선은 고사하고 단 10톤의 배도 다닐 수 없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하천의 심장과 허파를 들어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뛰어난 경관의 해평습지는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기착지이다. ⓒ녹색연합

대구 달성습지를 거슬러 오르면 구미의 낙동강이 펼쳐진다. 남한에서 하천의 모래밭이 가장 드넓은 곳이다. 바로 구미 해평습지다. 대다수 국민은 해평습지의 실체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구미를 지나쳐 가는 경부고속도로, 경부선철도 등에서 보이는 부분은 그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경부고속도로 낙동대교에서 강 상류 쪽으로 길게 펼쳐진 모래 벌판 정도가 해평습지로 나가기 전에 나타나는 풍광의 일부일 뿐이다.

해평습지에는 깨끗한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고 강 주변에 버드나무 숲이 감싸주어 새들의 보금자리로 매우 우수한 지형이다. 한국에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등 철새들이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 주요 지점들이 있다.

예전에는 시베리아에서 출발한 철새들이 한강 하구, 주남저수지, 달성습지, 해평습지, 낙동강 하구 등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중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 등으로 파괴되어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해평습지는 아직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주요 철새도래지이다. 홍두평에는 최대 48마리, 철원에서는 150~200마리, 한강 하구와 김포 진영에서는 100여 마리 정도의 재두루미가 발견된다. 이에 비해 해평습지에는 매년 흑두루미 2000~4000여 마리, 재두루미 400~800여 마리 정도가 겨울을 난다. 그리고 기러기, 오리류가 매일 1만 마리, 큰 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백로 등도 찾는다. 해평습지에 막 도착했을 때도 수천 마리의 기러기 떼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구미 시내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해평습지에 때마침 기러기 한 무리가 날고 있다. ⓒ녹색연합

습지는 수심 6m이하의 강이나 하천을 말한다. 달성습지와 해평습지의 수심은 평균 1m, 깊은 곳은 2~3m에 불과하다. 그런데 2500 톤(t)급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적어도 10m의 수심이 필요하다. 경부운하가 만들어지면 달성습지와 해평습지는 사라지게 된다. 이기섭 박사는 해평습지가 "철새들의 잠자리와 중간 정거장으로 아주 중요한 곳"으로 습지가 물에 잠길 경우 "흑두루미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부운하 추진 측에서는 습지가 사라지면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인공 습지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운하를 만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100년 동안 자료를 축적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5년 만에 운하를 만들고 친환경적인 인공 습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도저히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달성습지와 해평습지는 각각 250만 명, 4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공단이 발달한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공단에선 오염물질이 흘러내려온다. 그럼에도 몇천 마리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낙동강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는 습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자정작용 때문이다.

그러나 운하는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마지막의 생명의 공간을 송두리째 앗아 갈 것이다. 2008년 한국에서 람사르 총회가 개최된다. 운하를 건설한다고 달성습지와 해평습지 등 빼어난 하천 습지를 훼손할 궁리를 하는 한국정부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낙동강변을 따라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는 모습. ⓒ녹색연합.

▲해평습지에서 운하 건설 백지화 퍼포먼스를 진행는 녹색순례단.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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