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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대생 '김선일씨 추모 3보1배'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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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서울대생 '김선일씨 추모 3보1배' 저지

[현장] 경찰 "집시법 위반", 서울대앞 5백m 지점서 대치중

삼보일배. 지난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이후 다시 삼보일배가 시작됐다. 이번 삼보일배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고 김선일씨 추모를 위해, 그리고 파병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파병철회 삼보일배 닻을 올리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홍상욱씨(경제학과)를 비롯 단대학생회장과 학부생 23명은 2박 3일간의 노숙 삼보일배를 27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시작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서울대 민교협 소속 교수(회장 김인걸)들은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삼보일배 출정식을 공동으로 가졌다. 학생들의 스승이기도 한 민교협 교수들은 "파병결정은 너무나 쉽게 결정됐다. 재검토는 불가피하다"며 학생들의 "파병철회촉구"에 화답했다.

최영찬교수(농경제학과)는 "84년 군부정권 반독재 투쟁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머리띠를 묶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며 소감을 밝혔다. 최교수는 "70·80년대 선배들의 희생적인 투쟁으로 이제는 보다 민주화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나 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와서는 더욱더 기대감이 컸다"며 "그 기대는 결국 기대에 불과했다. 여전히 민주와 평화로운 시기는 멀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발언을 이어 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서경(사회학과)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묻고 싶었다. 아무런 죄없이 일하던 노동자 김선일씨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가 죽어야 하는 이유가 한미동맹때문인지, 이라크 석유자원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라크 재건지원을 위해서인지 묻고 싶다"며 "이 중 어떤 것도 한 생명을 죽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삼보일배를 결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보일배의 이유, 무고한 죽음에 대한 속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파병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결의한 이유에 대해 홍상욱 총학생 회장은 말한다.

"김선일씨가 피살되기 전에도 파병철회운동을 했었다. 하지만 김선일씨의 피살은 전쟁과 파병의 위험성을 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오게 했고, 그만큼 운동의 방식에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삼보일배는 지난 수경스님이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면서 시도한 것이 처음이다. 수경스님은 반대이유로 개발이 자연과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했다. 우리가 삼보일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고한 생명이 이라크에서 미군에 의해 학살됐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이러한 부도덕한 전쟁에 참여하는 한국정부의 죄값으로 억울하게 죽었다. 전쟁은 곧 생명을 잃는 것이다. 우리들의 삼보일배는 억울하게 죽은 모든 생명에 속죄한다는 의미가 있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국적을 넘어 부도덕한 전쟁에 의해 희생된 모든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의 하나이자 모든 것이란 설명이다.

교수들도 삼보일배에 임하는 학생들에 대해 같은 말을 한다. 김인걸교수(국사학과)는 "김선일씨 죽음이후 분노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을 습격하려고 한다든지, 이라크 사람에 대한 대책없는 적개심과 공분이 인다는 것"이라며 "삼보일배는 부당한 폭력과 억압에 대해 힘이 아닌 평화로운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만에 하나 가질수 있는 대책없는 분노를 너머 분노의 방향과 방식을 올바르게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간단한 추모식을 가지고나서 1백여명의 학생들은 교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삼보일배는 교문에서 시작해 보라매공원, 국회, 광화문, 청와대 순서로 2박 3일간 진행된다. 삼보일배에는 일단 단과대 학생회장들과 일부 학생들이 결의했다.

***삼보일배단, 무릎보호대와 목장갑이 그들의 무기**

교문에 이르러 삼보일배단은 삼보일배용 복장을 착용했다. 장비라고 해야 목장갑과 무릎보호대가 전부다. 쉽지만은 않은 거리, 3일간의 풍찬노숙이기에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20대 초반의 젊음이 언제나 품고 있는 '생기'와 '활력'은 '신중함'과 '결의'로 나타났다.

이때 관악경찰서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삼보일배가 단체행동이기 때문에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종용했다. 집시법이 그 근거였다.

홍 총학생회장은 이에 "경찰이 막을려면 막아라. 삼보일배는 고 김선일씨 추모를 위한 상징 행위다. 집회가 아닌 이유다. 막는다면 그 자리 그 순간부터 땅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겠다"며 세걸음 걷고 한 번 절하기를 시작했다. 이때가 오후 1시.

삼보일배는 북소리에 맞춰 진행됐다. "딱 딱 딱 다다다다다" 처음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취재진은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연속 셔터를 눌러대고, 뒤 따르는 학생들은 "김선일을 살려내라. 파병을 철회하라"며 삼보일배단의 힘을 북돋았다.

***삼보일배 시작 30분만에 경찰 막아서다**

그렇게 30여분. 5백미터를 진행했을까. 경찰들은 결국 병력을 동원해 이들의 삼보일배를 막아섰다. 경찰관계자는 "불법집회입니다. 강제해산 하겠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선무방송을 계속했다. 삼보일배단은 길바닥에 웅크린채 묵묵부답이다. 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로 삼보일배단의 온 몸에는 땀이 흐른다. 아스팔트에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은 마치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눈물을 연상시켰다.

경찰의 봉쇄로 삼보일배가 막히자, 뒤따르는 학생들의 구호와 노랫소리는 더욱 커진다. 법대 학생인 김성일씨는 "파병철회는 특정 정치집단만의 이기적 요구가 아니다. 생명을 살리자는 요구는 보편적인 정언명령이다. 이를 막는 경찰은 어느나라 경찰인가"라며 개탄했다. 또다른 학생도 "평화로운 삼보일배를 불법집회라며 강제해산만 운운하는 경찰은 안타깝다.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경찰의 존재도, 이들에 둘러싸여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우리의 존재도 안타깝고 슬프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경찰과 대치 중인지 1시간 여가 흐르도록 삼보일배단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 작은 몸둥어리지만, 그 의지는 커다란 바위와 같다. 삼보일배단에 참여한 한 학생은 힘들지 않느냐란 기자의 질문에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한다면 이라크에서 무고한 생명을 억울하게 잃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전히 경찰들은 막아서고 있고, 학생들은 움직임이 없다.

저녁 3시30분경까지 경찰과 무언의 대치를 하던 삼보일배단은 거리 농성으로 전환한 후 4시30분경에 자체 해산했다.

홍상욱 총학생회장은 "김선일씨 추모를 위한 삼보일배 마저 집시법위반으로 봉쇄한다면 시민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어떤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경욱 사무차장은 이와 관련 "추모행사를 집시법 위반으로 제지할 수는 없다"며 "이날 경찰의 행위는 민변 차원에서도 법률 검토를 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회의 해산 결정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No justice, No peace"라고 외치면서 "경찰의 부당한 제지는 또하나의 폭력이고, 이것에 굴복하는 것은 폭력을 연기하는 것"이라며 농성을 끝까지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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