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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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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당한 숭례문, '수장' 기다리는 문화재"

[그대로 흐르게 하라 ④] 파괴되는 문화재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경부운하. 녹색연합은 경부운하 백지화를 위한 녹색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한강까지 530㎞ 경부운하 예정 지역을 발로 걸으면서 운하 실체를 확인한다.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양산 물금, 창원 대산 강변 여과 취수장, 대구 도동서원, 달성습지, 해평습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구곡, 문경 고모산성, 충주댐, 여주 남한강 등을 살펴본다. 그 길을 <프레시안>과 녹색연합 공동 연재 기사를 통해 8회에 걸쳐 싣는다.

① "경부운하, 부산 시민은 떨고 있다"
② "바로 이게 경부운하의 실체다"

"이명박, 대운하 계획 '백지화'하라"

▲경부운하 탓에 수몰될 위기에 처한 도동서원. ⓒ녹색연합

운하는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도 파괴한다. 운하가 현실이 되면 수천 년 역사를 단 몇 년 안에 수장시킬 것이다. 400년 선비 정신의 성지 중 하나인 도동서원을 비롯한 대구·경북 지역 운하 영향권의 문화유산도 예외는 아니다.

도동서원(道東書院)은 낙동강 개경포가 훤히 보이는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다. 한훤당 김굉필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도동서원은 본래 비슬산 기슭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뒤 1605년(선조 38)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워지고, 1607년(선조 40년)에 도동서원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 강당인 중정당(中正堂)과 사당, 돌담은 보물 350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마을 이름도 도동서원의 이름을 땄다.
▲도동서원 내부. ⓒ녹색연합

이러한 문화유산이 경부운하 건설 계획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달성군 도동리는 낙동강 바로 옆에 붙어있고 지면이 높지 않아 상습적인 홍수 피해를 입었다. 도동서원을 안내한 문화해설사 유병옥 씨는 "여름철 장마로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엔 도동서원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 앞까지 물이 들어서서, 그날 담당자가 흙먼지를 닦아내느라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부운하 건설 계획에 따르면 도동서원에서 20㎞ 하류에 사문진보가 만들어진다. 보가 만들어지면 강물의 수위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져 비가 많이 내리면 도동서원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까지 모두 물에 잠길 위험성이 크다.

또 강바닥 준설 작업은 도동서원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도동리 옆 현풍면에 사는 천은식(45) 씨는 "강물 바닥에 모래가 많이 쌓여 있어 수심이 1~2m밖에 안 돼 작은 배도 다니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부운하에는 2500 톤(t)에서 5000 톤급 배가 다닐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의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최소한 11m의 수심이 필요하다. 강바닥은 모래 4~5m를 판 후에는 암반이 나타난다. 적당한 수심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바닥의 암반을 폭파해야 한다. 암반의 폭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에 의한 도동서원의 훼손은 불가피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부운하 건설로 사라지는 문화재는 도동서원뿐만이 아니다. 천연기념물, 보물, 사적 등 지정문화재 14곳과 유물산포지, 고분(군) 등 매장문화재 50곳 총 64곳의 문화유산 역시 수몰되거나 이전돼야 한다.
▲경북 구미에 있는 수령 400년 이상 된 천연기념물 225호 선산농소은행나무. ⓒ녹색연합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천연기념물은 경북 구미시 소재 '선산농소의 은행나무'(제225호) 1곳, 보물은 대구 달성 '도동서원강당사당부장원'(제350호) 1곳, 사적은 경북 문경 '문경관문' 등 2곳, 중요민속자료는 대구 달성군 '묘동박엽씨가옥' 1곳, 시도유형문화재는 '달성하목정' 1곳, 시도기념물은 경북 구미시 '매학정일원' 등 3곳, 문화재자료는 경북 구미 '인동향교대성전' 등 5곳 등 총 14곳의 지정문화재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구·경북 지역 소재 유물산포지 16곳, 지석묘(군) 3곳, 고분(군) 17곳, 관방 5곳, 기타 2곳 등 총 50곳의 매장문화재가 경부운하 예정지 100m 이내에 위치하여 사업 강행시 이전 및 수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녹색순례단은 낙동강 줄기의 대구·경북 지역의 지정, 매장문화재 현장을 직접 방문, 조사하였다. 이번에 답사한 문화유적에는 숭례문에 버금가는 600년 역사의 정자, 수령 400년 이상 마을의 수호신 격인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원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다양한 무덤형태가 보이는 고분군, 삼국시대의 영토다툼을 위한 토성, 청동기 시대 지석묘(군) 등 후세에 물려줄 기라성 같은 문화유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의 매장문화재에는 어떤 유형의 문화유물이 존재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계단식 논과 밭 등 경작지에 기와편, 경질토기, 도기편 등이 산재한 곳도 있었다.

만약 경부운하가 강행된다면 이전 및 복원에는 막대한 인력과 기간,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일례로 서울 청계천 5.8㎞의 문화재 지표조사에는 6~8년이 소요되었고, 풍납토성 유적발굴은 10년 넘게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3분의 1 수준의 발굴만 이뤄졌다. 비용 또한 기간과 그 수를 볼 때 천문학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강은 역사와 함께 흐른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강을 따라 번영했다. 고대에서 현재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이 강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을 훼손하는 것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수몰시키는 것이다. 낙동강은 아직도 문화와 역사의 원형을 간직한 마지막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운하는 그 모든 문화의 유산과 흔적을 영원히 앗아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전 숭례문이 화장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제 숭례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던 문화재를 수장시키려하고 있다.
▲대구 달성에 위치한 문화재자료 제30호 이노정. 역시 경부운하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 ⓒ녹색연합

▲경북 구미의 석산낙산리고분군. 원삼국 시대에서 통일신라 시대까지 다양한 무덤형태가 보인다.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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