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2008년 주요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에는 2011년까지 대학에 재학중인 기초생활수급권자 전원에게 무상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교육계 안팎에서 요구가 높았던 '등록금 대책'이 포함됐다. 또 영어 공교육 완성 및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정책이 대부분 그대로 추진 계획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새 정권에 발맞추기에만 급급한 섣부른 정책이라는 지적이 곧바로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0일 각각 논평을 내고 '유감', '미흡' 등의 표현을 쓰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 530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도 논평을 통해 "생색내기용 등록금 경감대책을 운운하지 말고 등록금반값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정부는 교사, 아이들, 학부모 목소리 안 들리나"
전교조는 "업무보고의 주 내용은 '학교 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대신에 '학교의 입시 학원화, 사교육비 두 배'를 초래하고 있는 기존의 인수위 정책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책 제시가 미흡하고, 더군다나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교육 재정 확충 계획마저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는 최근 시·도 교육감 협의회에 의해 시행된 전국 진단평가 실시와 관련해 "시·도 교육감 협의회에 권한이 강화될 경우에 무한 입시 경쟁 교육의 강화와 평준화 폐지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더구나 현재 재정 자립도가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지방교육재정을 그나마 10%로 축소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결국 영·미의 교육시장화 정책에서 나타난 교육재정 축소 정책의 복사판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교원평가, 근무평정 다면평가, 차등 성과급 평가의 삼중 평가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도 없이 여전히 확대 실시를 위한 법제화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게다가 '맞춤형 연수제'와 '학습 연구년제' 등 교원의 연수 제도를 아직 법적 근거도 없는 교원평가의 결과와 연계해 실시하는 것은 교사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교조는 "평가와 경쟁, 과도한 영어 몰입교육, 평준화 해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대입 전형 등 이미 한국 사회에서 과도한 입시 교육과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한 정책이 업무 보고의 축을 이루고 있다"며 "아무쪼록 이명박 정부가 진정한 실용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교사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시들어가는 아이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게 되었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 "스스로 정한 시한에 너무 급급해선 안 될 것"
교총은 "교육정책 비전과 목표에는 공감하고 찬성한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교육공약 및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방향을 그대로 이어받은 수준에 그쳐, 대통령의 선진 교육강국 실현에 대한 의지에 부합하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으로는 다소 미흡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교총은 "특히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만 강조하고,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학급 당 학생수 및 교원 1인당 학생 감축 방안, 주당 적정 수업시수 법제화, 교원 증원 등 교육여건 개선 등이 추진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쉽게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또 이 단체는 "각 정책과제 실행에 필요한 재정확보 계획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입법추진 계획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교원,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및 '영어공교육 완성'등은 그 취지와 방향은 동의하지만, 정책추진에 앞서 학교현장성과 예상되는 교육적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원, 교육전문가, 학부모, 교원단체 등의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학교현장 적합성을 꼼꼼히 따지고 문제점을 보완할 때 공교육 살리기의 정책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스스로 정한 시한에 너무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등록금넷 "진정 해결의지 있다면 등록금 인하하고 재단적립금 규제해야"
한편 등록금넷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문제 해결에 이제라도 정부당국이 나서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살인적인 등록금 폭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등록금 경감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생색내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비판했다.
또 이들은 "소득 2분위 학생까지 무이자 대출실시는 5분위까지 학대하겠다던 대선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안"이라며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 확대 역시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현행 7.65%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고려한다면 고통의 크기만 눈덩이처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국민에게 철석같이 약속한 '등록금 반값정책'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물으며 "등록금을 경감한다고 하면서 국립대를 민영화하여 등록금을 폭등시키고 있는 국립대법인화 법안을 올 6월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한 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진정으로 이명박 정권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유럽이나 호주의 대학들처럼 등록금을 대폭 인하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무려 6조 원을 넘는 사립대 재단적립금부터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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